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 없다고 빌빌거렸더니, 천사님이 내려와서 스캔본을 덥석 안겨주셨습니다.
정말 뭐라 감사드려야할지. 구성물은 표제작 [캡틴 레드]와 [붉은 군집] 두 작품인데요. 두 작품이 또 엄청나게 취향이 다름. 대체 언제나 이렇게 뒤죽박죽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이유는 뭔가요.
[캡틴 레드]는 제목에서 풍기는 대로 해적에게 납치된 공주님들이라는(그것도 파티가 열린 성 안에서.. 해적이라기보단 괴도인가. 해적인데 다들 젊고 잘생긴 이 말도 안 되는 설정-.-) 유쾌발랄엉뚱한 연애물. 솔직히 제가 좀 쥐약인 페이스였습니다.
이런 개연성없는, 페이지가 흘러가니 반했네 하는 연애물은 좀. 근데 이게 후지타 타카미 페이스라서 뭐라고 하기도 좀. 웃기긴 웃겼습니다. 캡틴도 멋졌고요. 그보단 캡틴 레드를 잡으려고 혈안인 부사령관이 취향이었지만.(웃음)
[붉은 군집]은, 또 전형적인 후지타 타카미 페이스. 땅끝으로 파다 파다 용암과 만나서 다 녹아버릴 것 같은 우중충한 이야기. 이게 무려 [한여름 연애특집 3부작]으로 그린 거라는데. ... 아, 배경이 사막이니 덥기는 했습니다. 읽다 보니 숨이 턱턱 막혀서 몇 번 쉬어가야 했으니, 한여름 특집 맞네요.
말도 안 되는 애정행각 단편들을 보면 이 사람이랑은 역시 근본적으로 안 맞는가 싶은데, 가끔 이런 걸 던져줘서 전 정말 죽겠습니다.
이런저런 개인 취향의 편애로 표제작을 버리고 [붉은 군집]에 대한 잡담을 좀 하겠습니다.
제 연인은 벌레에게 먹혔습니다
연인을 잃은 남자는 고국을 떠나 사막을 건넙니다. 사막에서 쓰러진 그를 주운 것은 작은 여관에서 매춘을 하는 소녀, 유에. 그녀는 직설적이고 속물이지만 밝고 작고 따뜻합니다. 이윽고 그는 유에가 그저 사람의 체온을 그리워하는 여자아이란 걸 깨닫습니다. 그리고 전쟁과 인간의 욕망에 지친 그는 유에에게 안식을 기대합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그의 나라. 의미 없는 많은 살생과 금지된 인체실험. 이상발현한 '사람을 먹는 벌레'. 그런 것들이 없는 작은 도시, 작은 소녀.
와아. 스토리 정리하는 걸로 가슴이 벅찹니다. 절 죽이는 설정이 저 안에 대체 몇 개가 들어 있는 거죠. 일단 세상에 지친 남자와 여자아이란 설정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르며 봐야 할 만큼 좋습니다. 현실의 매매춘행위는 물론 싫어합니다만, 이런 '판타지 속 판타지적인 설정'의 매춘부에는 좀 약한데. 으음, 뭐랄까 그 소녀성이랄까, 순수함이랄까, 작고 약하지만 분명히 따뜻한 피가 흐르는 그 느낌이랄까. 안 그래도 요즘 후지 타마키 만화를 섭취한 후라 더 마음이 약해져있습니다.(후지 타마키 만화에도 이런 느낌 꽤 많지요. 여기는 거의 상대방도 비슷한 연령의 소년이나 청년이지만) 이런 게 제 안에선 일종의 판타지적인 가학성인 것 같아요.
결국 남자의 안식은 현실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도시에도 역시 전쟁도 사람을 먹는 벌레도 시간 차가 있을 뿐 다가올 현실이었죠. 따뜻하게 웃는 유에의 미소도 그저 눈속임이었습니다.
'사람을 먹는 벌레'라는 건 일종의 기생충 같은 거라고 전 이해했는데요. 벌레는 체내에 들어가서 혈관에 알을 낳고, 유충은 내장을 먹고 자라 성충이 되면 다시 혈관에 알을 낳는 벌레라네요. 이 무슨 [7SEEDS]에 나올 법한-_-ㆀ
이런 끝까지 세상에 절망하는 엔딩도 좋습니다. 전 분명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파이긴 한데 말이죠.(사람들이 안 믿지만)
"인간이란 참 이상한 생물이야. 분명히 선악 구별을 할 줄 알면서, 태연하게 나쁜 짓을 하잖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유에. 하지만 그러니까 인간다운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 아, 갑자기 이 귀여운 여자아이 때문에, 올 봄에 부끄럽다고 버렸던 유에라는 닉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3초간 들었습니다.
결론 : 하나유메코믹스로 나온 단편집 3권 중에선 이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절판된 단편집을 드디어 겐토샤에서 복간하는 모양이니 이것도 기다려도 되겠지요.(9월엔 [순정투쟁]이 발매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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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08 유우 붉은 군집(「CAPTAIN RED」 중에서) : 후지타 타카미 (4)
붉은 군집(「CAPTAIN RED」 중에서)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8/09/0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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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 지친 마음은 일어로 풀어 보아요.
최근에 활자거부에 난독증까지있어서;; 어버버하지만;ㅁ;
하지만 이 작가 작품은 대부분 재밌음!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고, 그나마도 한국에서 절판되거나 안 나와서 그렇지..=.=
활자거부는 활자로 푸는 게 최고. 이열치열, 이독치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