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결론이라면, 그걸로 좋다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1 17:33

<레이디 조커> 문고판 받았습니다.
제대로 즐기려면 뒤를 보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나가야겠지만,
늘 사도를 꿈꾸는 저는 종장을 먼저 읽었습니다.
얘기대로 정말 가필수정된 게 보이더군요.

*이하 스포일러와 망상이 잔뜩*



만우절 농담 같지만 정말 문고판 가필수정 이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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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17:33 2010/04/01 17:33
Posted by 유우

4월 1일이라고 쓰고 고다 생일이라고 읽음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10/04/01 01:04

고다 유이치로 형사의 생일입니다!!

어쩜 생일도 자기 같아.(웃음)


마침 오늘 <레이디 조커>가 배송올 것 같아요>_< 뭐지, 이 운명 같은 타이밍? 두근두근.(그저 발매일이 겹쳤을 뿐;)
다카무라 여사가 본인 입으로 '이번에도 꽤 고쳤다' 하시니, 두려움이 80%요, 기대가 15%.(5% 증발)
그래도, 그래도 좋은 건 좋으니까 어쩔 수가 없네요. 흑.

다음 주부터 <선데이 마이니치>에서 고다 형사가 나오는 <신 냉혈> 연재가 시작됩니다.
인터넷에서 만난 2인조의 범죄를 다룬 이야기라네요.
무사히 정기구독 신청을 하였으니, 잡지가 오면(한 달에 한 번씩 받기로 해서 5월에 받을 수도 있사와요) 간략하게나마 보고하겠습니다.


새연재에 앞서 마이니치 신문 '시대를 달린다' 코너에서 9회에 걸쳐 다카무라 여사 인터뷰를 정리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인터넷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http://mainichi.jp/select/opinion/kakeru/news/20100315ddm004070009000c.html

이쪽에서 읽어주세요. 물론 일어입니다.
(게으른 제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번역을 하도록 협박해주셔도 됩니다. 후후. 언제 정신을 차릴지는 알 수 없지만;)


읽고 나니 조금은 여사의 소설 분위기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그녀가 추구하려는 것도.
그리고 그것에 나는 절대로 다다르지 못하리란 것도.

아마 그녀의 눈에 한심해 보이는 그 '세대'에 저 역시 포함되겠죠.
저는 도무지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고, 툭하면 인터넷을 맹신하고 마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도, 나가떨어지더라도, 평생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다카무라 가오루라는 비뚤어진 이 작가가 좋은 것 역시 어쩔 수가 없네요. 후후.


아니, 뭐, 사담만 길어졌네요.

요는.


고다 유이치로 씨, 한 살 더 먹었는데 올해는 가노 형아랑 동거라도 시작하는 거 어때?(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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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01:04 2010/04/01 01:04
Posted by 유우

태양을 끄는 말 / 표지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7/09 17:03

드디어 표지가 떴네요. 오오/

태양을 끄는 말 (상)

태양을 끄는 말 (하)


표지마저 난해한 이 책.(한숨)


<신리어왕>이 2005년에 나왔으니 4년만에 나오는 단행본이네요.
그리고 정말 고다에 굶주려 있던 분들을 위한 신작. 하지만 가노에 대해 굶주려 있다면 갈증만 더 심각하게 만들어 줄 책입니다.(다시 한숨)

고다 유이치로가 밀레니엄의 틈바구니에서 맞닥뜨린 두 가지 사건. 피로 물든 참극과 승려의 죽음(轢死) 저변에는 동기와 사체를 잇는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불확실성이 가로놓여 있었다. 『하루코 정가』,『신 리어왕』에 이어지는 후쿠자와 일족이 초래한 현대라는 이름의 수수께끼에 고다는 전율한다…….

책 소개입니다. 아, 책 소개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이 오네요(조건반사)

당연히 다이렉트로 바로 사려고 했는데, 지른 게 너무 많기도 하고 어차피 마감 때라 바로 읽을 수도 없으니
얌전히 교보님에게 주문을 넣을까 합니다ㅜㅠ 흑흑. 가난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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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17:03 2009/07/09 17:03
Posted by 유우

의미 없는 것에 대한 도취

Under 근로 삼매/불법 잡기   Posted @2009/02/03 14:15

제임즈 조이스『율리시스』 다카무라 가오루 (하)


■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공간, 의미 없는 것에 대한 도취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코스 요리를 주문한다. 하나하나 요리가 나온다. 엄청나게 공을 들인 요리. 먹을 수는 있지만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다. 그러던 중 갑자기 생채소가 잔뜩 쌓인 접시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다음은 요리 사전. 다음은 불량식품의 산. 다음은―.

나에게 『율리시스』는 그런 느낌이다. 우선 무엇이 적혀 있는지는 알겠지만 어째서 그것이 적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더블린 사람들이라면 설명 없이 알 수 있는 일상풍경부터 생활감에 걸친 모든 것을 알 길이 없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여기저기 난무하는 시와 비유도 학자들의 각주를 참조하면 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조이스의 레스토랑에 모아 놓은, 본디 고전에서 현대까지 쌓아 올린 인간의 말들로 짠 직물의, 이제는 너무나 두터워진 옷감을 앞에 두고 이것저것 즐길 수 있는 건 마니아들일 것이다. 그 목적은 향긋한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발견을 위한 발견, 확인을 위한 확인을 통한 동지끼리의 소탈하고 거나한 기분임에 틀림없다. 그런 레스토랑을 나 같은 외부인이 들여다본다.

애초부터 공유할 밑바탕이 없으므로 놀라움도 없다. 말장난에도 감응이 없다. 고전의 이해는 패스. 그런데도 들어가면 끝장이다. 나올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소설이란 것이 아닐까.

나에게 있어 압권은 「이타카」, 일반적으로 목록이나 나열이라 불리는 이상한 장이다. 여기선 하루의 끄트머리에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과 스티븐 디달러스에 대해, 각자의 행동이 시종일관 신의 눈으로 확인된다.

블룸은 레인지 위에 있는 무엇을 보았는가? 오른쪽에 무엇무엇, 왼쪽에 무엇무엇. 블룸은 레인지로 무엇을 했는가? 블룸은 주전자에 물을 담기 위해 수도꼭지를 튼다. 물은 나왔는가? 나왔다. 그럼 그 물은 어디에서 왔는가. 저기 있는 저수지에서, 강에서, 협곡에서, 댐에서, 수도위원회에서, 그렇게 거슬러 가는 자동 기술(automatic writing)처럼 말이 넘쳐난다. 의미 없는 것, 그것에 도취한 내가 있다.


아사히 신문 2009년 1월 11일자  -ジェイムズ・ジョイス『ユリシーズ』 高村薫(下)



그래서 책을 읽으란 건지 말라는 건지, 욕인지 칭찬인지 알 수 없는 서평.
짜증나서 <율리시스> 샀습니다. .. ... .... .......-.-


<옮습니다.>에 이어 다카무라 여사 서평 (하)입니다. 두 가지를 한단 소리였군요.
제겐 다카무라 여사 책이 그렇습니다. 왜 거기 적혀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그 표현이! 그런데 그게 좋다고요, 어쩌란 겁니까. .. ... 따져도 소용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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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3 14:15 2009/02/03 14:15
Posted by 유우

의미의 ‘바깥’

Under 근로 삼매/불법 잡기   Posted @2009/01/14 14:50

요시다 센샤 『옮습니다.』 다카무라 가오루 (상)


■ 기분 좋은 것에 대한 지루함, 의미의 ‘바깥’을 체험

사람의 뇌는 자신에게 기분 좋은 소리, 색, 모양 등의 기억을 축적한다. 그런 것이 언제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 왔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까지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며 그림, 소설, 풍경 등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골라 접해 왔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자연스럽게 멀리 해 왔건만 마흔 무렵, 갑자기 기분 좋은 것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쩌면 연령과 함께 정신의 가소성을 잃어 가는 자신에게 보내는 글쟁이로서의 본능적인 위기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나에게는 특이한 젊은 지인이 있었는데 “이거 진짜 최고야!”라며 미칠 듯이 좋아하던 것이 요시다 센샤였다. 본디 만화를 거의 모르던 중년에게는 그게 재미있는지 어떤지 이전에 내 눈과 말이 가진 목록 밖에 있는 미지의 무언가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있는 형태와 공간이 일말의 의미를 얻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몸 전체가 위화감을 호소하며 생리적으로도 감각적으로도 전혀 친밀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결국 기분 나쁜 감정만이 밀려온다. 그야 말로 신체 체험이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눈에서 오십 센티미터 떨어져서 오른쪽부터 바라보았다가 왼쪽에서 바라보았다가를 반복했다. 데포르메와 리얼이 혼재한 그곳에서, 지나치게 피와 땀과 콧물이 날아다니고, 비명과 독백이 교차하며 생물과 무생물조차 상관없이 엉망진창인 사 컷 만화 안에서, 의미란 의미가 무너져 간다. 그 감촉은 ‘이런 것’이란 식으로 사람이 말로 나타내는 세상의 밖에 있는 것이며, 일반적으론 경험할 수 없는 ‘물자체(物自體)’였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세계를 평면에 그대로 옮겨 보인 작가의 눈과 말을 앞에 두고 서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의미로 가득 찬 이 평판한 세상을 나갈 수 없는 나의 단단한 신체에도 ‘바깥’이 있음을 살짝 엿보게 해 준 『옮습니다.』와 그 밖에 것들.


아사히 신문 2009년 1월 4일자  -吉田戦車『伝染(うつ)るんです。』 高村薫(上)



사 컷 개그 만화에 대해 철학을 들춰 가면 이렇게 진지하게 서평을 쓰는 것도
여사의 매력.


>(上)이라 함은 뒤가 더 있다는 것이느뇨?!

>『伝染(うつ)るんです。』는 90년대 초반에 나온 개그 만화인 모양입니다.
나도 이걸 읽으면서 철학적 고뇌에 빠지면 다카무라 여사의 소설도 이해가 가는 날이 올지도……(무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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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4 14:50 2009/01/14 14:50
Posted by 유우

고양이는 마술사 (정보?)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11/17 15:51

인간의 눈에는 고양이마다 성격이나 표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사람이 없으면 외로워하고 사람 곁에 다가와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울 때도 있는데, 그걸 가지고 인간에게 길들었다든가 야생을 잃었다고 하기 이전에 오히려 그들은 생존 본능에 따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인간은 개처럼 적극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 고양이를 기르며 이유 없이 매일 바라보고 명명하기 어려운 감정생활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인간과 동물의 이러한 공존은 환상이나 의인화 이전에 그저 괴이하다.

「猫」と「ねこ」 ─  高村 薫 (ねこ新聞 2004年7月号)

모 블로그를 통해 이따금 다카무라 여사의 신문사설이나 에세이를 읽고 있습니다.
에세이마저도 난해한 문장을 이어가는 여사를 보면 마음이 놓입니다.
어딘가 뒤틀려서 소설의 문장이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나열인 게 아니라, 그냥 그게 여사의 모습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얼마 전부터 틈틈이, 정말 아주 틈틈이 [하루코 정가]를 읽고 있습니다. 이제 50페이지쯤 읽었나?
쇼와시대 가나가 나온다기에 그 부분이 읽기 힘든가 했는데, 오히려 하루코의 편지들은 잘 읽힙니다. 현대의 아키유키의 말들이 나에겐 형태를 종잡을 수 없습니다.

머리속으로 내용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 어느새 내가 세찬 바람이 부는 언덕 위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아. 정말 다카무라 가오루구나. 어쩔 수 없이 당신이구나.

이 에세이는 얼마 전에 책으로 나왔습니다. [猫は魔術師]라는 제목으로 죽서방에서 나왔네요. 실린 내용은 웹에 공개된 부분 외엔 추가가 없는 듯하여 바로는 사지 않고 일단 보관함에 담아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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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 15:51 2008/11/17 15:51
Posted by 유우

오사카에 있는 가노에게 전화를 걸어…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10/27 15:38

그러나 심야가 되어 방치했던 후쿠자와 아키유키의 편지를 펼쳐 후쿠자와와 그 아들, 만난 적도 없는 그들에게 종속된 자들(係累)이며 간 적도 없는 토지의 풍경 등의 동공(穴)을 향해 또다시 무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다 오사카에 있는 가노(元義兄)에게 전화를 걸어 약간의 대화를 나누고 조금 울었다.

-『태양을 끄는 말』다카무라 가오루



방금 전에 팩스로 마지막 화를 받았습니다.(N님 감사합니다//)
휘리릭 내용을 확인하니 이런 떡밥 o<-<
고다야 네가 울면 형아 마음은 어떻겠니. 넌 정말 생각이 없구나.
난 이런 마음으로 오늘 더는 일을 못 하겠다.(이런 식으로 늘 농땡이)


>係累는 부양가족이란 간단한 말이 있는데 앞에 내용을 정확히 몰라 어떤 사람들을 뜻하는지 알 길이 없군요. 그래서 저런 이상한 풀어쓰기.

>元義兄를 저도 모르게 '처형'이라고 번역. .. ... 잘못을 깨달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이 번뜩. 유스케 넌 정말 남자냐ㅡㅜ

>저는 오늘 집에 가서 동인지 한 권 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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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7 15:38 2008/10/27 15:38
Posted by 유우

空がある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08/09/06 03:49

하늘이 있다.
니시신주쿠 지상 50층의 고층 빌딩 아래에 서서 고다 유이치로가 지금 아플 정도로 몸을 젖혀 바라 본 그것은, 이미 지은 지 23년이나 된 백악이라곤 말하기 어려워진 콘크리트 덩어리의 능선과 뒤섞여 손 쓸 수 없이 더러워진 시트처럼 잿빛을 했다. 높이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하늘은 있다고 유이치로는 중얼거렸다.

(중략)

텔레비전을 보고 있나. 안 보고 있다면 바로 텔레비전을 켜 줘. 뉴욕에 여객기가 돌진했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조금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 한 음절 한 음절 약간 늘어져 호흡과 발성이 빗나가는 목소리.(중략)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기억이 있는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한 채의 고층부에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화면에는 동시다발테러라는 텔롭이 흐르고 있었으나 너는 그 의미도 눈앞의 광경도 이해는 하지 못했다.(중략)
저기에 기요코가 있다. 아니, 기요코란 누구였던가. 14년이나 전에 헤어진 아내라거나, 조금 전 부재중 통화로 목소리를 들은 남자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에 무게가 없었던 것뿐 아니라, 자신이 지금 분명히 이러저러 여차저차한 것을 봤다는 확신도 없었다.

<태양을 끄는 말> 1화 중에서, 다카무라 가오루, 신쵸 2006년 10월호




고다. 고다. 이 바보 천치 등신.
나이가 들어도 직급이 올라가도 고다는 고다.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있다고, 안심하는 건지 절망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고다의 심정에 마음이 발기발기 찢어지는 저는 고다파슨입니다......-.- 진짜 등신은 나로구나.

레이디 조커에서 기요코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는 정말 이 나쁜 놈 뭣 #$%$$#%같은 놈 욕했지만, 제가 보기에 고다 유이치로 당신은 충분히 그녀를 사랑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당신은 충분히 그녀를 그리워하지 않았나요. 이제 기요코를 자유롭게 해 주면 좋을 텐데. 고다는 진짜 바보.

고다와 가노 사이의 기요코. 회상 속에만 등장하는 기요코. 기요코가 진짜 어떤 여성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키요코가 자기 오빠의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도. 알고서 고다와 맺어졌는지, 맺어진 후에 알게 되었는지, 끝끝내 몰랐는지. 어느 쪽이든 무서운 여자고, 무서울 만치 멋진 여잡니다. 바보 같은 여자이기도 하고요. 제대로 등장한 적도 없는데 나는 꽤 기요코가 마음에 듭니다. 외모는 가노랑 똑같다니 우선 합격.(웃음)
그런 의미에서 삼가 명복이라도 빕니다. 그래도 하늘은 있어요, 고다형사. 당신은 아직 그 하늘 아래 있고요.


★ 태양을 끄는 말
위의 번역 부분을 보면 눈치 채셨겠지만, 레이디 조커로부터도 시간이 상당히 흘렀습니다. 9.11테러가 기점. 사건과는 상관없지만, 언젠가 고다에게 9.11테러와 맞닥뜨리게 하고 싶다던 바람은 이루셨군요. 그런데 그냥 그러면 됐지, 저렇게 꼭 사람을 죽일 필요야.
저 짧은 부분을 하는데도 느꼈지만, 대체 다카무라 여사의 문장은 한 문장도 쉽게 번역되는 게 없군요. 21세기 다카무라는 변했다고 울었지만, 실은 전혀 안 변했어요.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시? 무슨 비유가 이러세요??!
대체 호흡과 발성이 엇나간 목소리가 어떤 목소리야T_T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합니다.


★ 마크스의 산
마크스의 산 비디오를 다시 빌려서 DVD로 더빙을 했지요.(불법) 근데 이 영화 이렇게 길었나. 2시간이 넘더라고요. 처음 봤을 땐 그렇게 길게 못 느꼈는데. 그래서 마지막 10분을 남겨놓고 DVD 용량초과T_T 울면서 나눠서 더빙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초고화질로 더빙해서 두 개로 나눌 것을. 이 애매하게 10분 남겨놓고. 털썩.
어쨌든 그 날 8시간을 8cm 힐을 신고 돌아다녀서 완전 초절임상태로 더빙을 하는데(기계가 좋아서 빠른 배속으로 안 됨-.- 더빙하는 동안 전부 보고 있어야 함;;) 꾸벅꾸벅 꾸벅꾸벅. 게다가 중간중간 쓸데없이 나체의 여자들이 돌아다녀서 가족들이 지나가다 볼까봐 두근 반 세근 반. 레이디조커의 청년냄새 나는 고다도 좋지만 마크스의 산의 아저씨다운 고다도 좋습니다. 하지만 마크스의 산 최고의 캐스팅은 역시 미즈사와.


★ 시대물
대체 언제부터지. 좋아하는 장르에 시대물이 빠진 느낌.
너무 소홀했습니다. 시대물에도 시바료에게도. 누군가 어디선가 시대극 얘기해도 못 따라가겠어요. 시대소설 읽다 용어가 헷갈려서 어질어질. 안 되겠습니다. 중단했던 것들이라도 다시 읽어야 할까 봐요. 그치만 우리나라엔 왜 제대로 된 번역물이 없는 걸까. 나 진짜 이X진 씨 번역으로 읽기 싫다?(노골적인 안티 행위)
실은 일본사 관련(그것도 전부 근현대사 관련) 인문서도 좀 사놨는데 못 보고 있어요. 엉엉. 얼른 보고서 욕하고 싶어T_T


☆ 책상 앞에
아, 진짜 오랜만에 책상 앞에 앉았음. 기분이 썩 괜찮군요. 보통 귀찮아서 컴퓨터 켜서 네이버 사전 펼쳐놓고 투닥투닥 번역하는데, 노트에 샤프에 각종 종이사전 펼쳐 놓으니 더 새로워요. 역시 이 맛입니다. 비록 시간은 배로 걸리지만.

>오랜만에 책상을 사용한 것엔 결정적 이유가 한 가지 더. 사용할 수 있을만큼 치우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_-;;; 책상을 발굴한 느낌?


☆ 코카콜라 컵
맥삐리리에서 라지세트 사면 주었던 올림픽 기념 콜라 컵.
거기에 콜라 마시면 엄청 맛있을 줄 알았는데 개뿔임ㅜㅠ 어째 콜라 따라도 폼이 안나요. 대신 맥주 따르면 정말 맛나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언니랑 한 잔.


☆ 백수돌입
백수 된 지 일주일이 될랑말랑. 보시다시피 너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첫 주는 생각 외로 약속이 많이 잡혀서 뛰어다녔고, 다음 주부터는 정말 뒹굴뒹굴 삼매인가. 이제와서 듣기엔 좀..? 이란 생각을 하면서 취미도 살릴 겸 시간도 많은데 싶어 국제교류기금의 번역강좌를 신청했어요. 초보적인 수업이라고 만만하게 봤더니 조금 좌절 중. 왜 내 어휘력은 이 모양일까lllorz 그래도 좋은 건, 번역이다 보니 일어만이 아니라 국어문법적인 이야기가 간간이 나오는데 그걸 일어로 설명해주니까 이해하기 쉽습니다, 에헷...-.- ........ 솔직히 영어도 일어로 설명들으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 .................. .... 국어공부 합시다.(국어는 데레데레가 없는 영원한 츤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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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6 03:49 2008/09/06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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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방관자의 심리 : 요코야마 히데오 / 땅을 기는 벌레 : 다카무라 가오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8/17 22:44

묻어버리고 싶었다.
가시무라는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깊은 흙구덩이에 묻어버리고 싶었다.

-살인방관자의 심리 <마음의 지옥> p.149
요코야마 히데오, 이성현 옮김, 노마드북스, 2008
"밟지 말아 줘."
개미는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이리저리 헤매 듯 묵묵히 콘크리트 바닥을 기어다녔다.
"가요코. 이 벌레는 나야……"
"무슨 소리예요."
"…… 별거 아냐. 그저 걷고 있을 뿐이지."
-땅을 기는 벌레 <땅을 기는 벌레> p.124
다카무라 가오루, 문예춘추, 1993


덧글 이벤트로 받은 [살인방관자의 심리] 책 소개를 본 순간 퍼뜩 [땅을 기는 벌레]가 떠올랐습니다.
주인공들의 시점이 일단 다르기 때문에([살인~]은 주로 피해자 가해자 쪽 입장이고, [땅을~]은 경찰 입장) 읽는 맛은 좀 차이가 있지만, 아저씨가 주인공인 부분이나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닮았습니다.

단편집이라는 건 장편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오히려 좀 더 느긋하게 볼 수 있다랄까. 그러면서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흔드느냐에 따라 좋은 단편인지 아닌지가 갈리는 그 아주아주 오묘한 스릴이 착착 붙는다랄까.

실은 아직 요코야마 히데오 책은 [사라진 이틀]을 읽은 게 전부라 이 사람의 작풍은 아직 파악 전입니다만, [살인방관자의 심리]라는 단편집은, 이외로 장편 [사라진 이틀]과 일정한 읽는 맛을 유지했습니다. 출판사의 소개대로 역시 휴머니티가 물씬. 다른 소설들도 상품소개만 봐서는 비슷한 느낌일 것 같은데. 그렇게 어둡지 않은 것이 읽기는 상당히 편한 듯.

다카무라 여사의 경우는 다른 장편들에 비해 단편집인 [땅을 기는 벌레]는 다소 읽는 맛이 달랐습니다. <마크스의 산>을 헐떡이며 보다가 이걸 들으면 좀 밍밍한 맛이 날겁니다. 그 밍밍함이 컨셉이랄까. 인물 설정이 공통적으로 현역에서 물러난(곧 물러날) 중장년의 형사라는 부분도 있고해서, 크게 무슨 사건이 터지기보단 일상의 움직임을 담은 작품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살인방관자의 심리> 요코야마 히데오, 이성현 옮김, 노마드북스, 2008

<진상>, <마음의 지옥>, <살생부>, <살인방관자의 심리>, <그 집의 미스터리>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마음의 지옥>과 <그 집의 미스터리>
<그 집의 미스터리>의 경우는 마지막에 비밀이 밝혀지는 2p는 찢어서 먹어버리고 싶은 충동도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제가 그걸 못 견디는 겁니다. 그 얘기를 하자면 지면이 모자란 관계로(그냥 그 얘기만으로 장문의 포스팅이 가능) 어쨌든 사건의 트릭에 대해 짜자잔하고 설명해주는 식이 별로 제 취향이 아닌거지요.
하지만 덕분에 마지막 장면의 '쿵'하고 내려앉는 엔딩이 마음을 더 흔들 수 있었습니다. 아, 정말 마지막에 그 빛이 보이지 않는, 하지만 빛에 대해 갈구하는 손 끝이 아련해서 코끝이 찡해집니다.
차라리 <마음의 지옥>에서처럼 스스로를 땅에 묻고 싶을 정도로 좌절감에 빠지는 편이 낫겠어요. 어중간한 희망과 새인생을 앞에 둔 것보다는.

다섯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은 각각 피해자의 아버지, 가해자, 목격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소설이 많습니다만, 이 단편집은 오히려 '자신과의 대치'가 중심이란 느낌입니다. '나'라는 인간의 인식에서 온 문제, '나'라는 인간의 비겁함, 야비함, '나'를 딛고 일어서려는 몸부림.
그런 인간적인 것에 대한 번뇌.


'사건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집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작가의 말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건의 잔재이지, 긴박한 사건 그 자체는 아닙니다. 잔잔하게 쿵, 잔잔하게 쿵, 그런 리듬감의 모음집이라고 할까요. 여름 밤, 좀처럼 잠이 들 수 없을 때 가볍게 손에 들고 읽기에 내용도 분량도 책 장정도 부담이 없습니다. 다 읽으면 좋은 꿈 꾸기는 글렀으니 그냥 밤새고 아침 해를 맞이할 각오를 해 둡시다.


가이바라는 무덤 파는 걸 멈추고 손에서 삽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손을 뻗었다.
가이바라의 젖은 눈은 흙투성이의 손을 에이코가 간절히 잡아주기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살인 방관자의 심리 <그 집의 미스터리> p.334
요코야마 히데오, 이성현 옮김, 노마드북스, 20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땅을 기는 벌레> 다카무라 가오루, 문예춘추, 1993

<수소(愁訴)의 꽃>, <땅을 기는 벌레>,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아버지가 온 길>, <지나간 날에>

다 마음에 든다고 하면 콩깍지인 게 탄로 날 테니, 마음에 든 작품은 <땅을 기는 벌레>와 <아버지가 온 길>이라고 해두지요.(웃음)
앞서 밍밍하단 이야길 했는데, 높고 험준한 산만 오르다 가끔은 뒷산 언덕을 느긋하게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정년퇴직한, 혹은 정년퇴직을 앞둔, 주변 사정 탓에 경찰사회에서 밀려난, 한 때 형사였던 남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느낌이 딱, 고다가 형사하다 떨려나면 있을 법한 그런 분위기. 여기도 고다, 저기도 고다. 하지만 고다는 떨려나지도 않았고, 큰 사건과 만나는 행운도 여럿 있으니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보다 훨씬 주인공다운 주인공이라 하겠습니다.

다카무라 가오루에 대해서 남성적인 문장이란 말이 종종 있지만, 전 역시 이 사람의 문장도 내용도 여성의 판타지로 가득하단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기계나 권총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문장의 형태도 냄새도 맛도,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여성적입니다. 그 안에 표현된 남성관이나 연애관도 지극히 여성적 판타지가 엿보입니다. 그러니까 여자인 제 마음은 한없이 요동치고 휩쓸리고, 이런 찌질구레한 (어찌보면 패배자인) 아저씨들이 귀여워서 참을 수 없는 나날.

정말로 궁금한 건데, 남성이 읽기에 다카무라 가오루 소설은 재미있나요? 팬의 비율은 (역시나..)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은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남성 팬도 상당수 있지요? 도대체 남성의 시각으론 그녀의 문장이 어떻게 비추는지, 그녀의 인물상이며 오묘한 연애관이 어떻게 와 닿는지 짐작도 할 수 없어서 이따금 제가 남자가 아닌 사실이 억울하기까지..-.-(사실 제가 남자였다면 안 좋아했을 듯..ㆀ)

사담이 길었습니다만,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한숨 한 번 푹 쉬고, 하늘 한 번 보고, 가슴에 구멍은 뚫려도 조금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이 책은 살찌는 가을 밤에 어울리겠습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잠은 편하게 잘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분해서 미칠 것 같다 이거지. 인생의 크기란 후회의 크기로 재는 거야……."

-땅을 기는 벌레 <아버지가 온 길> p.247
다카무라 가오루, 문예춘추,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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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7 22:44 2008/08/17 22:44
Posted by 유우

내 손에 권총을 : 다카무라 가오루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8/05 17:07

완독한 건 이제 거의 두 달 전의 일입니다. 따로 감상보다는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리오우에 관한 걸 중심으로 몇 가지 코멘트. 미리니름은 다소(꽤?) 포함됩니다.


불화살은 미끈하게 빛나며 순식간에 카즈아키의 심장을 관통하며 어딘가 날아가 버렸다. 관통당한 카즈아키의 심장은 반사적으로 울컥 피를 쏟아냈다. 격통인지 황홀함인지 분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火の矢はぬらりと輝き、一瞬のうちに一彰の心臓を射抜いてどこかへ飛び去った。射抜かれた一彰の心臓は反射的にどっと血を押し出した。激痛とも恍惚ともつかないものを覚えた。
- P.39

[내 손에 권총을]의 리오우는 눈으로 불화살을 쏘는 남자입니다.(웃음)
카즈아키와 리오의 첫 만남은 이런 식으로 '첫눈에 반한다'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뒤를 보면 리오우가 일방적으로 매달리니, 어느 쪽이 마성인지요?
이 문장에서 마음에 든 건 [心臓は反射的にどっと血を押し出した]란 문장입니다. '반사적으로 울컥'이라니. 보통 피를 반사적으로 흘린다는 표현을 쓰던가요. 다카무라 가오루는 미묘하게 어긋난 수식어를 쓰는데, 그게 정말 제 취향입니다.


그 얼빠진 얼굴로 스파이라면, 나도 스파이다.
あのふざけた面でスパイが出来たら、自分だって出来る。
- P.130

이런 식의 리오우 비하 발언(?)이 여러명의 입에서 여러 차례 나옵니다. 꽤 얼렁뚱땅.
[리오우]의 리오우는 그야말로 완벽하지요. 언어구사에서도 완벽한 베이징어, 일어도 일본인과 다를 바 없이 사용합니다. [내 손에~]의 리오우는 상하이 사투리를 쓰며, 일어도 약간은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런 리오우도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신선과 예술가와 장사꾼과 갱을 전부 합쳐서 나눠 놓은 듯한 남자다. 수상함도 애교도 적의도 전부 섞여 있다. 간을 보면 분명 팔보채 맛이 날 것이다.
まるで、仙人と芸術家と商人とギャングを全部足して割ったような男だ。うさん臭さも愛嬌も敵意も全部混じってる。食ったらきっと八宝菜の味がするんだろう。
- P.163

리오우는 팔보채 맛이랍니다.


리오우는 진심으로 이상하다는 듯 어깨를 흔들며 웃고는, 동시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습기가 없는, 모래 같은 눈물이었다.
リ・オウは心底おかしそうに肩を揺すって笑い、同時にさめざめと涙を流した。しめっぽさのない、砂のような泣き方だった。
- P.174

[しめっぽさのない、砂のような]란 문구에서 갑자기 [황금을 안고 튀어라]가 플래시백. 제가 리뷰에도 옮겨 놓았던 예의 정사신(!!)에서 [이윽고 그것이 분출되어 흐르고 스며들어가는 사막에 누워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고다는 또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라는 문장이 번쩍. 사막과 모래라는 그 텁텁한 무미건조함 쓸쓸함, 그리고 그 무한함 같은 게요. 다카무라 가오루다워서 좋습니다.


괜찮아, 신경 쓰지마. 솜을 넣은 한텐을 입더라도 너는 너다. 타치바나 아츠코다.
いいんだ、気にするな。綿入れのハンテン着てたって、君は君だ。橘敦子だ。
- P.232

리오우 관련만 이야기하고 싶은데, 이 문장은 정말 너무 좋아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는 너다, 타치바나 아츠코다'라고 말하는 카즈아키의 애정이 절절합니다. [리오우]에선 꽤 담백했던 두 사람 관계가 [내 손에~]에선 좀 더 오래 지속됩니다.
사키코에 대한 카즈아키의 애정이 건조한만큼, 타치바나 아츠코에 대한 상념은 폭풍같지요.
(한텐이란 건 좀 나이드신 분들이 주로 입는, 방한용 겉옷입니다.)


“하라구치와 연을 끊지 않은 당신을 원망해. 나보다 하라구치 품속을 택한 당신을 원망해. 원망해도 당신만은 처리할 수가 없어. 그게 가장 분해.”
“나는 하라구치 일로 너에게 원망 살만한 기억은 없어.”
“그게 인간 마음의 괴이함이지. 나는 당신과 일을 하고 싶어. 당신이 하라구치와 함께 있는 한 그럴 수 없으니까 하라구치를 제거했어.”
“넌 살인자야.”
“살인도 하지만 목숨도 걸지.”
「原口と手を切らなかったあんたを恨む。俺より原口の懐を選んだあんたを恨む。恨んでもあんただけはやっつけられない。それが一番悔しいよ」
「俺は原口のことであんたに恨まれる覚えはない」
「これが人間の心の不思議なところよ。俺は、あんたと仕事をやりたいんだ。あんたが原口の懐にいる限り、それが出来ないから原口には消えてもらった」
「あんた、人殺しだ」
「殺しもやるが、命も賭ける」
- P.294

리오우의 이런 열렬한 고백.
딱히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라기보단 말이죠. 여기서 리오우 말투가 굉장히 좋아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종종 리오우가 이런 말투를 씁니다. [これが人間の心の不思議なところよ] 이 부분이요. 이 말투가 이상하게 저한텐 오다 노부나가 같은(!!) 박력을 느끼게 해요. 폭군 리오우, 좋다.(웃음)


내 손이니까 뭘 하든 상관없지만, 같은 손으로 가족을 대했던 것에 대해선 나 자신에게 해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타마루에게가 아니다. 아이와 사키코에 대해, 죄스러웠다.
自分の手だから何をしようと勝手だが、その同じ手で家族に触れてきたことに対して、自分自身の釈明をせずには済まなかった。田丸にではない。子供と咲子に対して、済まなかった。
- P.326

가족을 만졌던 그 더러운 손을 스스로 자해하는 카즈아키.
끝끝내 가족에겐 나쁜 남편이었던 카즈아키. [리오우]에서의 카즈아키는 가족을 꽤 사랑하는 모습에 충분히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다고 생각합니다. [내 손에~]에선 결국 카즈아키는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남자지요. 한 마디로 나쁜 남자였습니다. 가족을 갖고도 정착하지 못한 자신의 운명을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결국 이기적인 남자의 변명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장면의 비장함은 좋아합니다.


“그 신은 당신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신이라면 내 쪽이 훨씬 나아. 난 당신에게 나에게 반하라고 말하겠어.”
「その神、あんたに自分を愛しなさいと言わなかったのか。そんな神なら俺の方がマシだ。俺はあんたに、自分に惚れろと言ってやる」
- P.339

나도 반하겠어, 리오우.


50발의 총성이 줄곧 귀에서 떠나지 않은 채, 눈을 감자 망막에 핏빛 꽃이 진다. 그것 또한 온몸에 털이 곤두설 정도로 아름답다.
이 아름다움에 돈다발 꿈과 창백한 달. 리오우의 청랑한 광기.
남자 하나 미치는데 이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五十発の銃声がいつまでも耳から離れず、目を閉じると網膜に血の色の花が散る。それがまた、身の毛のよだつ美しさだった。
この美しさに札束の夢と蒼白な月。リ・オウの晴朗な狂気。
男ひとり狂うのに、これ以上何が要るか、と一彰は思った。
- P.349

눈부신 마지막 장면. 가족도 뭣도 다 버리고 리오우와 도망자의 길을 택한 카즈아키.
[리오우]에 비해 [내 손에~]가 비극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리오우]의 두 사람은 완벽한 평화와 안식을 얻었지만, 아마도 [내 손에~]의 두 사람은 부와 함께 위험도 같이 얻은 채, 언제 변사체가 될지 알 수 없는 운명을 껴안고 살아가겠지요.
그러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그저 두 사람인 걸로 이렇게 찬란한데.

남자 하나 미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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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5 17:07 2008/08/05 17:07
Posted by 유우

오늘은 고다가 싫다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08/07/11 02:24

소설도 만화도 드라마도 영화도 애니도 재탕 안 하는 유양, <레이디조커> 영화 삼탕을 했습니다.
처음엔 책을 읽기 전, 두 번째는 100페이지를 남겨둔 시점, 그리고 지금. LJ를 다 읽고 반년이 흐른 시점에서의 감상. 볼 때마다 기묘하게 영화에 대한 느낌이 달라집니다. 당연하지만.
하지만 역시 영화가 허술하다는 느낌은 변함이 없군요.

영화에서는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고독한지 나오지 않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그들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사회의 뒤틀림이, 그들의 죽음 앞에 무기력하게 분노하는 주변인들의 절망이 모두 숨죽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다와 한다가 동등한 위치에 서있습니다. 영화의 각도에서는 고다의 라이벌이 필요했겠죠. 고다는 분명 한다에게 집착합니다. 영화에 얼핏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집요하고 치졸하게 집착합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한다는 고다를 의식하고, 질투합니다. 결정적으로 두 사람은 동등하지 않습니다.

어느 모로 봐서도, 고다는 한다에게 형사로서는 한 수 위였지요. 지위도 형사로서의 능력도.


나는 오늘 갑자기 그런 한다의 질투가 정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는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고다는 확실히, 부조리할 정도로 멋진 남자고, 재능에도 환경에도 혜택을 받는 사람입니다.

고다시리즈를 읽으면서는 한 번도 고다가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요즘 <땅을 기는 벌레>1를 읽으면서도 괜히 나오지도 않는 고다에게 화를 내기 일쑵니다.
그 단편집에 나오는 한 때 형사였지만, 지금은 형사가 아닌 중년 남자들의 무기력함. 형사라는 직업에 진력을 내면서도, 마음 한 곳으론 형사로밖에 살지 못하는 바보같은 남자들을 보고있자면, 고다가 떠오르기도 하고 고다에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고다도 분명 형사라는 직업에서 떨어져나오면 이 남자들 같겠지.
하지만 고다는 여기 나오는 사람들보다 훨씬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출세가도의 멋진 주인공입니다.


뜬금없는 얘기지만, 갑자기 쇼류가 생각나서.(웃음) 오노 후유미 소설에는 자주 쇼류같은 인물이 등장합니다만, 쇼류처럼 잘 되는 사람은 좀처럼 없습니다. 시귀의 토시오도, 동경이문의 나오시도 끝은 참 찌질구레하지요. GH의 스님은 그럭저럭 잘살고 있습니다만. 쇼류만큼 주변 환경이 따라주는 캐릭터는 좀처럼 없습니다.

지금 나에게 고다가 그런 느낌이랄까. 이런 복에 겨워서 XXX한 놈 같으니.(...-.- 애정발언..일지도)



마구 탈선해서 다시 영화얘기로 돌아갑니다.
<마크스의 산>, <레이디 조커> 두 영화에선 가노검사가 배제됩니다. 그리고 개정 된 문고판 <마크스의 산>과 <석양에 빛나는 감>도 가노가 어느정도 배제되었습니다. 앞으로 가노는 배제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인물이려나.
만약 <레이디 조커>가 또 대폭 개정되어 문고판이 나올 때는 이 이야기에서도 역시 가노는 배제당할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그런 캐릭터, 없는 게 나았습니다. <레이디 조커>에서의 가노는 배제당해선 안 되는 인물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영화에서 안타까운 점 중 하나는 왜 그들이 <레이디 조커>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다 떼어내버린 건, 영화적 구성이나 러닝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레이디조커에서 레이디조커를 빼는 건 대체 뭔 짓? 마치 <마크스의 산>에서 마크스도 산도 등장하지 않는 그런 느낌입니다.

<석양에 빛나는 감>이 지극히 고다의 개인적인 이야기였다면 <마크스의 산>과 <레이디 조커>는 어느 부분 통하는 게 있다고 봐요. 누구에게도 마크스가 있었고, 산이 있었던 것처럼. 범인 외의 사람들에게도 조커(치명적인 약점)는 있고, <레이디 조커>라는 이름 하에 뭉친 그들은 단체이기도 하고 개인이기도 했던 점. 같은 이름이지만 그들의 <레이디 조커>는 각자 달랐다는 점. 그런 것들을 뺀 것은 치명적이었습니다.

그런저런 것들을 생각하는 시답잖은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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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다카무라 가오루 단편집. 형사 하다 그만 둔(혹은 정년퇴직 한) 아저씨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저씨들은 한결같이 찌질합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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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1 02:24 2008/07/11 02:24
Posted by 유우

俺はあんたのもの。あんたは俺のもの。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6/19 01:18

"근일 중에 당신과 방의 전쟁인가."
"그래. 오늘 내일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땐 널 부수게 되겠지. 하나는 그걸 말해 두고 싶었고. 또 하나는……."
또다시 리오우는 눈을 깔고, 살며시 웃었다.
"내 대신 형무소에 들어가 준 남자 한 명, 죽어도 잊지 않을 거야."
"그럼 자고 가. 귀여워해 주지." 카즈아키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전에 침대를 만들자. 우리들의 침대는 돈다발. 침대 아래는 초원. 천개는 맑은 하늘의 흰 구름. 그렇게 건널 강이 삼도천이라도 원망하지 않을 거면, 나는 네 것이고. 너는 내 것이지."

<내 손에 권총을> p.243-244, 다카무라 가오루, 고단샤, 1992




내가 지금 읽는 게 BL이 맞구나. 어허. 22살, 두 사람이 만나고, 처음 헤어질 때 나눈 포옹이 관능적이었다니, 그런 요상한 표현들을 읽으니 참 삶이 공허해집니다.

카즈아키야, 처자 딸린 몸으로 외간 남자랑 바람 피우면 안 된다.


>6/21 추가
저 당시 아직 카즈아키가 처자가 딸리지 않았음이 확인.(대신 건드리는 여자는 있더라-.- 그쪽이 진짜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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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01:18 2008/06/19 01:18
Posted by 유우

うまい。おやすみ。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6/17 03:01

"이거 마셔라."
모리야마는 자신의 잔에 가득 채운 술을 남자에게 내밀며, 한 손으로 마시는 시늉을 했다. 리오우는 잔을 받자 물이라도 마시듯 잔 가득 있던 차가운 술을 마셨다.
"맛.있.다" 모리야마는 초크로 작업대에 히라가나를 썼다. 그리고선 그 아래에 <好吃>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리오우는 자신의 손바닥을 내밀고 초크로 직접 거기에 <맛있다>고 썼다. 그 손바닥을 모리야마에게 보이며 남자는 처음으로 가벼운 미소를 띄었다. 언젠가 본 정기가 스쳤으나, 금세 또 알 수 없어졌다.
"맛있다" 리오우가 말했다.
"이쪽은 요시다 카즈아키. 내 오래 된 지인이지" 모리야마가 말했다.
리오우는 말없이 손을 내밀어, 카즈아키도 한 손을 내밀었다. 상쾌하고 차가운, 살점 없이 부드러운 손이었다.
"맛있어. 잘 자." 리오우는 말했다.

<내 손에 권총을> p.99~100, 다카무라 가오루, 고단샤, 1992




일본어 못 하는 리오우1도 미치겠는데, 할 줄 아는 말이 "맛있어, 잘 자."
이 작가가 날 죽일 셈이야 lllorz
(그 외에 경극분장[당연히 여장]을 한 리오우라든지←비록 사진이라지만 그 묘사에 불타 죽음)

<리오우>와는 정말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만 같은 소설. 여기의 리오우는 좀 더 경솔하고 양아치삘 솔직한 청년. 증오도 호의도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라고 단언하기엔 아직 등장이 너무 없음.(털썩)
전체적으로 소설 느낌이 <황금을~>을 떠올리게 하네요. 이런 치기어린 다카무라 가오루 좋습니다. 초반의 읽는 감은 <리오우>보다 좋아요. 뒤로 가면 어떨지 모르지만. <리오우>는 후반은 잘 읽히는데, 초반이 상당히 버겁잖아요.


이상 1/3 지점에서 짤막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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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확히는 일본어 못 하는 척 하는 리오우. 어쨌거나 초반의 몇 안 되는 등장에선 일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음. 대사 자체도 거의 없지만. 「あんたが仲介をやれ。要么折半? We can make a fortune」이런 식의 언어구사. 일어든 중국어든 영어든, 하나로 통일해 주면 안 되겠니.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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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7 03:01 2008/06/17 03:01
Posted by 유우

황금을 안고 튀어라 : 다카무라 가오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1/29 00:17

황금을 안고 튀어라 - 8점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권일영 옮김/노블마인

잠에서 깨어나면 세계는 점점 어두워지고,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 p.276

제가 연애물 알러지란 건 다 거짓말입니다. 저는 연애물 밖에 안 보고, 연애물 밖에 안 좋아하는, 이를테면 '연애 인간'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카무라 가오루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확히는 20세기의 다카무라 가오루라고 해야 할까요.
중학생 때 한 선생님이 제게 너무 많은 책은 읽지 말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책은 어느 한 연령이 된 후 읽어야 진짜 재미를 알 수 있다고 말이죠. 그건 정말 지당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연령대에 읽어서 맞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대로 작가에게도 그 연령대에 쓸 수 있는 감성이 있다고 할까요.1
작가와 독자의 감성 연령이 맞을 때, 비로소 작품에는 의미가 있습니다.2


20세기에 때로는 유치한 문장과 질풍 같은 연애를 그리는 다카무라 가오루가 지금의 저에겐 맞습니다.
책의 도입부분 한동안 호흡이 맞지 않아 괴로웠던 건 사실인데(작품의 미숙함과 출판사에 대한 불신과 번역이 가진 한계성과 비뚤어진 마음의 복합적 요소 탓) 어느 순간 '다카무라 가오루다, 이거다'하고 번쩍 다가왔습니다.

다카무라 여사 소설의 주인공은 언제나 고독하며 사실 그 안은 유약한, 그런데도 청량감 있는 인물이 많습니다. 사생활에 절조란 건 찾아볼 수도 없는데, 어딘가 투명한 그 느낌이 나를 참을 수 없게 합니다.

코다3는 주인공답게(?) 어딘가 절조가 없는 부분이, 주변 사람을 호모의 나락으로 빠트리는 그런 것들이 좋습니다. 모모와 코다가 물론 좋지만, 전 사실 코다와 하루키의 관계도 좋았습니다.4

이 미묘한 욕망은 뭘까. 에로스의 기준이란 건 개개인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카무라 여사의 이 술에 취한 것 같은 한 없이 몽롱하고 애매한 문장이, 저는 그녀의 에로스라고 생각합니다.(혹은 제가 그녀에게서 느끼는, '나의' 에로스인지도 모르죠) 결국은 사실적인 묘사는 쏙 빠진, 70년대 영화의 괜히 보여주는 모닥불 같은 그런 서술들이 제 감성에 척척 들러붙고, 제가 늘 추구하는 에로스에 마구 직격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의 에로스로 타인을 진동하게 하는 힘이야말로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하는 허튼 생각도 해봅니다. 이 사람은 결국 글쟁이가 될 수밖엔 없었다는 질투와 욕망이, 또 저에겐 있습니다.
과장을 섞자면, 코다가 쌍안경 너머의 모모를 좇으며 모모의 '흥분과 욕정에 빨려 들어갔'(-p.89)던 것처럼, 저는 다카무라 가오루의 20세기 소설에 빨려 들어갈 운명이었습니다.(웃음)

언제나처럼 주인공들이 냄새는 풍기기야 했지만, 소설 안에서 직접적으로 두 사람이 그런 관계라는 걸 인정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너무나 조용하고, 일상적이며, 남성적인 욕망은 느끼기 힘듭니다. 결코 격정적이지 않는, 그렇지만 "모모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도 살아갈 수 없어."(-p.290) 이런 말을 하게 하는 그런 연애입니다.


하드커버판 <마크스의 산>의 마지막 부분을 울다가 이어서 못 봤던 그 심정으로 마지막 4부를 읽었습니다. 데뷔작다운 매끄럽지 않은 구석이 남아있는 소설이지만, 21세기의 다카무라 가오루에게선 느끼기 힘들어진 그런 질풍노도를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모모. 걱정 마. 날 믿어.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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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다카무라 가오루의 연령을 생각하면, 작풍이 바뀌는 것도 당연하단 생각을 합니다. 지금의 다카무라 가오루에겐, 지금의 그 건조하고 고독한 문장이 어울립니다. [Back]
  2. 나는 작가의 감성 연령은 실제 연령보다 젊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Back]
  3. 번역은 고다로 되어 있으나, 다른 고다와 헷갈리므로 여기선 코다로 씁니다 [Back]
  4. "돌았군." 하루키가 웃으며 고다의 옷 속으로 차가운 손을 집어넣었다. 쌀알만 한 젖꼭지를 찾아내더니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며 킥킥 웃었다. 아득한 햇빛이 눈 덮인 들판을 비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키의 물건은 이미 딱딱해진 상태였지만, 이윽고 그것이 분출되어 흐르고 스며들어가는 사막에 누워있게 되리라는 생각이 들자 고다는 또다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 골목에 쌓인 눈을 보면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감격에 눈물을 흘렸던 때의 그 짧은 꿈만 같았다. - p.196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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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9 00:17 2008/01/29 00:17
Posted by 유우

마크스의 산(문고판) : 다카무라 가오루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1/23 01:43


미즈사와의 <마크스>가 속삭이던 어두운 산도, 노무라 히사시를 묻은 다섯 명의 <마크스>의 산도 단순한 키타가타가 아닌, 후지산을 바라보는 키타가타였던가. 정상에 서서 동쪽 하늘을 우러러보려 오르는 산인가───.

-髙村薫『マークスの山 - 下』講談社 p.323


<LJ>를 읽으면서 줄곧 이건 같은 시리즈가 아니라는 위화감이 있었지만, 그걸 말로 표현하는 건 어려웠습니다.
나는 지금,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습니다.

적어도 내 안에선 <마크스의 산>이나 <석양에 빛나는 감>이 연애물이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LJ>는 그런 점에서 전의 두 작품과는 다르다고 나는 느꼈던 겁니다.

전면 개고 된 <마크스의 산> 문고판은 오히려 <LJ>에 가까운, 아니 그것과도 동떨어진 책이었습니다.
마음을 고동치게 했던 격정적인 부분은 빠지고, 그와는 다른 측면에서 사건을 보고 있습니다.
이건 이것대로 좋지만, 아아 뭐랄까. 같은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장르로 다가오는 것도 신선합니다.

그래도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면 연애물이었던 <마크스의 산>이 더 좋습니다. 문고판에서는 미즈사와의 상태가 많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마치코와 미즈사와의 관계도 달라졌고, 결국 마치코의 비중이 줄어들었습니다. 나는 미즈사와가 사랑했고, 마크스가 사랑했던 마치코가 좋았는데 말이죠. 문고판에선 마크스는 결국 마치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명확히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그의 상태로 보아, 마치코에 보이는 집착은 그녀가 특별한 존재란 사실을 얘기해주긴 하지만요. 마치코는 정말 페코 상의 말대로 그저 "머리와 자궁이 연결된" 여자에 불과했습니다.
마치코의 그림자가 희미해진 것처럼, '미즈사와'의 그림자도 희미했습니다. 그저 마크스만이 날뛰었을 뿐입니다. 미즈사와의 마크스, 다섯 명의 마크스. 어쩌면 고다 안에도 숨 쉬는 마크스.

또 하나의 러브라인(?)도 묵살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여자를 모르는 무균배양의 가노"라는 무시무시(?)한 문장이나(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도..도..동..동...저...ㅇ......?) 가노가 고다와 자신의 쌍둥이 여동생의 결혼식에 불참했다는 이야기나. 그런 가노의 연심을 암암리에(노골적으로) 알려주는 장면들이 싹둑 잘려나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가노의 우렁각시 행각은 계속됩니다. 청소해주고 목욕물 데워주고 신발 닦아주고. ... 시집가면 진짜 잘 살겠습니다-_- 딴소리지만, 전 이제 가노가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싶기도 해요. 가노가 행복해지는 모습 좀 봐야겠습니다.
어차피 안 될 거면, 고다는 그만 버리고!(T_T) 차라리 7계의 유키노죠는 어때?! 따위의 권유가 하고 싶어 질랑말랑.(자가발전 너무하다 폭발했습니다. .....)

재미는 있었는데, 뒷 맛 찝찝한 것도 여전한데.
예전 걸 읽었을 때 눈물 펑펑 쏟았던 마지막 장면이 그냥 찡한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LJ>를 읽고 난 후 읽으니, <마크스의 산>의 그 묘한 쾌활함이 마음 편했습니다. 이때의 고다는 딱딱하지만, 그래도 재밌는 사람이었군요. 7계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고다가 오사카 사투리를 쓰자, 가노가 네 사투리는 좋다며 좀 더 쓰라고 하는 부분을 읽다 깨달았는데. 고다가 도쿄말씨를 쓰게 된 건 일을 하면서죠?? 그럼 학생 때, 가노랑 만났던 시절엔 전부 오사카 사투리였단 말인가! 그런 범죄적인 귀여운 짓을 고다는 하고 다녔단 말인가!!! 가노가 고다만 좇아다닌 이유가 있었습니다-_-
아, 하드커버의 <마크스의 산>에서만 두 사람이 고교시절 부터 친구라고 나오는데(<석양감>에선 하드커버판에서도 대학시절친구로 되어 있음) 문고판에선 대학시절로 수정되었군요. 정녕 고교시절 운명의 만남은 없었던 건가요.

>페덱스 아저씨가 눈보라를 뚫고 살포시 가져다주신 <신조>는, 그러나 역시 못읽겠습니다. 서술 부분에 고다를 지칭하는 말이 '고다'가 아닌 '유이치로'란 말이예요.(LJ까진 분명 '고다'였습니다) 나이 마흔 넘은 아저씨를 밑에 이름으로 부르는 거냐;ㅁ; 나는 부끄러워서 읽을 수가 없어;ㅁ;(1화부터가 아니라서 못 읽는 게 절대 아니...게을러서 못 읽는 것도 절대 아닐..지도?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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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01:43 2008/01/23 01:43
Posted by 유우

레이디 조커 : 다카무라 가오루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8/01/16 15:45

이렇게 다소 추상적인 말들을 늘어놓은 것은, 제가 노구치의 심중을 충분히 이해한다곤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만 오늘 문득, 그와 제가 어떤 의미에서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하나는 인간이란 것, 하나는 정치적 동물이 아니란 것, 하나는 절대적으로 빈곤하다는 것입니다.
髙村薫『レディー・ジョーカー 上』 毎日新聞社 p.9



36살의 고다 유이치로. 등산 대신 바이올린을 켜는 고다 유이치로. 때로는 스니커가 아닌 구두도 신는 고다 유이치로. 더 이상 고향 사투리를 쓰지 않는 고다 유이치로. 조금은 지친, 조금은 부드러워진, 그래서 더 야생의 존재가 된 고다 유이치로.

읽으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메모도 남겼지만, 이렇게 되돌아보니 그런저런 고다 유이치로와 반세기 전에 한 나약한 인간이 남긴 편지의 한 토막 밖에 남지 않는군요. 마지막은 한 없이 평화로워 보이기도 하고, 파탄의 말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게 또 자연의 형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고다. 실은 너도 쭉 가노 좋아했지? -_-;;;


>제 안에 두 사람, 그 후의 행방이 전부 그려졌습니다. 그래서 만족했습니다. 자가발전 만땅 상태. 공수 때문에 고민했지만 간단하게 해결했습니다. 고다의 사소이우케>_< 그해 크리스마스엔 그냥 서로 기분만 확인하고, 서로 마구 바빠져서 이듬 해 2월~3월에 겨우 다시 만나 욕구불만인 고다가 덮침.(웃음) 두 사람의 경우 이후 공수전환도 상관없단 생각이 듭니다. 어느 포지션이든 두 사람만 행복해지면....(콜록)
그런데 이건 진짜 진지하게 책을 읽다 생각한 건데, 고다는... 부인이랑 이혼한 후 어쩐지 임O텐션 같지 않습니까? ... ... .... ..... 진짜 가지가지 한다.(그래서 좋아)
고다가 본인 입으로 전부인 키요코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은, 뭐랄까. 이 남자 최악!을 외쳤습니다. 어쩐지 키요코누님(이란 말이 절로..)은 싫단 생각이 안 듭니다. .. 물론 자기 오빠가 먼저 찜해놓은 남자를 가로챈 것은 좀 마음이 아프지만. 고다, 그러니까 결국 너는 같은 얼굴이지만 키요코가 아니라 유스케 쪽을 좋아한 거라니까?


>마지막에 사족.
LJ 영화에서 「とりあえず、刑事しかないんで」란 대사가 추가되어서 좋다고 했는데 소설에도 엇비슷한 말이 나오네요.「心機一転を考えたこともありますが、資格もないし、営業は出来そうにないし。私は一生、警官ですよ、多分」..자각은 있구나. 도키도키와쿠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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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6 15:45 2008/01/16 15:45
Posted by 유우

석양에 빛나는 감 : 다카무라 가오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7/08/14 22:04

<너,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나?> 비로소 그런 것을 생각했다.
하필이면 지금에 와서 사랑을 한단 말인가.

-다카무라 가오루 <석양에 빛나는 감> 2권 p.58, 고려원미디어, 1995, 홍영의 역

킹 오브 찌질 자리를 고다에게 넘겨줘야 할 것인가. 페이지를 더해 갈수록 이 남자의 형편없음을 알고 경악하는 한편, 그래도 좋다고 느끼는 건 역시 픽션이기 때문일까요. 현실에 이런 남자를 알고 있다면 쓰레기라고 한마디 평가하면 그만일 것을. 그 바보 같은 남자의 바보 같은 연애담입니다.
1권에서도 이혼한 아내에 대한 상념에 질질 끌리다가 이젠 아예 친구의 불륜상대에게 빠져선 대놓고 한심한 짓거리를 하지만, 그래도 그 어수룩한 행동들이 고다답습니다. 그 정황을 조용히 지켜볼 뿐인 가노를 생각하면 조금 씁쓸해집니다. 그 한편에선 흰머리가 늘어나도 로맨스 그레이가 될 것이 분명한(!) 가노에겐 되려 멋스런 풍치처럼 여겨져서 몰래 좋아하는 진짜 바보가 여기 한 마리.

가노의 집이 미토란 사실에 잠깐 놀랐으나, 미토의 도련님이란 타이틀이 가노에겐 무척 어울립니다.
살아 생전 미토에 다시 갈 일은 없으리라 했는데, 이로써 미토 갈 이유가 하나 생겼습니다. 도련님네 댁은 미토의 어디쯤이려나요. 후훗. 고다가 우에노에서 조반센을 타고 가노에게 가는 장면이 어쩐지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근데 지명이나 선로이름 번역이 미묘하게 틀립니다^^; '95년이라면 지금처럼 간단히 조회하기 힘들고 지명 같은 경우 특수한 경우가 많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도서관 책인데) 팬을 들고 몇 군데 수정했습니다. 제 책이었다면 아마 이것도 여기저기 줄 쳐졌겠지만 차마 그러진 못하고 작은 마음의 분출입니다;

<석양감>은 전작 <마크스의 산>만큼 턱턱 숨이 막히진 않았지만 역시 마지막은 격렬했고 읽은 후엔 약한 탈력감을 느꼈습니다. <마크스>는 마크스라는 제3의 인물을 관찰하는 느낌이었지만, <석양감>은 고다의 사소설이란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탈력감이 좀 덜했습니다.
<레이디 조커>가 꽤 격렬한 모양인데 시작 전에 숨을 고를 겸 그간 내팽개쳤던 다른 책들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뭐, <레이디 조커>가 일어판 두 권짜리 하드커버라 읽기 부담스러워서 그런.. 것 맞는데요; 하드커버의 문제는 휴대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책 읽을 시간은 출퇴근시간 정도인데. 골골골.

탈력감은 덜했지만, 위험수위 발언은 꽤 많은 <석양감>이었습니다.
고다가 용의자와 사건재현 하는 장면이라던가. 그 포즈도 참 미묘했지만 거기서 「あんた、インポか」라니요오; 정황상 용의자를 흥분시키기 위한 술책이란 건 알겠지만, 부녀의 시선으론 마치 "내가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안 서다니 너 임O지?" 요렇게 보였...ㆀ
타츠오와의 관계도 참.. <마크스>를 읽은 후 재빨리 일본 웹을 뒤지다 타츠오X고다 지지자가 꽤 있는 걸 보고 이건 또 뭔 녀석인가 하며 분노했는데, 왜 지지자가 있는지 알겠습니다. .. 가노, 힘 좀 내 줘.
타츠오는 벌써 「雄一郎。留置場で俺と寝るか可愛がったるぞ!」 요딴 말까지 했다고.(골골골) 고다도 타츠오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고.(.....) 꼴깍. 고다 이 천연마성lll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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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22:04 2007/08/14 22:04
Posted by 유우

마크스의 산 : 다카무라 가오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7/08/08 00:16

요란하게 울리는 하늘에 생명의 소리는 없었다. 바위도 눈도 조그만 풀이끼도 얼어 있었다. 지구는 따뜻한 별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여기서는 자연이며 살아 있는 자야말로 고독이었다.

-다카무라 가오루 <마크스의 산> 2권 p.312, 고려원미디어, 1995, 홍영의 역

추리니 형사니 하기보다, 이건 차라리 치열한 러브 스토리였습니다. 이렇게 격정적인 연애물을 읽은 것은 오랜만이네요. 마음이 고동치고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잠시 쉬어야 했습니다. 그가 마크스였는지, 미즈사와였는지 알 수 없지만 나로서 한 가지 알 수 있는 게 있었습니다. 마크스도 미즈사와도, 마치코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마치코에 대해선 처음엔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했고, 남자 옆에 그저 존재할 뿐인 힘 없는 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다가 <한없이 상냥하고 고귀한, 아름다운 얼굴>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중에 그녀는 너무나 컸고, 또 고독해 보입니다. 그녀가 마치 돌을 맞는 마리아처럼 보였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끔찍했던 어린 시절에서 성장이 멈춰버린 듯한 마크스의 여린 뇌를 생각하고, 그 안에 어둠과 마치코라는 여자의 빛과 그들의 고독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과연 그 새벽의 빛을 발견했을까. 남은 것은 마크스의 격정을 조용히 삼켜버린 산뿐입니다.

다카무라 가오루는 의도적으로 연애관계를 피하는 오노 후유미와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작갑니다. 오노 후유미가 자신의 캐릭터를 연애관계로 빠트리지 않는 점이 좋은 것처럼, 다카무라 가오루의 온통 끈적끈적한 점도 좋아요. <리오우>가 특수한가 했더니 <마크스의 산>도 그렇군요.
아무리봐도 다카무라 여사에게선 무지막지 부녀의 냄새가 풍기는데 말이지요-.-(의도한 바가 아닌 천성적인 거라면 이게 바로 신의 손? 콜록콜록) 개인적으론 무척 불순한 의도로 책을 들었던 나로선 등장 횟수가 손에 꼽지도 못할 정도인 가노에게 안타까워하고, 주인공인데도 역시 등장이 많다고 볼 수 없는 고다도 그렇고 진짜 두 사람이 친군지 의문이 들 정도로 두 사람 컷이 없다는 것에 속터져하며 그래도 간간히 내비치는 이상야릇한 공기에 망상의 나래를 막을 길이 없습니다. 아, 진짜 고다 이 쪼다 같은 놈;ㅁ;(애정발언입니다)
자신의 절친한 친구와 친여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가노의 심정을 생각하고 고다에게 달려가서 박치기라도 해줘야 시원할 것 같은데.(그냥 바빠서 못 간 걸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레이디 조커> 마지막장을 훔쳐보고 단말마를 질렀습니다. 이런 동인지 같으니;ㅁ;ㅁ;ㅁ; 고다는 계속 쪼다(..) 같은 모양이라 어쩐지 안심하고 있습니다.

7계의 다른 사람들도 좋은데, 특히 별명들 센스가;; 고다의 파트너 별명이 모리 란마루. 거기에 바람의 마타사부로니 페코 씨니, 지하철에서 읽다가 구를 뻔했습니다. 7계시리즈라고 단행본 미발표작인 일련의 연재작이 있는 모양인데 이걸 또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옥션에도 없고, 올라와도 초고가인 모양인데 말입니다;ㅁ; 또 프리미엄의 늪에 빠져야 한단 말인가....lllorz


여타의 형사물도 그렇듯이 읽고 나서 무지 찝찝하고, 그 찝찝함이 좋습니다. 어서 <조감>도 읽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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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8 00:16 2007/08/08 00:16
Posted by 유우

리오우 재감상 쓰기 X일 전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7/08/07 23:58

첫 번째 감상은 여기

읽기는 읽어도 감상을 쓸 정신은 어디론가 가 버려서 슬픈 근래입니다.
그래도 리오우는 일단 쓰고 봅시다. 이미 기억에서 잊히고 있지만요.

당초에는 책을 읽으면서 체크했던 대사들에 대한 코멘트를 쓸 예정이지만, 방향을 바꿔서 읽으면서 읽은 후에 생각했던 단상들을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 (7/12) 리오우 라이센스가 나온 것이 4년 전. 표지도 다소 미묘하지만, 편집도 미묘합니다.
상업지라기보단 동인지를 보는 듯한 장정입니다. 번역도 미묘합니다. 손안의책의 거의 전속 번역가인 듯한(;) 김소연 씨(본업은 어느 출판사 편집자라던가^^;) 번역은 좋아하고 있고(워낙 좋아하는 작품만 하고 있어서 그런지;;), 손안의책에서 나오는 책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씨 하나하나 정성들였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데.
아직 미묘합니다. 이렇게 미묘할 수가.(웃음)
일단 기본적인 번역은 직역의 냄새가 강하고 오역이 아닌가 싶은 부분도 아주 가끔 보입니다. 또, 교열할 때 잡아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매우 수상한 문장들도 간간이 있네요. 이런 부분까지 다 합쳐서 사랑스러워 보이니 이건 대체 무슨 콩깍지ㆀ


리오우라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도 새로운 맛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 그야말로 청춘의 폭풍을 맛봤다면, 지금은 에로티시즘의 극한을 맛보고 있습니다.
이 내용이 이렇게 끈적끈적했던가. 표현 하나하나가 정말 낯부끄러워서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참 잘 읽힙니다ㆀ
카즈아키의 그 가벼운 듯 무신경한 성관념이 꽤 마음에 듭니다. 성적인 장면이나 표현이 많이 나오지만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것들은, 남근적인 남성성이 아닌 어디까지나 여성이 그려낸 판타지적인 남성성이란 느낌이 강합니다. 그런 부분이 전 꽤 좋습니다.
리오우도 그런 리오우를 좇는 카즈도 아름답습니다.

리오우는 그저 카즈아키의 심장에 자신의 귀를 대고 그 소리를 들었고, 카즈아키도 똑같이 한 후, 서로의 심장에 번갈아 입맞추었다

휘리릭 장을 넘기다가 마지막 장면을 다시 읽고 너무 부끄러워서 울었습니다. 사람이 너무 부끄러워도 울 수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울다가 내릴 역에서 못 내리고 지각할 뻔 했습니다;;(예전 감상엔 이 부분이 진짜 좋았다고 써 놨네요. 네, 좋았어요 다시 봐도;;) 우오오. 진짜 너네 너무 부끄럽다T_T 이 두 사람은 분명 가장 순수한 욕정으로 서로에게 끌리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성욕으로 보이지 않는 게 참 이상합니다. 저런 부끄러운 짓을 대낮에 풀밭에서 하는데 말이죠. ... 38살 좋은 나이의 남자 둘이.


: (7/30) 70년~80년대는 어느 나라건 하나의 격동기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일초일초가 전부 격동기지만요. 시간이 지나면 분명 지금 이 순간도 그렇게 생각될 겁니다. 그런 격동기에 휘말린 청춘의 단상은 좋아하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제겐 아직 멀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시기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고, 그 사람들이 바로 주변에 있다고, 그 자체가 나에겐 판타지입니다. 오히려 훨씬 먼 시기 백 년, 그 이상 오래된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사담이 길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내 아버지, 내 부모, 그들이 리오우나 카즈아키와 동시대 인물이란 걸 생각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들을 보면서는 쉽게 연결짓지 못했던 일들이, 오히려 너무나 판타지적인 특수한 이 소설이기 때문에 생동감을 가지고 내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잊어버린 그들의 청춘을 생각하고, 21C가 된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이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되어 또 나를 가슴 뛰게 합니다.


: 정말 썩은 관점이긴 한데. 두 사람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뒤로는 그 후 두 사람이 과연 어떻게 발전했는지 심히 궁금합니다. 그전까진 분명 두 사람은 플라토닉이었을 겁니다. 그렇고 그럴만한 시간 여유도 없었고 말이죠. 두 사람 다 기본적으론 여성을 좋아하고 말이죠.

나는 두 사람이 타카후미와 케이 같은 관계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두 사람 다 타카후미도 케이도 아니지만요. 두 손 꼭 붙잡고 천년만년 살아줬으면 좋겠단 말입니다. 남부끄럽게. 아핫핫. 상자우리의 외전인 <억새들판>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에 이런 게 있습니다. [이전과 비하면 분명히 횟수는 줄었지만, 이 나이가 돼서도 아직 키타가와는 자신을 원하고 있다] 풉.(...) 이런 관계였다면 좋겠다는 겁니다. 리오우와 카즈아키도.

같이 살게 되었어도 각자의 인생이 있고, 또 좋은 여자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그래, 여자들 만나도 좋지만 잠은 꼭 코타랑 셋이서 천개 달린 리오우 침대에서 함께 자라.(웃음)
두 사람이 나이를 먹어도 계속 깨끗하고 담백하고 열정적인 관계이길 바랍니다. 바람과 망상이 따로 놉니다.(미안, 내 머릿속에서 두 사람은 이미 갈 때까지 갔.....lllorz)

덧. 손안의책에 올렸던 <내 손에 권총을>의 일부분. 리오우와 카즈아키의 부부싸움ㆀ

"하라구치는 누가 반해도 무리가 아닌 훌륭한 남자였다. 你也看中了他. 我才看不透哪.和我你背了约.(당신도 그에게 반했던 거야. 난 알 수 있어. 내 약속을 깬 건 당신이야.)"
리오우는 그렇게 말하고 선글라스를 벗었다. 5년 만에 보는 맑은 눈에 지금은 가혹한 격정의 빛이 있었다. 거의 물고 늘어질 듯한 그 눈은 이 장소의 비즈니스완 무연의,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혼잣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것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즈아키 단 한 사람이었다. 무엇이 말하고 싶은지 반쯤은 알았지만, 반쯤을 알 수 없었다.
"坐窝儿我没的约定了…….(나는 애초에 당신과 약속 같은 건 아무것도 한 적이 없었어)"
"你忘记了, 但我不会忘记.(당신이 잊었어도 나는 잊지 않아)"
리오우는 한 손에 잡고 있던 선글라스를 다시 쓰자마자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것과 동시에 그 입가엔 훌륭한 상업용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다카무라 가오루『내 손에 권총을』, 강담사, P.28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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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23:58 2007/08/07 23:58
Posted by 유우

리오우 : 다카무라 가오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5/09/23 21:16

"세월 따위 세지 마. 이 리오우가 시계다. 당신의 심장에 들어 있어."
"심장에?"
"움직이지?"
"아아……, 심장이 임신한 것 같은 기분이야."
"그거 기쁘군. 오싹오싹한데……."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오싹오싹합니다.
사실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도서관에서 빌린 지 꽤 되었는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방치해 두느라 23일 반납일이 되었을 때 아직 상권 중반정도 까지 밖에 읽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는 수 없다, 상권까지만이라도 읽자란 기분으로 새벽에 읽다가. 결국 너무 재밌어서 하권도 들고 말았습니다. 읽는 데 까지 읽으려고 했으나, 좀 더 힘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원래 페이스대로 상세히 읽고 있을 시간은 없어서 부분부분 속독으로 넘긴 것이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정말 오랜 만에 책 읽다 지쳐 잠들기를 실행하고. 꿈 속에서도 나는 리오우에 홀려 있었고. 잠에서 깨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페이지도 많지 않고 작은 책인 것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만. 저에겐 무리한 페이스라 거의 기진맥진.
여하튼 무사히 다 읽고 반납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소설은 제 기대를 모두 무너트렸습니다. 내용도 분위기도. 언제나 제목을 보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 그게 보기 좋게 배반당하기 일쑤라서 미지의 책을 읽는 건 즐겁군요, 정말. 단순히 기분전환이었습니다, 이 책을 집은 것은. 어째선지 BL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킬러가 나오고 한다는 것 같으니까 약간은 음울한 빛깔이 감도는. 내 안의 '리오우'는 그런 음울하고 조용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유쾌하다 못해 발랄한 이 정신 없는 남자는 대체 어디에서 떨어진 겁니까.

남자는 터무니 없이 경쾌하며 우아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순간에도 우아한 남자. 몇 개나 되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몇 개나 되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몇 개나 되는 얼굴을 가진 남자.
그리고 그 남자에게 반해 버린 것이 주인공, 카즈아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청춘물의 극치!
사실 청춘물이라고 불리는 것은 강렬한 이야기가 많고(강렬하다 못해 난잡한 사생활이 늘어서 있는 것들도 많고-_-) 통 좋아할 수 없었지만, 이건 정말 좋았어요. 처음부터 카즈아키의 어지러운 생활에 대한 서술은 움찔하게 했지만, 그게 전부 리오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할까♥

22살에 잠시 만났던 두 사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켜가는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벗어난 이야기 소개지만. 그 사이 각자의 삶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확실히 말해 BL은 아닙니다. 다소의 동성애적인 관계도 나오지만, 리오우와 카즈가 그런 관계였던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심장에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가슴 떨렸습니다.
코우타에게 아버지가 두 명 생겼다는 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 뉴O뉴O이 생각났다고 제 입으로 어떻게 말합니까. 이 낯뜨거운 아저씨들 같으니-_-

2권에선 시간을 마구 뛰어넘어 결국 둘 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신선한 냄새가 났습니다. 사랑의 힘이 사람을 젊게 만드나(먼산)



위의 문장은 카즈아키가 꿈 속에서 리오우를 만난 장면. 너무 좋아서 메모해 두고 말았습니다.
8월 초에 손안의 책에서 할인할 때, 몇백원 때문에 배송료를 물게 되어서 이걸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만 뒀는데. 大후회 중입니다. 그 때 이것도 샀으면 배송료도 안 물고, 싸게 사고, 또 좀 더 일찍 행복했을텐데. 역시 망설일 때 지르고 보는 게 정답인 모양입니다. 덧붙여 9월 29일에 샤바케가 나온다고 해서 우울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9월 중순 전까진 나오길 바랐는데... 인생, 뜻대로 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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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3 21:16 2005/09/23 21:16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