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의 늪'에 해당되는 글 390

  1. 2010/05/06 유우 우행록 : 누쿠이 도쿠로 (2)
  2. 2010/04/13 유우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 아리스가와 아리스
  3. 2010/04/07 유우 오카모토 기도 괴담 선집 : 오카모토 기도 (日) (2)
  4. 2010/04/04 유우 신 결혼시대 : 왕하이링 (2)
  5. 2010/04/01 유우 그게 결론이라면, 그걸로 좋다 (8)
  6. 2010/03/29 유우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 마크 해던(글, 그림)
  7. 2010/03/29 유우 인형 탐정 시리즈 (1), (2) : 아비코 다케마루
  8. 2010/03/06 유우 고백 : 미나토 가나에
  9. 2010/03/02 유우 [만화] 시귀 1~5 : 오노 후유미&후지사키 류
  10. 2010/02/25 유우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노리즈키 린타로
  11. 2010/01/29 유우 천 년의 침묵 : 이선영
  12. 2010/01/18 유우 수역(水域) 1화 : 우루시바라 유키 (《애프터눈》 2010년 1월호) (6)
  13. 2010/01/16 유우 회유의 숲 : 하이바라 야쿠 (2)
  14. 2010/01/15 유우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 모리미 도미히코
  15. 2009/11/17 유우 안녕 캐러밴(Good-bye the caravan) : 쿠사마 사카에 (2)
  16. 2009/10/15 유우 요무요무, 십이국기 페이지 개설
  17. 2009/10/11 유우 ZERO : 후지타 타카미 (2)
  18. 2009/10/04 유우 낙조의 옥(落照の獄) : 오노 후유미 (日) (2)
  19. 2009/09/25 유우 Yes, It's Me : 야마시타 토모코 (2)
  20. 2009/09/14 유우 야마시타 토모코 신작 두 권 (2)
  21. 2009/08/26 유우 Double Mints : 나카무라 아스미코
  22. 2009/08/23 유우 낙원(에덴)의 트릴 1~6 : 후지타 마키 (4)
  23. 2009/08/21 유우 용신의 비 : 미치오 슈스케 (日) (4)
  24. 2009/08/13 유우 소년 H : 세노 갓파
  25. 2009/08/09 유우 고스트 헌트 11 : 오노 후유미& 이나다 시호 (4)
  26. 2009/08/04 유우 사슴 남자 : 마키메 마나부 (6)
  27. 2009/08/04 유우 기담─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 : 아사노 아츠코 (2)
  28. 2009/07/27 유우 토요일은 광란, (2)
  29. 2009/07/09 유우 태양을 끄는 말 / 표지 (4)
  30. 2009/07/08 유우 이게 무슨 반전인가 (2)

우행록 : 누쿠이 도쿠로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5/06 21:17

우행록 - 10점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비채

저는 정말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치졸한 문장으로 다 읽고 난 후의 이 순수한 두근거림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내용에 대해 서투른 수식어를 붙이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아요.
깨끗한 '흰색'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괜스레 내 시커먼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무슨 의무감인지 리뷰를 씁니다. 리뷰가 아니라 개인적 감상에 대한 단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는 수다.
말해 두지만, 이 리뷰는 읽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리뷰를 읽기보다 그냥 책을 읽으세요.


살해당한 일가족.
좋은 직장에 다니는 훤칠한 남편,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친절한 아름다운 아내,
부부를 똑 닮은 천사 같은 남매를 난도질한 범인.
이 교과서적인 가족에게 과연 누가 원한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미궁에 빠진 잔인한 사건에 흥미본의의 시선을 보내고, 수군거리고, 제멋대로 논평을 답니다.

좋건 나쁘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 기억에 또렷이 남는 죽음.
그리고 소설은 또 하나의 '아주 작은'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명백하게, 하지만 모든 상황을 위에서 지켜보는 독자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대다수의 사람이 금세 잊어버릴 흔해빠진 죽음 이야기를.


죽음조차 누군가의 죽음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누군가의 죽음은 가십조차되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못하겠네요. 두고두고 오르락내리락하기보다 쉽게 잊히는 죽음이 개인적으로는 좋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죽음을 다루는 무게는 죽음마다 다릅니다.

죽음은 어떤 죽음이든 비극인데 말이에요. 똑같은 무게의 비극인데 말이에요.

누구나 삶의 어느 부분에서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듯이.
때로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치장해서 자기합리화하기도 하고, 평생 괴로워하기도 하고, 어느새 좋은 추억처럼 이상하게 변질되기도 하고, 죽음을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일 이유가 되기도 하듯이.
죽음도 그런 건데 말이에요.

그런 비극을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 엮은 이야기입니다.
특이한 방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더러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판타지가 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이 책의 인터뷰어는 착실하게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네요.
나는 이 인터뷰어를 마음대로 상상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은 또 어떤 어리석은 짓을 하며 살았을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채 그저 묵묵히 사건을 엮어 갑니다.

나는 이 소리없는 남자의 나약함이나, 상냥함이나, 잔인함이 좋았어요.
사건의 심판자이자, 더 큰 어둠의 거미줄에서 버둥거리는 작은 파리 한 마리 같은 그 남자.─그런 사람이 아닐까 멋대로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여러 사람이 말하는 '부부'의 모습이 때로는 180도 달랐듯이, 결국 이야기를 다 읽고 각 인물의 인물상은 독자마다 다 다르게 잡았을 거예요. 어쩔 수 없죠. 우리가 보는 모든 건 다 주관적인 시점이니까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는 책에 대한 단상도 있고, 문득 떠오른 제 개인적 체험에 대한 단상도 있습니다.
어디까지 책 이야기인지는 이 글을 읽어준 분들의 주관적인 생각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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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21:17 2010/05/06 21:17
Posted by 유우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 아리스가와 아리스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13 04:13

행각승 지장 스님의 방랑 - 10점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아쉽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쉽다"는 말로 하고 싶네요.
그러고 보니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 빗나간 책은 없었습니다.
일단 캐릭터가 재미있어요.
솔직히 저처럼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본격 추리는 매력적인 장르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 언젠가 이야기했듯이, 이런 이야기의 '캐릭터 형성'이 꽤 좋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끝에는 에헴 하고 살짝 잘난 척하는 탐정님도 귀엽고, 탐정님을 우러러 보는 (서술자를 포함한) 여타의 소시민들도 재미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클리셰한 듯하면서 독특한 맛이 난단 말입니다.

이 소설의 탐정은 "행각승 지장 스님"이십니다.
고행을 찾아서 하는 일본의 슈겐도라는 종교(불교의 일파)의 스님이시죠.
(저는 여기서 《남자에게 차여서 시코쿠라니》의 니나찌를 떠올리고 말았다는, 콜록.)
방랑하는 스님이란 것도 수상한데, 그 차림은(슈겐도 행자의 보통 차림입니다만;) 더더욱 수상하기 짝이 없는. 가사에 염주를 메고, 한 손에 금강지팡이, 허리에 나각.(여기서도 역시 언제 어디서곤 뿌우~하고 나각을 불던 니나찌가 생각났음ㆀ 요는 지장 스님처럼 이상한(?) 사람이…현실에도 있다는 거;;)

그런 사람이 토요일 밤이면, 항상 단골들이 모여 있는 바 '에이프릴'에 와서 네코이가 내미는 '던힐' 담배를 피우고, 언제나 '보헤미안 드림'이라는 칵테일을 마시며, 두 잔째 즈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서술자인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라는 운을 떼어야 하지요. 그것이 토요일 에이프릴 바의 규칙.

지장 스님이 방랑하면서 겪은 기이한 살인사건 이야기는 그렇게 매주 이어집니다. 스님이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면, 바에 모인 단골들(=독자)이 범인을 추리합니다. 마지막에 스님이 에헴 하고 결론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정말 경험한 일인지 의심하지 말 것.

솔직히 평범한 인간이 이렇게 수십, 수백 건의 살인사건과 '우연히 맞닥뜨'린다면 일본은 씨가 마르겠죠. 살인의 천국이 될 겁니다.(..)

내가 말하자 그는 안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냈다. 검은 광택이 흐르는 회전식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이 나라에 권총이 이 정도로 보급되어 있을 줄이야. -p.208~209
권총으로 살해된 전 야쿠자의 사건에서는 이런 말도. 그렇지. 조직원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다고 소설에서는 그러지만(..) 너도 나도 권총을 꺼내는 사태에 대해 지장 스님이 먼저 시비를 거십니다. 후후.

정말 그런 가장 무도회가 있었나? 정말 직접 겪었을까? 정말…. 이런 의심을 하면 이야기를 즐길 수 없어요.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열심히 지장 스님의 말을 기울이면 됩니다. 다른 건 할 필요 없어요! 그게 규칙.
열심히 기울이고 열심히 추론을 펼쳐봅니다. 틀리면 틀리는 대로, 맞으면 맞는 대로 '에헴'입니다. 지장 스님이 다음 주에도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적당히 틀려 주는 것도 미덕입니다.

저처럼 애초에 트릭이나 범인 찾기에 손을 든 독자는 지장 스님의 입담, 범인 찾기로 시끌시끌한 바의 단골의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아쉬운가 하면, 이 이야기가 시리즈가 아니라 이 책으로 완결을 짓기 때문입니다.
매주 이야기를 풀어가던 지장 스님(선생님?)이 없으면 계속될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
마지막은 이렇게 해야 하겠지만, 왜 이렇게 끝내는 걸까. 한 10권쯤 내줘도 될 것을. 이런 욕심이 듭니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여행하는 추리소설의 화신일 겁니다. 미스터리의 천사예요."
아무렇게나 한 말이건만 일동은 몹시 좋아하며 그 천사를 위해 건배하기로 했다. 마스터를 포함해서 전원이 각자 물 탄 위스키니 진피즈 잔을 들었다.
"천사를 위해."
"천사를 위해."
미스터리의 천사를 위해."
"허튼 이야기를 위해."
"우디릉의 천사를 위해."
"명탐정 지장 선생님을 위해."
술잔이 쨍 하고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우리는 모두 그를 사랑했다. -p.362


어느 하늘 아래에선가 또 이야기를 풀어낼 추리소설의 화신, 미스터리의 천사, 지장 스님을 만날 날을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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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3 04:13 2010/04/13 04:13
Posted by 유우

오카모토 기도 괴담 선집 : 오카모토 기도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7 04:18

岡本綺堂 怪談選集[文庫] (小學館文庫) (文庫) - 10점
岡本 綺堂/小學館

사랑하고 은혜로운 아오조라 문고를 애용하다가 결국 책으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글은 책으로 읽어야 맛이 납니다. 최근 열심히 모으는 건 (여전히) 오카모토 기도의 괴담, 기담집.
《한시치》도 좋지만 역시 괴담을 이야기할 때의 오카모토 기도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제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너무 많은 괴담을 남겼고, 또 너무 많은 버전으로 나와 있기에 책을 고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만,
저는 아주 속물적으로 아마존에서 가장 많이 팔렸고 비싸지 않은 순서로 책을 고르고 있다는 거. 후후.
(직접 보고 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변명을, 잠시)

이 책에는,

〈도네 나루터(利根の渡)〉
도네의 나루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람을 찾는 장님의 집념어린 과거 이야기

〈원 숭이의 눈(猿の眼)〉
눈을 가려 놓은 원숭이 가면 이야기

〈뱀의 정령(蛇精)〉
뱀을 기가 막히게 잡는 땅꾼(..은 사실 아니지만) 부자(父子)의 비밀

〈영험한 우물(清水の井)〉
아름다운 청년이 비치는 우물에는….

〈게(蟹)〉
게의 복수

〈외다리 여자(一本足の女)〉
아름답지만 다리가 하나뿐인 여자의 비밀

〈피리 무덤(笛塚)〉
세상에 둘도 없는 피리를 둘러싼 저주

〈그림자를 밟힌 여자(影を踏まれた女)〉
십오야의 밤에 그림자를 밟혀 미친 여자의 이야기

〈백발귀(百髪鬼)〉
매년 시험장에 나타나는 머리가 하얀 여자

〈요파(妖婆)〉
눈 이 거세게 내리는 날 길가에 구부리고 앉은 기묘한 노파를 둘러싼 무사들의 이야기

〈투구(兜)〉
돌고돌아 한 집안에 다시 돌아오는 투구의 정체

〈장어의 저주를 받은 남자(鰻に呪われた男)〉
장어를 산 채 잡아먹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의 기구한 사연

〈검둥이(くろん 坊)〉
원숭이도 인간도 아닌 '검둥이'가 불러온 한 가족의 참화

이렇게 13편의 괴담이 실렸습니다.
작품 제목만 나열해도 괴담집이란 느낌이 확 들지 않나요?


《한시치 체포록》을 읽어 주신 고마운 분이라면 알겠지만, 오카모토 기도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쿠쾅! 하고 임팩트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따금 몸이 부르르 떨리는 정도지요. 그렇게 부르르, 부르르, 열 몇 번을 하고 나면 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와서 밤을 지새우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요.
'공포'라기보다는 '정체모를 것에 대한 인간적인 혐오감'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혐오감이라고 하면 또 어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게》도 무서웠고(잠시 게 요리가 먹고 싶어지지 않는 데 효과가 있음), 무엇보다 《백발귀》가 오싹했어요.
《백발귀》의 서술자 '나'는 변호사를 목표로 공부하는 서생 시절, '내'가 사는 하숙집의 주인은 기품 있는 부인입니다. 부인에게는 한 번 시집 갔다 돌아온 아름다운 딸이 있고요. 그 딸과 심상치 않은 관계인 남자는 같은 하숙집에 살고, '내'가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부자에 똑똑하기까지 한 이 선배가 이상하게 변호사 시험에 낙방을 거듭하지요.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한 선배에게 '나'는 그가 시험에서 떨어진 이유를 듣게 됩니다.
매년 시험을 볼 때마다 백발의 여자가 그의 곁에 서 있어서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죠.
여기까지 매우 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마디가 아주 섬뜩한 이야기예요.

정통 괴담을 그리면서도, 그 문체는 여전히 담담하기 이를 데 없고,
때로는 괴담을 과학으로 풀려고 하는 사도 같은 짓마저 오카모토 기도답게 우아합니다.
이야기 하나만 두고 보았을 때는 7,8점 정도인데 여러 편을 모아두면 9점, 10점이 되는 작가예요.
덕분에 그만 오카모토 기도 삼매에서 빠져나와야 하는데 통 못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오카모토 기도의 첫 느낌은 교고쿠 나쓰히코였는데(특히 교고쿠가 미미부쿠로 등의 고전 소설을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놓은 《구 미미부쿠로》 같다는 느낌이었는데), 읽다 보니 그보다는 오노 후유미의 《괴담 초지》가 떠오르네요.
낡은 도시 전설을 뻔뻔하리라 만큼 무미건조하게 엮어나간 이야기집입니다. 무미건조하지만 뜻밖에 따뜻한 이야기나, 눈물 나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괴담이니 도시 전설이란 결국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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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04:18 2010/04/07 04:18
Posted by 유우

신 결혼시대 : 왕하이링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4 02:32

신 결혼시대 - 8점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비채

젠궈는 어깨에 아주 큼직한 가방을 메고도 다른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더 들고 있었다. 가방 무게로 인해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이 완전히 꼴불견이었다. 배용준의 그림자는 고사하고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로 비쳐지지 않으면 다행일 모습이었다. 샤오시는 젠궈의 그런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아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보지 않으면 속이 상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p.256~257
그러고 보니 중국의 현대 소설을 진지하게 읽었던 적이 있었나?
언제나 들춰 보는 것은 역사서나 고전 시가, 이렇게 '중국적인 생활감에 넘치는' 작품을 처음 읽는다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낯설지만 어쩐지 반가운 이 느낌. 일본 소설은 워낙 많이 나와 있어서 일본의 '심플한' 가정에 우리는 꽤 익숙해져 있지만, 사실 중국의 이 '복작스러운' 가족 관계가 우리가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처럼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메인은 도시 여자와 시골 남자지만, 그와 얽혀서 두 커플의 애정담(?)이 나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몇 부분인가는 조금 괴로워하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읽었습니다. 읽기 어렵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서요. 이 소설의 분위기는 주말 8시에 하는 가족 드라마 같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얽히고설킨 관계. '뭐, 저런 시부모가 있어!'라고 화내면서 다음 주를 열심히 기다려서 시간에 맞춰 보고야 마는 그런 드라마요.
전체적인 전개도 드라마 같은 느낌이지만(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 원작의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했었다고!) 구석구석의 서민적인 냄새가 킁킁 나는 게 참 그렇더군요.

그런 과장된 상황극이 싫다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게 그렇게 '심한'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화를 내면서도 보게 되는 건 역시 어딘가 내 처지(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의 처지)와 비슷한 구석을 느끼기 때문이고, 그렇기에 등장인물이 대신 언젠가 역경을 딪고 행복을 찾는 모습에 대리만족을 기대하고 마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시골에서 어렵게 공부해 베이징에 올라와 성실히 사는 젠궈와 천상 도시 태생 여자인 샤오시의 부부 관계에서, 어릴 적 일들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굳이 여기서 가족사를 들출 생각은 없지만(웃음).
균등한 발전 어쩌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나라도 지방과 도시의 차는 명백히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으로, 전혀 다른 환경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더 할 나위 없는 가까운 사이로 맺어졌을 때 그 차이는 치명적일 수도 있죠. 책 뒤표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두 사회의 결합이야. 네가 시골남자에게 시집가면 너는 물론 부모까지 시골사람이 되는 거라고!"
와와와. 극단적인 말이네요. 하지만 이 말을 '아니다'라고 부정할 수 있을까요? 이 말에 옳소, 그렇소, 암요, 하고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와 똑같은 문제가 제 주변에, 그리고 아마 누구나의 주변에 흔히 일어나고 있다는 거죠. 편견, 오해, 남들이 보기에 무척 사소해 보이는 작은 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는 결혼이 말예요.
결혼할 나이가 되니, 참 이런 소설이 남일 같지 않아서 이렇게 흥분을…=_=ㆀ

눈이 돌아갈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연애 이야기도 아니고, 오히려 '그럴 줄 알았어! 악!' 하는 전개의 연속이지만,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고, 읽고 나서도 개운합니다. 어쨌거나 해피 엔딩인 드라마처럼 말이죠.
중간중간 배용준이나 잘 사는 나라 한국 이야기가 나와서 미묘한 웃음 포인트를 자극하기도 하고. 후훗.
중국 소설, 하면 떠올리는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스러운 느낌(?)이 드니, 처음 접하기에 좋은 소설일 듯하여요.

그나저나 중국의 생활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남자가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하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습니다. 이러면 결혼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걱정마세요. 저는 평생 개랑 같이 엄마에게 빌붙어 살 예정, 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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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02:32 2010/04/04 02:32
Posted by 유우

그게 결론이라면, 그걸로 좋다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4/01 17:33

<레이디 조커> 문고판 받았습니다.
제대로 즐기려면 뒤를 보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나가야겠지만,
늘 사도를 꿈꾸는 저는 종장을 먼저 읽었습니다.
얘기대로 정말 가필수정된 게 보이더군요.

*이하 스포일러와 망상이 잔뜩*



만우절 농담 같지만 정말 문고판 가필수정 이렇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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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17:33 2010/04/01 17:33
Posted by 유우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 마크 해던(글, 그림)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3/29 03:08

쾅! 지구에서 7만 광년 - 8점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비채

"그러면 이 장소……, 이 행성……, 이건……."
"털석."
"뭐라고?"
"털썩. 그게 이름이야." 브리트니가 다리 하나를 삭막한 풍경에 대고 흔들었다.
"털썩!? 내가 들어본 이름 중 최고로 한심하네."
브리트니는 단호하고 화가 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우리 말로는 가장 심각하고도 찬란한 이름이라고."
"아."
"너네는 '달'이라는 말이 있지? 그건 우리말로 하면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야."
-p.232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악동'인 짐보와 짐보에 뒤지지 않는 악동 찰리,
짐보와 물어뜯기가 일상인 철없는 누나 베키가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 선생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

무슨 밑도 끝도 없는 황당한 줄거리 요약이냐고 해도, 정말 이런 내용이니까 하는 수 없습니다.
조금 뻔하지만 뻔하지 않게 유쾌한 소설이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다 문제투성이에, 엉망진창입니다.
실직한 짐보의 아빠. 프라모델에 미쳐서 집안일은 나 몰라라.
실직 전의 아빠보다 더 잘 버는 엄마와 이혼할 위기를 느낄 만큼 요리 솜씨가 형편없는 남자죠.
그런데 짐보가 용돈을 털어 사온 요리책을 보더니, 나중에는 무슨 요리왕이 될 기세로….
요리책 하나로 가능한 거야? 아니, 그럼 그 전에 요리는 대충 마음 내키는 대로 해서 그 지경이었던 거야?
여러모로 추궁해보고 싶지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니 넘어가기로 합시다.

남자들이 약간 오타쿠 기질이 충만하다면, 여자들은 다소 '과격파' 쪽인 것 같아요.
프라이팬을 마구 던지는 찰리의 엄마나…. '털썩 성'에는 가지 않았지만 훌륭하게 외계인을 후려쳐서 퇴치한(..) 베키나.
그런 캐릭터가 뒤죽박죽 얽혀서 뜻밖에 절묘한 균형을 이룹니다.

비채에서 나온 책은 대부분 만듦새가 감각적이고, 예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좀 튑니다.
책 중간중간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마크 해던 글, 그림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작가의 그림인 듯!),
큼직큼직한 만듦새가 눈에 확 뜁니다. 시원시원한 전개와도 어울리고요.

일단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있습니다만,
저는 굳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은 연령층을 꼽자면 10대 후반~30대 중반으로 하고 싶군요.
물론 이 시원시원한 전개의 리듬을 가장 신나게 탈 수 있는 연령은 그보다 좀 더 아래인지도 모르겠지만,
《은하수..히치하이커》를 떠오르게 하는 말장난의 묘미는 오히려 성인용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요컨대 읽는 연령대에 따라 재미의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저한테 '청소년 소설'은 오히려 더 음울하고 고난스러운 느낌인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했습니다.
굳이 어리지 않아도, 굳이 SF 팬이 아니더라도, 한바탕 신나게 즐길 만한 책입니다. 더불어 선물용으로도 유용할 것 같네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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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03:08 2010/03/29 03:08
Posted by 유우

인형 탐정 시리즈 (1), (2) : 아비코 다케마루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3/29 02:56


인형, 탐정이 되다 - 7점
소풍 버스 납치 사건 - 9점
아비코 타케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북홀릭(bookholic)

아비코 다케마루라고 하면 일단 《살육에 이르는 병》이라는 제목부터 음산한 책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겠지요.
전 사실 아비코 다케마루라고 하면, 조반센(도쿄에서 미토로 가는 전차 노선) 역 중 하나인 '아비코 역'(..)과 오노 주상을 '누님'으로 모시는 귀여운 후배라는 이미지가 먼저 각인된 인간입니다. 늘 그렇듯이 이쪽 패밀리(?)는 책을 읽기 전에 주상의 인터뷰나 주상에 대한 코멘트로 먼저 알게 되었으므로(..).
첫인상만으로 따지면 《살육..》보다 《인형 탐정 시리즈》 쪽이 제 안의 '아비코 다케마루'와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이 표지를 보고 깜짝 놀라기는 했습니다.
표지가 잘못 된 건 아닌가 하는데, 옆 사무실 K님께서 '표지 그대로의 내용이다!'라고 강력 추천했던 게 생각나서 2월의 어느 무료한 날 이 책을 덥썩 집었습니다.

아,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가장 유쾌했어요.
주인공이 유치원 교사와 어른이 되다 만 듯한(..) 인형사(복화술사) 청년&청년의 파트너인 인형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헐렁헐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약간 맥이 빠지는 이 템포가 좋았어요. 긴장감 넘치고, 머리를 쥐어짜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잘 정돈된 이야기니까요.

첫 권인 《인형, 탐정이 되다》는 주인공들의 만남과 몇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집이고,
《소풍 버스 납치 사건》은 유치원 소풍날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룬 장편입니다.

《인형, 탐정이 되다》는 솔직히 오노 주상의 저주받은 괴작(..) 《생일 전야..》를 떠올리게 해서….
아니, 뭐. 그 작품처럼 엉망진창은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 패턴이…!!!!
분명히 역경도 고난도 없지만, 진도도 안 나갈 것 같은 두 사람의 연애 방식이…!!!!!!
아, 오글오글한 손발을 펴가면서 실컷 웃었습니다.

《소풍 버스 납치 사건》은 두 번째 권이기 때문인지, 장편이기 때문인지, 내용이 더 안정감 있게 흘러갑니다.
두 사람의 헐렁~한 관계도 슬슬 적응이 되고, 얄미운 사랑의 방해꾼(?) 또는 라이벌(??) 인형 마리오의 막말도 귀엽고 말이죠!
뭐, 연인으로 진도가 안 나가도, 이렇게 셋이 알콩달콩(..) 살아도 좋겠다 싶습니다만.

물론 그러면 안 되겠죠. 후반부에 깜짝 강력 라이벌도 출연했고. 아시다시피 제가 야쿠자에 좀 약합니다ㆀ 자칫하면 이쪽 노선으로 응원할지도 모르니, 요시오 군, 분발 좀 해 주시길.

국내에는 일단 위의 두 권이 나와 있고, 3, 4권도 발매 예정. 알라딘 '새로나올 책'에 3권이 6월 발매 예정으로 되어 있는데 과연 어찌 될지요. 여하튼 여름 즈음에는 이 유쾌한 이야기의 뒤를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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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9 02:56 2010/03/29 02:56
Posted by 유우

고백 : 미나토 가나에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3/06 03:07

고백 - 7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화제의 신인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입니다.
출판사에 다니면서 이 작품 샘플 번역을 수차례 받았을 정도로 여러모로 눈에 띄는 작가, 눈에 띄는 작품이에요.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다소 쇼킹한 광고문구도 눈에 띄는 데 한몫하겠지요.

줄거리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싱글맘인 중학교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학교 수영장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사고사로 처리된 이 사건이 사실은 교사네 반 아이 둘에 의한 살인이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입니다.
챕터 별로 교사, 범인 소년 A, B, 동급생, 범인의 가족이 사건 전후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도 독특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데뷔작부터 충격적(또는 자극적)인 소재로 주목을 끄는 작가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다만 아시다시피 저는 충격적인 소재에 충격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도 어디에서 놀라야 할지 조금 고민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다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읽기 쉽게 요리한 점은 칭찬할 만합니다만.
아니, 읽기 쉽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어쩐지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백 형식이란 것도 어찌 보면 산만할 수도 있고요. 읽는 중에 속도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데,
붙잡으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습니다. '꺼려지지만 잘 읽히는', '속도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다 읽어버리는' 그런 오묘한 책입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곤란합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하지만, 배경 없이 작품만으로 봤을 때 아쉬움도 큽니다.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네요.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일상적인, 평범한, 그 속에서 팡 하고 일어나야 충격적인데, 이 소설에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설정이 겹치고 또 겹치고 다시 겹치다 보니 막상 팡 하고 터질 때의 감흥도 수조 속 일처럼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한 때 불량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선도하는 열혈 선생, 에이즈환자, 미혼모, 그런데 이 미혼모의 정혼자였던 사람이 바로 그 에이즈에 걸린 열혈 선생, 그리고 미혼모 담임의 후임으로 온 선생님이 열혈 선생의 제자…이런 설정이 억지스럽다 못해 개그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작가의 의도(유머)라면 또 모를까, 이건 좀 아니잖아요?;

치밀하게 짜인 듯하지만 실상은 등장인물 간의 접점이 약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고백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그 인물과 인물 사이에 좀 더 치열한 무언가가 아쉽습니다.
작가의 문장이 더 밀도가 높았다면, 더 간절했다면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은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직 그 정도로 문장이 농익지는 않았더군요. 충격적으로 보일 단어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음은 충분히 엿보였지만, 그 단어를 잘 요리하는 법은 아직 서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데뷔작인데 문장까지 화려하면 귀염성이 없겠지만.


그런 단점들을 두고도 화제를 충분히 끌 만한 작품이었고,
어쩌면 그런 단점이 있기 때문에(덜 치밀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게 잘 읽히는 소설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이것도 다 작가의 계산은 아니겠지…?(그렇담 정말 무서운 작가다;;)

첫발을 내딛고,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에 여기서 정체하고 마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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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6 03:07 2010/03/06 03:07
Posted by 유우

[만화] 시귀 1~5 : 오노 후유미&후지사키 류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10/03/02 18:01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 만화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악감정이 엄청나게 어리석고 부조리적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2권까지 읽고 좌절한 후로 계속 책을 묵혀두다가 드디어 리밴지했습니다.


이 정도로 과감하게 내용을 해체해서 재조립하면서도,
원작의 내용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작가가 원작을 얼마나 많이 읽고 고민하고 공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2권까지 읽으면 그냥 원작의 골격을 배끼기만 한 것 같아
작가가 정말 원작을 읽었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3권부터는 과감한 재구성을 시도하면서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더군요. 역시 초반에 포기하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 점에 대해서 높이 평가해야 하고, 억지스러울 정도로 과감하고 화려한 연출도
'원작이 있지만' 그래도 '후지사키 류다움을 잃지 않는' 부분으로 평가해야겠지요.

교고쿠 나쓰히코마저 패러디 <지귀>를 쓰고 넙죽 사과했을 정도로
오노 후유미 팬들은 엄청나게 보수적인 구석이 있는데,
그들에게 비난 받을 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노선을 택한 것에서도
인기작가의 배짱이랄까…소신이랄까…그런 것들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만화는 확실히 '졸작'은 아닙니다. 꽤 괜찮은 만화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만화도 아닙니다. 저 역시 열렬히 환영할 수만은 없는 심정입니다.


여전히 드는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원작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캐릭터들 때문이기도 하고
(이 부분은 그래도 익숙해질 여지가 있지만)
후지사키 류 식의 개그와 과장이 섞인 연출 스타일이 저랑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문제라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아요;)

제반 설명을 담당하는 1,2권은 여전히 좀 피로감이 느껴지더군요.
3권부터는 이야기 자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속도감이 붙습니다.

소년만화의 느낌을 강조해서, 원작의 미묘한 청년들의 관계(....)를 많이 죽였음에도
여전히 미묘한 그들(.....) 때문에 좀 웃었습니다. 어떻게 각색해도 당신들은.........


아무래도 나츠노가 가장 '소년만화의 히어로' 같아서인지('소년'이기도 하고) 5권까지는 나츠노가 많이 부각되지만, 이 뒷부분은 어쨌거나 누군가 주인공 자리를 넘겨받아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
또 연이은 비극들(개인적으로는 다나카가의 비극이 가장 좋기도 하고, 신경도 쓰이네요)을 어떻게 '후지사키 류 식'으로 요리할지도 궁금해집니다.

4권의 마지막 즈음의 토오루가 나츠노를 뒤에서 덮치는 장면도 제가 좋아하는 비극 중에 하나인데,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부각시켜 주어서 기뻤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굴러갈지. 중간에 토시오 편도 진행되었지만, 아직 그다지 토시오의 감정이 확실히 느껴지지 않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어쨌거나 뒷부분의 진행에 토시오의 선동은 중요하니까)
지켜보겠습니다. 욕도 하고 칭찬도 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메구미의 고스로리 복장은 그렇다치더라도 고참 간호사 야스요 씨의 망사스타킹+가터벨트는 받아들이기 어렵네요ㆀ 거참.

>일단 1~5권은 일어판만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7권까지 나온 것 같지만 더 이상 일어판을 모을 생각은 없고, 한국어판을 기다리는 중. 기회가 되면 한국어판 1~5권도 구경해볼까 합니다. 일어판의 빼곡한 글씨 압박에 괴로웠는데, 한국어판도 그건 어쩔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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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18:01 2010/03/02 18:01
Posted by 유우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노리즈키 린타로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2/25 12:52

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10점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비채


아름다운 처녀 메두사—아름답기에 신의 사랑을 받은 처녀,
신의 사랑을 받은 탓에 저주받은 처녀.
누구나 메두사를 마음속에 품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절대로 보려고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인지도 모릅니다.
진실이 꼭 불행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린타로는 역 안에서 전화번호부가 놓인 공중전화를 찾았다.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족이라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를 찾아내기까지 무척이나 고생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속도로 거리에서 철거된다면, 문화재보호법 대상으로 지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p.234

중심 내용과 아무 상관도 없는 부분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글의 분위기를 전하기는 딱 좋은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주제는 무겁지만, 문장이 유쾌합니다. 읽다 보면 책의 두께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진도가 나가죠.

추리소설가이자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우연히 저명한 조각가 가와시마 이사쿠의 죽음에 관여하게 됩니다. 이사쿠는 한없이 자연사에 가까운 죽음이었지만, 문제는 그가 죽기 직전에 완성한 마지막 작품에 있었죠. 장례식으로 바쁜 와중에 마지막 작품, 이사쿠의 아름다운 외동딸, 에치카의 나신 조각상의 머리 부분을 누군가 댕강 잘라가 버린 겁니다.
누가 ‘머리를 잘랐는지’, 왜 ‘잘랐는지’, ‘잘린 머리’는 대체 어디에 있는지?

사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후 조각상의 모델이 된 에치카가 실종되고 16년 전 사건이 얽히면서… 이러저러한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고.(후후)

재미보다 트릭보다 제가 놀란 것은 이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 노리즈키 린타로의 장편소설이란 점이었습니다. 요즘 일본추리소설 팬이라면 너도나도 ‘신본격!’을 외치지만 사실상 신본격의 기수라 불리는 작가의 작품은 매우 느릿느릿 들어오고 있어요. 본격이 일반 독자에게 여전히 자리 잡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지요. 일반 독자에게는 여전히 본격이 낯선 가운데, 일본추리소설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광고 문구에는 ‘본격’이란 말을 엄청나게 어필하는 게 또 아이러니입니다. 다행이랄지, 근래 들어 이름만 무성하던 작가의 작품이 열심히 나와 주는 걸 보면, 이제 다들 말만 ‘본격 본격’이 아니라, 정말 본격을 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시 유스케 : 결코 다른 미스터리를 비판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본격 미스터리는 처음 읽었을 때의 놀라움이 전부라는 이미지가 있었죠. 그렇지만 잘 만들어진 본격 미스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트릭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도 무척이나 세밀한 복선을 즐길 수 있더군요.
-p.538(노리즈키 린타로 인터뷰 by 기시 유스케)

소설 뒤에 작가와 기시 유스케의 대담을 실은 것은 탁월했습니다. 저는 특히 기시 유스케의 이 말이 인상 깊은데, 사실 저도 예전에는 그놈의 ‘본격’이 도통 좋아지질 않았습니다.
본격은 여운이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했지요. 솔직히 저처럼 트릭이 얼마나 정교한지, 범인이 얼마나 천재적인지, 심지어 범인이 누구인지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본격은 큰 매력이 없어요. 누가 범인이든 별로 중요하지 않고, 그렇게 놀라지도 않는 인간이니까요.(그러면서 무척 사소한 일에 패닉에 빠질 정도로 경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게요게, 읽다 보니 매력이 새록새록 보이는 장르인 것 같습니다. 일단 인물들 하나하나가 매력적이고요.
특히 이 소설의 탐정, 명탐정이라기는 미묘하게 무능한 린타로 군.
헛다리를 한 번 두 번 마구 짚더니, 잔챙이 악당의 연기에 껌뻑 속기도 하고, 결국 아버지 노리즈키 경시에게 혼나는 못난 아들. 이건 뭐야, 눈썰미는 좋지만, 탐정이 아니라 그냥 오지랖이 좀 넓은 것뿐이잖아, 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한 주인공의 좌충우돌 행태가, 매우 귀엽습니다.
등장인물이 다 죽도록 팔 꼬고 있다가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의 천재성을 증명하는 탐정보다 훨씬 인간적이고요.


노리즈키 린타로 :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발생하는 과정을, 깜빡하고 내릴 역을 지나치는 감각처럼 써보고 싶었습니다.
-p.541(노리즈키 린타로 인터뷰 by 기시 유스케)

아하, 그렇군요. ‘사람들 사이의 오해’에서 ‘사람들’은 독자를 포함한 사람들일까요? 벅적벅적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독자도 오해에 한몫하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입니다. 치열하게 범인이 누군가를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속아보는 건 어떠신가요?
헛다리 짚는 우리의 탐정과 함께 독자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정신없이 돌다보니 뜻밖의 진실을 씁쓸한 뒷맛과 함께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작품 안에 조각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이 굳이 가독성을 방해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퍼즐이 되죠. 물론 원서로 읽었다면 머리를 감싸 쥐었겠습니다마는. 작가의 치밀한, 주인공의 조금은 엉성한 인간미…하지만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서 전율을 느낀 요소는, 추리를 떠나서 매우 훌륭한 가족 애증극이라는 사실이지요! 메두사라는 소재만으로 저는 충분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150% 충전한 듯한 떨림을 맛보았습니다. 본격 추리로서의 훌륭함은 물론이지만, 그 이전에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란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추리소설, 본격, 이런 말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이야기 자체로 즐길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독서였습니다.
이걸 계기로 노리즈키 린타로 작품이 밀물처럼 쏟아지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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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12:52 2010/02/25 12:52
Posted by 유우

천 년의 침묵 : 이선영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1/29 04:48

천 년의 침묵 - 8점
이선영 지음/김영사


현자 피타고라스와 절대적인 신성 지역인 현자의 학파.
올곧고 우직했던 현자의 수제자 디오도로스가 괴한에게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비밀의 수를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리라' 라는 책 표지의 문구며,
제목 <천 년의 침묵>이 가리키는 '피타고라스의 정의'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는 부분에서
<다빈치 코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근질근질함이 느껴집니다.
이런 광고가 분명히 대중에게 크게 어필하겠지만 이것때문에 꺼리는 분도 생기겠지요.
저도 사실 후자의 입장이었습니다만, 일단 손에 들으니 참 잘 읽히더군요.
오호, 역시 책은 뭐니뭐니해도 잘 읽히는 게 우선입니다.

수학을 소재로 했다는 것 때문에 상당히 차가운 소설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
초반부는 확실히 그러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저는 굉장히 끈적끈적하게 읽었습니다. 아니, 이상하다는 말이 아니고요.
버석버석 메마르지 않고 적당히 수분을 함유했다는 말입니다.

수학적인 이야기가 주르륵 나오다가
─다행히 머리를 쥐어뜯을 이야기는 아니고,
오히려 지금 우리는 아주 기초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인데,
이런 부분이 소설의 매력을 더합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것을(사실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되는지도 모르지만)
신성하게 여기고 환희하고 의심하고 연구하는 모습이
소설의 배경 속으로 독자를 빨려들어가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현듯 아네모네 타령에, 이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분명히 사랑이 이 소설의 또 다른 테마이고, 저는 오히려 수의 비밀을 찾는 숨막히는 전개보다
그 물밑에 흐르는 갖가지 아름답거나 추악한 애정의 행태가 더 신경 쓰였습니다.
'아네모네'라는 말로 경고했듯이 어느 연인도 행복한 길을 걷지는 못하지만요.

사내들은 많은 것을 위해 살고 또 죽는다. 명예, 권력, 더 높은 지혜와 지식…… 그 같은 이름을 붙여 자신의 존재를 높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눈앞의 이 여인은 오직 사랑만을 좇고 있다.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안한 줄도 모른 채 또 한 사람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p.223

현자의 정숙한 아내이자 두 제자의 연인인 테아노의 데일 듯한 사랑이며

사랑의 궁극은 물이지요, 물!
(중략)
"무릇 남녀 간의 사랑이란 물처럼 만난 후 흘러가 넓은 대양에 이르는 것이겠지. 그러나 너와 나의 사랑은 불이니라. 뜨거움으로 화르르 타올라 종국에는 재와 연기밖에 남지 않는 것이지." -p.248

제 손을 피로 물들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잔인하고 순수한 에우니케의 사랑이며
사랑보다 욕망으로 가득했던 코레의 사랑이며
조용하고 영민하지만 업보로 가득했던 다모의 사랑이 책 안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 이야기를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 참으로 애욕적인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이렇게 읽는 사람이 저 말고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읽든 저렇게 읽든 재미있게 책을 읽고, 재미있는 책을 써 준 작가에게 감사할 줄 알면 되는 거라고 (제멋대로) 믿습니다.

살인사건의 배후는 일단 책 소개만 봐도 누구인지 자명하고,
선과 악이 제법 또렷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밉게 느껴지는 사람은 없더군요.
그림자가 엄청나게 희미했던(이게 이 사람의 속성인 듯;) 카리톤 같은 인물도 꽤 좋아합니다. 실제로 있다면 절대 친구하고 싶지 않지만요.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많은 등장인물이 나왔는데 책은 너무 짧네요. 금방 읽혀서 좋았지만요.
좀 더 인물들의 갈등이나 정욕이나 슬픔이나 욕망 같은 게 치열하게 전개되었다면
'천 년의 침묵'이 가진 의미도 더 무거워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하지 않았지만, 부족한 부분은 분명 있었습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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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9 04:48 2010/01/29 04:48
Posted by 유우

수역(水域) 1화 : 우루시바라 유키 (《애프터눈》 2010년 1월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10/01/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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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만에 등장한 우루시바라 유키의 신작입니다. 연재를 계속 챙겨볼 수는 없지만 첫화가 실렸다는 《애프터눈》 1월호를 사 보았습니다. 지난호라서(곧 3월호가 나올 시기이니) 체크하고 계셨던 분께는 완전 뒷북이 되겠습니다.

배경이 모호했던 《충사》와는 달리 이번에는 현대입니다.
주인공은 중3 여자아이 카와무라 치나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찌는 듯한 여름 날.
운동장을 달리다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진 치나미는 눈을 뜨자 낯선, 그러나 기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산 속 마을에 서 있습니다.
공기가 깨끗하고, 맑은 물이 풍족한 그곳.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물'을 매개로 현실과 그곳을 왔다 갔다 하며 아마도 '어떤 기억'을 연결하는 이야기입니다.(아마도 연발=ㅅ= 1화만 보았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1화에서 나온 단서로는 그곳이 (외)할머니의 고향이고, 치나미도 2살쯤에 가 본 적이 있다는 것밖에는 정확한 정보가 없네요.

1화를 본 감상은. 위의 사진에 있는 표지 느낌 그대로 입니다.
숨막힐 듯한 자연에 대한 묘사가 여전히 무척 아름답습니다.
작가도 말했지만 참 계절과 안 어울리는 이야기지만,
지금의 계절을 잊고 정말 무더운 여름 날 계곡에 놀러간 듯한 기분을 맛보게 하는,
씹으면 조금 씁쓸한 풀 냄새가 날 것 같은 만화입니다.
무대는 다르지만 《충사》의 분위기를 좋아했다면 안심하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가 후기로 봐서는 어쩌면 여름이 올 즈음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역시 정확하지는 않고요.
어쨌거나 월연재라고 하니(《충사》는 격월연재) 여름이나 늦어도 가을에는 단행본을 볼 수 있겠네요^_^


>그나저나 《애프터눈》 2월호부터는 야마시타 토모코의 신작도 연재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BL로 대성한(?) 야마시타 토모코는 사실 《애프터눈》의 신인상으로 데뷔한 작가인데,
아는 사람 알다시피 도작 의혹으로 거의 매장당하다시피했던 어두운 과거가 있어서
(실제로 작품을 읽어 보지 못해서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절대로 이쪽에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겠다 했는데. 정말 야마시타 토모코가 뜨기는 떴나 봅니다.
옛날에는 청년지에서 연재 하나 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는데, 작년의 모 작품들을 보고,
이 사람은 BL단편이 가장 어울린다고 마음을 굳힌 고로…… 솔직히 불안합니다=.=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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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8 23:28 2010/01/18 23:28
Posted by 유우

회유의 숲 : 하이바라 야쿠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10/01/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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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遊の森 : 灰原薬 (太田出版 / 2010年1月)

회유어라는 건 말이지. 먹이나 수온의 변화, 성장 과정에 따라 해류를 타고 생식 해역을 바꾸는 물고기를 말해. 그중에서 본래의 생식 해역을 넘어 흘러가는 것도 있는데, 다다른 곳이 번식하게 적합한 장소라고는 할 수 없지.
대부분이 환경 변화에 버티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는단다. 그걸 '사멸 회유'라고 하는 거야.
-제7화 <사멸 회유>

오랜만에 오리지널 스토리로 돌아온 하이바라 야쿠입니다.
에로틱F에서 연재한 작품이라 사실 불안이 컸는데, 상당히 무난했습니다.
이러니까 되레 아쉽네요, 쩝. 띠지도 약간 쇼킹한 무언가를 원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야기 설명 다해 놓은 띠지 때문에 약간 김이 빠졌습니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헉' 하고 놀라야 할 부분을 먼저 알려 주면 어떻게 이 사람들아T_T

일곱 가지 이야기로 꾸며진 옴니버스인데, 각각의 주인공은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애정을 품은 사람들입니다.
옴니버스인 만큼, 각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 주인공들이 살짝 얽혀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정상인으로 보였지만요. 어쩌면 조금쯤 이상한 것이 정상인 걸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두 편이 마음에 들었어요.

제6화 '유령배'. 애처가인 노교수가 느끼는 은밀한 죄책감.
물에 가라앉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의 비쥬얼이 무척 아름다워서,
그 손을 넋 놓고 바라보는 남자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죄악이란 이름의 애정, 찌르르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죄와 두려움과 애정이 뒤죽박죽 섞인 감정이 좋습니다.

제7화 '사멸 회유'는 교사와 여고생의 흔한 사랑 이야기예요.
여자주인공 미요의 차가운 성격이 마음에 듭니다. 자칫하면 중2병으로 보일 컨셉이지만요.
언젠가는 사멸될 사랑에 대한 회의라거나, 마지막에 살짝 엿보이는 소녀스러움이 저는 좋았습니다.

장편도 단편도 무난하게 소화해 내는 작가란 참으로 귀합니다.
음, 다음에는 좀 더 파국으로 치달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콜록)
Arcana에 실었던 단편처럼 상큼발랄귀여운 이야기도 좋고요.
뭐가 되었든 앞으로 1년에 2권 정도는 보고 싶다고 하면 너무 욕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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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유우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 모리미 도미히코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1/15 02:42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 10점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비채

다다미 넉 장 반, 책상 하나와 침대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차는 넓이.
둘이 자려면 서로 발을 보고 자야 한다는 바로 그 넓이.
길을 잃고 구룡성에 들어왔다고 착각하게 하는 다 쓰러져 가는 3층 목조 건물, 꾀죄죄한 다다미방(나는 여기에 다다미 벌레가 살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설명만으로 퀴퀴한 지린내가 날 것 같은 이 방이 주인공의 대학 생활을 함께 보낸 끈끈한 동반자입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또 다른 악연의 동반자가 있지요. 갓 태어났을 때는 천사와도 같던 ‘나’를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바꾼 것은 다름 아닌 영화 동아리 ‘계’, 히구치 스승님의 제자, 묘한 동아리 ‘포그니’, 비밀 조직 ‘복묘 반점’에 가입한 탓이고, 그곳에서 만난 타기할 벗 오즈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가입한 동아리가 많은가 하면. 사실 주인공이 가입한 동아리는 한 군데뿐이에요.
이 소설이 정신없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재미도 있지만, 정말 정신도 없음).
소설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챕터가 일단락되고 앞으로 어떤 전개가 될까 두근두근 다음 장을 넘기면, 끝없는 기시감의 향연이.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들이 두두두두 하고 뻔뻔스럽게 펼쳐집니다.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있어요. 변한 것은 ‘내’가 속해 있는 동아리뿐이고요.
속한 동아리는 바뀌었으나 나는 여전히 썩어가는 청춘이고, 사나이의 육즙이 흠뻑 밴 다다미방에 살고 있으며, 여자친구도 없고, 타기할 벗 오즈와 친구 사이입니다.

권영주 선생님이 번역 후기에서도 말했듯이 마치 여러 선택지가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주인공은 4가지의 선택지 사이에서 쓰디쓴 청춘을 맛봅니다. 그러나 처한 위치(=속한 동아리)가 바뀌니 시선이 조금 바뀌면서 한 이야기로만은 알 수 없었던 인물들의 비밀이 감질 나게 벗겨지지요.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이야기 〈80일간의 다다미 넉 장 반 일주〉에서 ‘나’는 해피 엔딩을 맞습니다. 물론 상황이 크게 바뀐 건 아니지만. 아니, 다다미 넉 장 반에서 나온 것은 엄청난 혁명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타기할 벗 오즈가 함께하는 이상 ‘나'의 대학생활이 꽃처럼 향기롭지는 않을 터. 그래도 뭐, 나름 좋지 않습니까. 그것도 다 청춘이니까.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정말 인간이 아니라 누라리횽이 아닌가 싶은 오즈의 인간다운 모습(?)도 마지막에 살짝 엿볼 수 있었고, 아카시 군이라는 여자친구도 생겼으니 우리의 주인공도 조금쯤 철이 들 날이 올지 모르겠습니다.

‘교토 작가’라는 별명답게 작품마다 교토의 모든 부분을 남김없이 활용합니다. 개인적으로 또 다른 '교토 작가' 마키메 마나부보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교토가 더 마음에 듭니다.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을 읽고 나면, 너도나도 가는 은각사, 금각사가 아니라 나무 냄새 나는 뒷골목 사이를 아주 숨가쁘게 달리고 난 느낌이 들거든요.

항상 교토를 노숙자처럼 여행해서 그런지 저에게 교토는 뭐랄까 제 청춘의 가난한 한 페이지예요.
이 소설 속의 쪄든 청춘을 보면서 어쩐지 내 그 오덕오덕하고 가난한 청춘도 괜히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그립네요. 교토 가고 싶네요. 생각보다 꽤 하천스러운 가모 강도 보고 싶고.
물론 나방 군단은 사양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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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5 02:42 2010/01/15 02:42
Posted by 유우

안녕 캐러밴(Good-bye the caravan) : 쿠사마 사카에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11/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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さよならキャラバン : 草間さかえ (小学館/2009.09)

9월 야마시타 토모코와 쿠사마 사카에의 非BL 만화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접근 방법이 같았기 때문인지(코노하라 소설 삽화로 보고 반해서 만화책을 찾아 본)
제 안에서 두 작가는 비슷한 부류예요. 뭐랄까 동물적인? 감각적인?
두 사람 다 지극히 BL적이란 느낌이 있어서 非BL 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이 좀 이상야릇했는데.

야마시타 토모코는 역시 약간 실패한 기분이었습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BL이어야 용서가 되는 '첫눈에 반하는 도키메키와쿠와쿠'란 텁텁한 뒷맛이 남았지요.
반면 쿠사마 사카에의 순정 만화. <안녕 캐러밴>은 솔직히 말해서 어중간한 BL보다 좋았습니다.
아니, 쿠사마 사카에의 BL이 어중간하다는 건 아니고. 살짝 쇼타(;)를 사랑하는 경향 때문에 쿠사마 사카에의 만화는 좋아하는 것과 약간 꺼려지는 게 섞여있기는 했어요. 그게 순정만화로 표현되니까 거부감이 스르륵 사라진 겁니다.

똑같이 감각에만 의지한 동물적인 만화를 그리는데 쿠사마 사카에의 순정만화가 빛을 발한 이유는
쿠사마 사카에가 가진 독특한 '마법같은 분위기'가 더해져서인지도 모릅니다.
마법이야 말로 비바★순정만화다운 요소 아니겠습니까.

특히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장식하는 기이한 이야기가 '마법 같은' 쿠사마 사카에의 분위기를 잘 살려 줍니다.
이 책은 단편집이라기보다는 연작이란 느낌인데요.
물론 주인공은 바뀌지만, 하나의 공간─평범하지만 '마법이 살아 있을 것 같은'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토메 스토리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마을의 두 꼬마와 이상한 시계방 남자+말하는 고양이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예요.
배경이 되는 시대가 현대인지 근대인지 미묘한 분위기인 것도 마음에 듭니다.

특별하지 않지만, 소소한 두근거림. 강렬함을 추구하는 BL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그런 일상적인 감정과 따뜻함이 녹아든 판타지.
개인적으로는 삼촌을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인 <오늘은 일진도 좋은데(本日はお日柄もよく)>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한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빠. 씩씩한 엄마와 둘이 살던 하루코 앞에 나타난 낯설기만 한 남자.
아빠의 남동생 료헤이, 어린 하루코가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여자아이는 삼촌에게 쓰고 있는 안경을 달라고 떼를 쓰는데, 그 안경을 받아든 그 순간,
안경대에 남아 있는 체온을 느끼며 마치 '신체의 일부를 건네받은 것 같다'라고 표현하는 그 오토메함!
메가네 페치가 아니고서 이런 대사를 날릴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드네요. 후훗. 메가네 페치 동지로서 무척 기뻤습니다=ㅅ=

하루코는 그날부터 줄곧 료헤이만 보고 사는데 주변에서는 모두 그건 다른 종류의 애정이라고 말합니다.
남녀간의 사랑은 좀 더 태풍 같은 것이라고요.
엄마의 재혼이 결정된 날,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한 료헤이. 문병간 하루코에게 무심코 진심을 흘리는 료헤이.

그렇구나. 이 사람 마음은 줄곧 엄마 거였구나.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태풍이 왔다.

료헤이 마음속 태풍을 깨닫는 그 순간, 하루코의 마음에도 태풍이 찾아온 그 순간이
꼭 <핀업스타>에서 주인공이 모든 것을 깨닫는 그 순간처럼 저를 요동치게 만들었습습니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말해 두지만, 두 사람은 피도 섞이지 않았고(아빠와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거라)
호적상으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그런 반인륜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웃음).
그래도 어쨌든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거지만.
하루코가 아주 진취적이니 료헤이는 결국 끌려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뒤의 다른 단편에 슬쩍 두 사람의 애정이 잘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왔고요, 호호호.

보너스인지 살짝 BL스러운 단편도 하나.
뭐, 어쨌든 응원해 주고 싶은 커플들 뿐이네요. .....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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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7 16:21 2009/11/17 16:21
Posted by 유우

요무요무, 십이국기 페이지 개설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10/15 20:31

고단샤 십이국기 페이지 ▶ http://shop.kodansha.jp/bc/books/junikokki/
요무요무(신쵸샤) 십이국기 페이지 ▶ http://www.shinchosha.co.jp/yomyom/12kokuki/index.html


이런 미묘할 때가.
지난번처럼 매진되고 난리가 나고 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이번 요무요무도 호평. 아마존 요무요무 12호 서평이 죄다 <낙조의 옥> 서평.(예상한 일이지만)

팬들이 실망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은 모두 기우였군요. 그냥 주상이 써서 다들 좋다고 하는 것 같기도.
저도 좋았지만요.(웃음)

요무요무에 새로 개설된 페이지의 '금박 두른 십이국 지도' 인상적이네요. 나름 좀 더 세세하고요(웃음)

그나저나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네요.
주상은 대체 뭘하고 계신지도 잘 모르겠고요. 요즘 몇 가지 행보에 대해 저는 이해가 가지를 않아요.
원래 그랬던 사람이지만, 자신의 작품에 너무 차가운 사람이에요. 그런 모습까지 다 좋아하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그게 팬으로서 너무 슬퍼요.


고단샤는 고단샤 나름 출판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십이국기>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신초샤는 신초샤 나름 열렬한 반응을 보인 <히쇼의 새>나 <낙조의 옥>을 놓아 줄 것 같지 않고.

독자로서는 신초든 고단샤든 상관 없으니 어쨌거나 하루 빨리 책으로 엮인 이야기가 읽고 싶을 따름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요.

주상, 십이국기 뒷편 이런 거 됐으니까 단행본으로 3권 정도 되는(당연히 2단) 신작 하나 내주면 안 되나요.
장편이 그립네요. 이제 본격에 대한 미련도 버렸으면 하고요ㅜㅠ(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물우물) 주상 문체로는 차라리 사회파가 더 낫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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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5 20:31 2009/10/15 20:31
Posted by 유우

ZERO : 후지타 타카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10/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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ゼロ : 藤田貴美 (幻冬舎コミックス/2009.09)

<EXIT> 연재를 버려 놓고 작년에 뭔가 열심히 그리더니 그 결과물이 단행본이 되어 나왔습니다.
이게 얼마만에 나오는 신작인가요. 반가움에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제6국의 공주가 구출되었다. 이름은 비비에나, 당시 7세.
제2국에 인질로서 시집가서 13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들었어? 제2국 포로 이야기!"
"그래, 그래.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라고. 그 이야기 진짠가."
"혼례 날에 시종의 증거로 낙인을 찍었다는군."
"아직 쪼그만 어린애였잖아. 그것도 여자애."
"따라간 유모는 왕의 측실로 삼고 신부의 방은 구출될 때까지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감옥…
연회석에서는 성에서 기르는 사나운 짐승들에게 공주를 쫓게해 놓고 그걸 왕족들이 웃으면서 술을 마시며 구경했다지?"

7살의 나이에 정략 결혼으로 제2국으로 시집간 제6국의 왕녀 비비에나(ビビエナ).
혼인의 날 노예의 낙인이 찍히고 13년간 지하 감옥에 갇혀 왕족의 유흥거리로 살아온 비운의 공주님과,
13년만에 고국의 병사들에게 구출된 공주를 제4국의 왕에게 운반해 주는 의뢰를 받은 외눈의 운방상 장(ザング),
그리고 공주님의 호위 토키오(トキオ).

세 사람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한 권입니다. 정략 결혼의 비극과 영원한 로맨티스트의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비약일까요. 여하튼 설정 자체는 클리셰하고, 토키오의 정체도 처음부터 어쩐지 알 것 같지만, 후지타 타카미와 사막은 왜 이렇게 어울릴까요. 텁텁하고 까끌거리는 이 모래 씹는 맛.
달콤한 모래를 목으로 넘기는 그런 맛.

네타를 하자면 공주님은 물론 진짜 공주님의 대리이고, 호위인 토키오가 진짜 비비에나.
(참고로 표지의 저 멋진 청년이 토키오입니다=.= 즉, 공주님.)
운반상 장은 실은 제4국 왕실의 정통을 잇는 왕자로 비비에나의 진짜 약혼자. 그러나 약혼하는 날 배다른 형의 반란으로 시력을 잃는 중상을 입고 쫓겨나 떠돌이처럼 살아왔지요.


만남은 13년 전, 단 한 번. 드리워진 장막 안쪽에 있는 어린 소녀와 바깥쪽에 있는 소년.
장막 밖으로 나와 긴장한 소년의 손을 잡아 준, 역시나 긴장해서 차가웠던 손만이 두 사람 기억의 전부.
소년은 얼굴 반쪽과 시력을 잃고, 소녀는 목소리를 잃었지만
다만 그 손의 체온만이 서로를 지탱해 온 한 가지.


사람 말도 잊어버리고, 인간다운 행동도 잊어버리고, 바깥 세상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공주님…이라기는 한 마리 늑대 같은 아가씨의 천진함도 좋고. 비겁하지만 악착 같이 살아온 비뚤어진 남자의 순정도 좋습니다.
……… 내가 어쩌다 이런 진득한 순정 만화를 그리는 사람을 좋아해가지고.

아쉬운 것은 세계관에 대해 좀 더 나왔으면 했다는 것과,
두 사람 외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알고 싶었다는 것.
진짜 왕이 되고 싶어 몸부림 치는 제4국의 현재 왕(장의 이복 형)도,
자신의 처지에 너무나 담담한 비비에나 대리역을 맡았던 여자─비비에나의 '이복 언니',
사지인 줄 알면서 자신의 자식을 정략결혼의 말로 삼은 왕비─자신 또한 정략결혼의 희생자인.

나오는 인물 모두 로맨티스트가 아닌 자가 없으니, 이것참 미칠 노릇입니다.
이걸로 한 달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자, 이제 슬슬 <EXIT> 다음 권도 내주시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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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20:17 2009/10/11 20:17
Posted by 유우

낙조의 옥(落照の獄) : 오노 후유미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10/04 21:31

<落照の獄> (yom yom 12)

풀어서 <석양이 비쳐드는 감옥>으로 할 필요는 없겠죠.
십이국기답게, 오노 후유미 답게 한자 그대로 <낙조의 옥>이라 해도 무난하겠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 이 제목을 보았을 때
'옥'을 '감옥'이 아니라 '지옥'이란 뜻으로 봤어요.
그래서 대체 어떤 지옥 그림이 펼쳐질지 궁금했죠.

일단 제목은 다른 뜻없이 말 그대로 감옥 안에 비쳐드는 붉은 노을입니다.
그 안에는 물론 기울어가는 나라를 뜻이 내포되어 있겠죠.
어쩌면 제가 처음에 했던 바보 같은 착각처럼 '지옥'의 풍경일 수도 있겠습니다.

조용하고, 정당하게, 하지만 확실히 그 나라가 망가져 가고 있는 모습이니까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아니,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 같지만)
류키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류왕에 대해서는 몇 줄 언급되었을 뿐이고요.
오히려 류왕의 아들놈(..)이 나와서 찌질 열전을 몇 페이지 보여주는데, 이 녀석이 참 찌질한데 의외로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아, 찌질해.

줄거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무차별 묻지 마 살인의 범인이 잡힙니다. 피해자 중에는 어린 아이도 있고 노인도 있습니다.
16건의 강도와 23명의 피해자. 죄질도 악질이거니와 피해자는 반성의 기색도 없고, 그 살해 방법 또한 '고문'에 가깝습니다.

자, 그럼 이 범인에게 어떤 판결을 내려야 할까요?
주인공은 판결을 내리는 직책을 가진 에이코라는 관리입니다.
백성들과 그의 부인까지 범인에게 사형을 내리라고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사형을 십이국에서는 '殺刑'이라고 쓴다는 점이네요.

류국에는 몇 가지 감형할 수 있는 조건이 있는데 범인은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지요. 되려 종신형을 사느니 차라리 죽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류국에서는 현 류왕의 즉위 이후 사형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법치 국가로 명성 높은 류국이지만, 실상을 보니 죄에 대해 매우 관대하더군요. 관대하달까, 죄값을 치르게 하기보다 갱생을 시키는 쪽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듯합니다.

심정적으로 범인에게 사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형 제도의 부활이 일으킬 파장에 고뇌하는 에이코.
어쩌면 사형 제도의 부활이 일으키는 폐해보다는 자신의 입으로 사형을 내리는 일이 곧,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어하는 에이코.

저는 사회 논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사형이란 살인의 일종이란 점에는 공감하므로
사형을 내리기를 꺼리는 관리들의 조금은 치사한 모습도 이해가 갔습니다.


뭐, 어쨌거나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묘하게 십이국기가 아니라 그냥 현대 일본의 이야기 같더란 말입니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실수는, 더 이상 이런 범죄가 우리에게 충격적이지 않다는 점이지요.
묻지 마 살인, 사이코패스, 요즘 세상에는 너무나 흔해진 범죄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물론 십이국 세계에서는 엄청나게 쇼킹한 사건이겠지만.

좀더 질척한 절망감을 느끼기 원한 독자들에게는 좀 실망일 수 있겠습니다.
애증을 원한 독자들도.(웃음) 원래 건조한 작가지만 더더욱 건조해진 느낌입니다.
메마른 사회파 소설이 쓰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십이국기가 아니라 현대물로 쓰는 게 나을 텐데.
사회 소설 같은 십이국기도 나름 매력적이겠지만, 현재 십이국 팬들은 사회 소설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쨌든 뜬금없이 사형 제도의 정당성이라니, 내가 지금 오노 후유미 글을 읽는지 다카무라 가오루 글을 읽는지 정신이 딴나라로 갈 뻔했습니다(웃음).


저는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지만, 위에도 말했듯 범인의 마지막 행동이 충격적이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요즘 너무 병든 이야기가 많아서요.


"─아버지는 살인자가 되나요?"
<낙조의 옥>, 오노 후유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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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4 21:31 2009/10/04 21:31
Posted by 유우

Yes, It's Me : 야마시타 토모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9/25 17:27

누구나가 뒤돌아본다.
아아, 부러워.

다른 사람들이.

"젠장 나를 돌아볼 수 있다니 미치도록 부럽다고. 나도 나랑 길에서 마주쳐서 뚫어져라 보고 싶어. 어째서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거야!"

-<Yes, It's You>


미치도록 웃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경우를 한번도 당한 적 없는 나르시스트 남자의 이야기.
그렇다고 재수가 없다거나 한 건 아니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보?(..)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텐넨 캐릭터예요.

앞서 나온 신간 두 권에 철저히 실망하고 나가떨어져 있어서
이번 책이 평균점이라 해도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는데, 설마 개그 단편집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대놓고 개그더라고요… 광고 문구부터.

에로는 전무하니 그쪽(?)을 찾는 분은 패스하셔도 되고요.
저는 밝고 반짝반짝해서 좋았습니다. 지금까지 무거운 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역시 야마시타 토모코는 야마시타 토모코의 개그 센스가 빛을 발하는 이야기가 좋네요.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스럽습니다.

한 가지 불만인 점은 미묘하게 그림이 예뻐..진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무난해지고 있네요?
'못난 그림'의 카테고리에서 점점 빠져 나오고 있달까. 첫 번째 단편의 주인공은 무려 귀여움.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ㅜㅠ 당신은 모든 캐릭터의 야쿠자화가 매력인데ㅜㅠ


덧1)초판에는 페이퍼를 끼워 준다니 사실 뿐은 빨리 사셔요>_<(별 내용은 없습니다;)

덧2)후기를 보니 야마시타 토모코가 미대 출신이란 이야기가 얼핏 나오는데, 시스털님께 책을 보여 주면서 '이 작가 미대 출신이래'라고 말했더니 냉정하게 한마디.
"뭐? (그림 안 그리고) 조각(만) 했대?"

....우리 언니지만 너무 좋다ㅜㅠ 으하하하하하하핫.
뭐, 인체 비율이 이상하고 그런 건 아니니까;; 그냥 얼굴이 야쿠자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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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5 17:27 2009/09/25 17:27
Posted by 유우

야마시타 토모코 신작 두 권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9/14 17:40

<Love, Hate, Love> / <Mo' Some Sting>

결국 제가 좋아하는 건 위선적인 이야기예요.
하기야 어떤 이야기가 위선적이지 않겠습니까만은.

위선적인 이야기가 울리는 감동의 끝자락을 찾는 게 좋아요.
위선이란 걸 알지만 위로받는 순간이 좋습니다.

하지만 '아, 위선이다'라고 생각하면(자각하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디 엔드.
이야기 속에서 튕겨져 나온 저는 멀뚱거니 이야기 밖에서 위선을 봅니다.
더 이상 이해의 범주 내에 있지 않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좇으며 토할 것 같은 현기증을 느낍니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가 처음부터 100점이었던 건 아닙니다.
<주점 아키라>는 재밌었지요. 재밌지만 크게 마음을 울렸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순간에 이 사람이 100점짜리로 과대포장되고 만 걸까요. 어쩌면 잘못은 그렇게 멋대로 평가를 부풀린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분명히 야마시타 토모코의 몇 작품은 100점 그 이상의 빛을 발하고,
그녀의 센스는 숨은 대사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줍니다.

하지만 저는 기어코 이번 두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아, 위선이다.
사랑이 야쿠자를 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구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잖아요? 사랑으로 뭐든 이루어지면 그건 다 위선입니다.

아, 위선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가슴을 뛰게 했던 대사들이 무의미하고 무질서한 말의 나열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선가 보았던 대사를 좀 더 포장해서 나열했을 뿐인 거짓말 상자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만. 어쩌면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랐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저는 이제와서 야마시타 토모코를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나온 <장미 폭탄> 드라마CD는 정말 너무 좋았고요. 아마 앞으로 나올 것들도 기대해도 좋겠지요. 아주 조금 거리를 두고 돌아볼 때인 것 같아요. 아주 조금. 그래도 너무 멀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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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4 17:40 2009/09/14 17:40
Posted by 유우

Double Mints : 나카무라 아스미코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8/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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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오, 너 나랑 죽을 수 있어?"

이치카와 미츠오와 이치카와 미츠오.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
이름이란 건 하나의 주술이라고 우리 세이메이 씨가 이야기했던가요. 꼭 그 말처럼 같은 이름으로 묶인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름이란 가진, 같은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얼굴은 안 때려 들키면 위험하니까. 얼굴에 상처라도 남으면 책임져야 하잖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서 처음 읽었을 때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이 말이
두 번째 읽을 때 머리를, 가슴을 거세게 칩니다. '얼굴에 남은 상처'로 책임지라는 남자도, 정말 책임지는 남자도 대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한 말 한마디조차 무가치하거나 무의미함을 내포하지 않은 꽉 들어찬 순수함 때문일까요.
순수한 도취야말로 이 판타지적인 에로티시즘의 정체인 걸까요.

'여자를 죽였다'는 전화 한 통을 받고 달려나간 미츠오. 그렇게 몇 년만에 재회한 두 사람.
이야기는 시종 '죽은 여자'처럼 몽환적이지만, 흑백 명함이 분명한 그림처럼 강렬하고,
순수하고 추하고 아름답습니다.

권총이 나오고, 갱이 나와서이기도 하지만, 이 몽환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저는 <리오우>를 생각했습니다.
아니 <내 손에 권총을>이 더 어울리겠군요. <내 손에 권총을>의 마지막 장면의 그 숨막히던 기분을 조금씩 되새김질 하는 듯한.

─태고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구체 모양을 한 양성.
양성은 힘이 세고 오만해서 신들의 분노를 사 그 몸이 두 개로 나뉘어 버렸다.

그렇게 두 개로 나뉘어 버린, 그렇다고 다시 하나가 되어 봤자, 무엇이 되는 것도 아닌, 미츠오와 미츠오.
그 무의미한 애틋함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이런 뜬구름 잡는 표현으로밖에는 저는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만화를 표현하지 못하겠어요. 재주가 없는 건지, 콩깍지가 단단히 씌인 건지.


어두침침한 본편과 달리 같이 붙어 있는 단편은, 딸기가 먹고 싶어지는 무척 귀여운 이야기라 한참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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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6 14:53 2009/08/26 14:53
Posted by 유우

낙원(에덴)의 트릴 1~6 : 후지타 마키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8/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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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초 불행 체질 고교 1학년 리츠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탈 불행, 탈 재난을 염원했지만, 학교 안에서도 유명한 천재이자 문제아인 타카무라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리츠는 더욱 커다란 수난을 맞이하게 되는데!?

밑도 끝도 없이 보통 학생이었던 여자애가 학교 내 초 엘리트만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고, 갑자기 음악과로 전과를 하게 되고, 게다가 초 절정 꽃미남이지만 성격도 극악인 비뚤어진 천재 음악 소년과 같은 방을 쓰게 된다는.. 알고 보니 여자애도 타고난 목소리를 가졌다느니. 뭐야, 이 만화는!
이런 만화가, 이런 만화가.

왜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털썩)
줄거리를 보면 대체 어디가 재미있을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는데요!

대체 왜 재미있는 거죠. 어떻게 재밌을 수가 있는 거죠. 이건 다 사기예요.
언제나 '리리컬 로맨스'(정체 불명)를 추구하는 작가 후지타 마키가 리리컬한 설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설정이 이렇게 리리컬하고 할리퀸한데 뚜껑을 열어 보면 불운한 여자주인공이 성격이 금수만도 못한(..) 남자 주인공을 무심코 밟고 마는 불행한 사태로 시작되는 조교(助敎) 만화. 3,4권부터는 작가도 리리컬은 포기한 듯 다음을 기약하고 있습니다. 포기가 너무 일러요!(하지만 리리컬은 너무 멀다!)

어쨌거나 불행을 짊어지고 위에 구멍까지 뚫린 리츠가
타카무라와의 만남으로 지금까지의 불행을 모두 날려 버릴 초특급 불행에 휘둘리게 되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너무 웃어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소문도) 만화입니다.

후지타 마키의 전매 특허, 씩씩하고 불행한 여자주인공 너무 좋아요! 성격 둥근 캐릭터가 단 한 마리도 등장하지 않는다니 훌륭하지 않습니까? 흑흑. 물론 성격 나쁨의 최고봉은 금수만도 못한 남자주인공이지만..=.= 예상대로 이 녀석 실은 꽤 착한 놈입니다. 그게 바로 순정만화 정석의 무네큥이죠.

순정만화의 모든 정석을 다 밟는데도, 제법 귀여운 그림인데도, 뭔가 미묘하게 정통 순정 만화에서 아주 멀리 비껴가 버리는 후지타 마키의 재주를 저는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런 만화에서 당연히 나오는, 비뚤어진 남자 주인공의 비뚤어진 형님들. 당연히 형님들은 모두 여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보이고♥(으하하하하하하하)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여자 주인공의 쌍둥이 여동생(아마 악역)도 나올 예정=.=

이런 닭살 돋는 설정을 전부 개그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이 작가가 너무 좋습니다. 남자 주인공과 사이는 최악, 성격은 닮은 듯한 큰형님도 좋고요. 남자 주인공을 똥개 부르듯 "末の"라고 부르는 쿨한 모습에 반한 나는.. .... 정상은 아닌갑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순정 로맨티카의 메인 커플도 좋아하는 사람(단, 에로는 없습니다. ... 애정표현이 더 폭력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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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3 15:25 2009/08/23 15:25
Posted by 유우

용신의 비 : 미치오 슈스케 (日)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8/21 16:23

  龍神の雨 : 道尾 秀介
   8점






제1장
(1) 비 때문에 그들은 죄를 저지른다
(2) 비 때문에 그는 가족을 살해한다
(3) 비에 의해 그들의 강줄기는 거칠어진다
(4) 비에 의해 그녀의 살의는 태어났다
(5) 빗속에서 그들은 집을 나선다
(6) 빗속에서 시체는 이동한다
(7) 비는 용에게 죄의 증거를 보낸다
(8) 비는 그들을 실패로 이끈다

제2장
(1) 용의 오른손은 붉게 물든다
(2) 그는 용의 악의와 대치한다
(3) 그녀를 원망해 용은 태어났다
(4) 그녀를 갈구해 용은 움직인다
(5) 누가 그녀를 용이 되게 하였는가?

제3장
(1) 용의 거처를 그는 알지 못한다
(2) 용의 목적을 그는 알지 못한다
(3) 그는 용의 정체에 다가서고
(4) 그녀는 함정에 빠진다

제4장
(1) 무덤은 진실을 말하고
(2) 용은 붙잡힌다
(3) 그는 남자의 얼굴을 알며
(4) 용은 악귀의 얼굴을 본다
(5) 용을 붙잡은 것은
(6)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악귀로
(7) 하나의 목은 책략을 꾸민다
(8) 그는 악귀가 사는 성의 소재를 찾는다
(9) 악귀는 그녀와 계약을 맺는다
(10) 용은 악귀의 성에서 무언의 소리를 지른다
(11) 모든 흐름은 성 정상에서 하나가 된다

종장
(1) 강(江)의 끝
(2) 용신의 비


‘원한을 품은 채 물에 빠져 죽으면 용이 된다’--계모의 계략으로 바다 한가운데 빠져 죽은 후지히메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태풍이 상륙해 연이어 비가 내리는 며칠간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가 죽고 피가 섞이지 않은 새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렌과 가에데.
아버지가 죽고 피가 섞이지 않은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다쓰야와 게이스케.

렌은 새아버지가 가에데에게 손을 댄다는 사실을 알고 살의를 품는다. 비가 오는 날, 여느 때처럼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아버지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 렌, 그러나 그날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여동생 가에데의 손에 죽어 있었다. 두 사람은 아버지의 시체를 산 속에 묻고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

한편 상냥한 새어머니와 새어머니에게 반항하는 형 다쓰야 사이에서 어린 게이스케는 갈등한다. 어느날 형의 손에 억지로 이끌려 도둑질을 하다 상점의 점원 렌에게 들키지만 렌은 그들의 처지를 동정해 풀어준다. 사과하기 위해 렌의 아파트를 찾아간 두 형제는 렌과 가에데가 무거운 짊을 끌고 어딘가로 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리고 길에 떨어진 피묻은 가에데의 교복 스카프를 줍는 다쓰야.

그 이후 가에데는 협박 편지를 받는다. 가에데는 항상 자신을 바라보며 쫓아다니는 하급생 다쓰야를 의심하게 된다.

과연 진짜 ‘용’은 누구인가. ‘용’이 원망하는 이는 누구인가.



소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라 차례를 그대로 옮겨봤습니다. 내용 소개도 전에 써 놓은 걸 그대로 가져왔어요.
네, 실은 검토서였답니다. 미치오 슈스케는 일본에서 열렬히 뜨고 있는 작가이고, 이 작품에 대해 한국 출판사에서도 많이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도 그런 저런 시류를 타고 검토하는 겸 읽었던 게 벌써 한 달 전.
결과부터 말하자면 제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오퍼를 넣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어디에선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전작 <섀도우>가 한국에서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아서.. 참, 한국은 책 팔기 힘듭니다=.=

<용신의 비>라니 제목부터 범상치가 않은 이 작품.
원한을 품은 채 물에 빠져 죽으면 용이 된다는 설화가 베이스인 모양이에요. 그밖에 스사노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여하튼 용으로 시작해서 용으로 끝나는..(웃음) 이런 옛날 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는 대환영이에요.

그렇지만 소설 자체는 매우 현대적이고, 폭풍우가 치는 며칠간의 사건을 다룬 기록입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아버지와 사는 남매와 피가 섞이지 않은 어머니와 사는 형제의 사연이 얽히며, 존속살해와 시체은닉, 범인을 협박하는 또 다른 존재, 흥미를 끌 요소는 충분하죠.

글 자체도 아주 잘 읽혀요. 특히 도입 부분이 속도감 있게 읽힙니다. 전체적인 작품성도 중요하겠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손에 들게'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려운데, 그런 걸 참 잘하는 작가다 싶었습니다.
초반의 임팩트에 비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이나 마무리는 좀 약하지만, 그런 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엔터테이먼트적인 능력(?)이 있다고 할까요. 요컨대 재밌게 읽고 덮을 수 있다는 말.(이게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들도 마음에 들고요. 싹싹한 렌이 좋았고, 질풍노도의 다쓰야도 귀여웠으며, 나름 형 생각하는 게이스케의 뻘짓들도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카에데만은 조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그다지 '가엾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살인이니 뭐니 무시무시하지만 결국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소설인데.그러니까 피가 섞였냐 안 섞였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어쩌고저쩌고한 부분은 공감할 수 있지만, 갑자기 홈드라마가 되는 것에는 약간 울렁증이 났습니다. 사실 다 착한 사람들..? 이건 좀 아닌데;;
그래도 다쓰야가 새엄마와 은근슬쩍 화해하는 건 역시 귀여워서 좋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찌질하지만 앞으로 좋은 남자가 될 가능성 농후!(그냥 그렇게 찌질하게 살 수도 있고요=.=)


물론 렌이 더 좋지만...(웃음)
초반에 나온 렌의 "너도 죽이겠어!"라는 임팩트 있는 대사에 콩닥거렸습니다, 히힛. ..아, 이거 어쩐지 <건담W>스러....(전 그런 여자 아닙니다)

>감상이 뭐,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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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16:23 2009/08/21 16:23
Posted by 유우

소년 H : 세노 갓파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8/13 11:01

요즘에 한번 절판되었던 책이 다시 나오는 일이 많이 눈에 띄는데
얼마 전에 세노 갓파의 <소년 H>가 다시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다시 나올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거든요.




표지가 갑자기 너무 '요즘 소설' 같아져서 조금 웃었습니다. 어울리는 것도 같아요.
6,7년 정도 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구매했던 기억이 납니다.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과 함께요.(이 책은 친구에게 선물까지 했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죠^^)

엉뚱하지만 평범한 소년 세노 하지메─세노 갓파의 자전적 소설이에요.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혹시 진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히 당시 저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전쟁을 일으키고 다른 나라를 괴롭힌 일본을 미워할 줄밖에 몰랐던 저에게는요.

일본 전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일본 내에도 고통받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
모두가 전쟁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것. 대다수의 시민이 그렇게 쓸쓸하고 가난한 시기를 보낸 것.


그렇다고 일본이 무슨 일만 있으면 '우리도 피해자야'라며 짜증내는 모습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일본내에도 피해자가 있었기에 더더욱, 국민을 그렇게 내몬 당시 일본 천황을 포함한 수뇌부를 눈감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피해자'로 만든 게 누구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아, 샛길로 빠졌군요. 여하튼 패전을 알리는 천황의 방송이 온나라에 퍼지고,
몰래 훔친 총을 뒷산에 묻은 아이들을 보면서 울컥 눈물이 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어쩐지 오늘은 이런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 읽고 싶네요.
예전판으로 가지고 있는 책이지만 새로 나왔으니 장바구니에 담아 봅니다.(이렇게 지름은 끝나지 않고)


>세노 갓파 씨는 다치바나 다카시 씨와 친구로, 다치바나 씨가 사는 유명한 '고양이 건물'을 설계디자인한 걸로도 유명합니다. 원래는 무대미술가예요. 소설은 이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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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3 11:01 2009/08/13 11:01
Posted by 유우

고스트 헌트 11 : 오노 후유미& 이나다 시호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8/09 17:32


ゴーストハント 11 : 小野不由美 & いなだ詩穂 (講談社 : 2009年08月)

드디어 한 권 남았습니다. 11권은 연기되는 일도 없이 바로 나와서 깜놀. 가냘픈 책 두께에도 깜놀. 한정판인데 묘하게 허접한 케이스에도 깜놀.
그림이야 이미 9권부터 불안해서 10권에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인지 11권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단지 전개 방식은 서두르는 게 보여서 좀 아쉽네요. 소설 원작보다 만화를 더 좋아한다고 떠들고 다니는 저로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쩐지 콘티에 공들이지 않은 듯한 페이지가 곳곳에서 눈에 띄어요.

그럼에도, 재밌었습니다. 엉엉.
이번 권으로 10권부터 이어진 폐교에 얽힌 이야기들은 끝났고,
12권은 드디어 소장님 분신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사실 전성기 때 이나다 씨 그림으로 문제의 그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짜게 굴지 말고 성대하게, 하지만 나르답게 쿨하게 그려 주었으면.

네타를 하자면 이전부터 여러모로 훌륭한 능력을 발휘해 온 마이가
처음으로 단독 해결하는 이야기인데, 11권 마지막에 다함께 놀리듯이 마이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보내는 장면이 있어요. 스님은 스님답게 머리 부비부비>_<(아, 저 정말 남자가 머리 부비부비..너무 약하다는ㅜㅠ) 역시 나르는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 지나가면서 "수고했어" 한마디. 고노 테레야상~♬(푸풉)
하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린 씨가 희미하게 웃어 주는 장면이..! 고 작은 컷으로 저는 모든 걸 다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으어어;ㅁ;그치만 전체 통 틀어서 이 장면까지 합쳐도 린 씨 등장은 두 세컷입니다. 왜냐면, 10권에서 제일 먼저 실종되었기 때문이죠! 으어엉.

한정판 CD 후편 문제도 있으니, 여기저기 압박이 들어 올 테고, 12권은 그렇게 긴 텀은 아니리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꿀떡꿀떡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애정을 쏟아 부어 주세요.


그리고 문제의 한정판 드라마CD.
내용은 10~11권 중반까지. 음, 뭐랄까. 무난합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짧막하게 코멘트들이 있는데 오카노 상 코멘트에

타니야마 상과 시부야 상의 목소리를 들으니 '와아 돌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는 문구...에 괜히 눈물이 핑도는 저는 오카노 파슨이라고 해 주십샤..=.= 내 안에선 당신도 나르인데..!ㅜㅠ
그 문제 이전에, 미묘하게 타이 상과 오카노 상 목소리 느낌이 비슷하게 느껴져서 가끔 누가 소년이고 누가 나르인지 헷갈리는 나는 성우팬 자격 박탈..?

옛날에 나르의 모델이 시오자와 상이란 것에 대해 그건 아니다 싶었는데 새삼, 새삼 들으니 시오자와 상이 정말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시답잖게 했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왜 예전에 나왔던 주상 관련 드라마CD에도 시오자와 상이 참가한 게 없는지 아쉽기도 하고요. 주상이 꿈에 그리는 그 목소리로 저도 느껴보고 싶었는데요.(쓴웃음)

마이 역의 나즈카 상은 여전히 연기를 못하더군요. .... 개인적으로 목소리가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연기력만이라도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ㅜㅠ
와하하. 더 이상 할 말이 없음.(묵념) 개인적으로 애니 성우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 나리켄의 린 씨일 듯. 아아, 린 씨 어울려요>_< 대사는 없지만;;
내용은 만화책 그대로라 딱히 꼬집을 데는 없지만, 분량이 넘쳤는지 안 그래도 급하게 진행되는 만화를 더 급하게 진행되도록 편집해 놔서. 좀 미묘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무난.


마지막으로, <'악령 사냥~고스트 헌트~>를 꺼내 다시 들었습니다. 역시나 무섭네요.
지금 '오리키리'랑 '우라도' 두 편 들었는데 우라도는 역시 압권입니다. 드라마CD인데 그냥 낭독 CD 듣는 것처럼 상황 설명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는 게 거슬리지만 전체적인 퀄리티는 여전히 좋아요. 호러물답고요.
그리고 미야무라 상의 마이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귀여워요;_;
타이 상의 나르보다 약간 조용하지만 때때로 신경질적으로 올라가는 오카노 상의 나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나르나르시캇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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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9 17:32 2009/08/09 17:32
Posted by 유우

사슴 남자 : 마키메 마나부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8/04 12:24

사슴남자 - 7점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일영 옮김/작가정신

이럴 수가, 어쩌지. 엄청나게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는 재밌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웃겼지만요.

그 전에 만화를 보고 대만족했고, 평판도 좋아서 더 기대를 한 게 화근일까요.
만화로 한번 봐서 재미없었던 거 아냐? 라고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지만(아, 재미없지는 않았어요)
만화는 1권만 봤기 때문에 이야기의 도입까지밖에 못 본 셈이에요.
오히려 만화로 본 부분은 재미있었는데 그 뒤로 갈 수록 뭔가..뭔가.. 뒤가 읽히면서 어쩐지 이야기가 텁텁해지더니. 요는 페이지가 많았던 게 아닐까요. 내용이 가진 무게에 비해서요.

그렇다고 소설 전개가 느린 것도 아니었는데,
이쯤 후다닥 끝날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2/5이 남아 있을 때의 그 아찔함.
결국 단번에 읽지 못하고 묵혀 두고 읽어야 했습니다. 그래도 마음 잡고 읽으니 이삼백 페이지는 순식간에 읽히는 소설입니다.

소재도 기발하고, 전체적으로 발랄한 분위기도 좋습니다.
드라마는 아직 못봤는데 드라마로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글보다는 오히려 드라마나 만화처럼 앞에 그림이 있는 게 더 어울릴 법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재밌지는 않았던 건가.


>읽으면서 공감 100% 문구.
"동료? 누가 그런 소릴 해? 쥐와 동료라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한 적 없어. 누가 그런 지저분하고 교활한 거짓말쟁이 할망구와 동료래?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아."

<사슴 남자>, 마카메 마나부 지음, 권일영 옮김, 작가정신 -p.220
그래, 쥐는 다 그런 존재였어. 훗. 나도 쥐랑은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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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4 12:24 2009/08/04 12:24
Posted by 유우

기담─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 : 아사노 아츠코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8/04 12:08

기담 - 6점
아사노 아츠코 지음, 권남희 옮김/아고라


'잔혹 동화'라는 포맷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관심을 가져봄직한 소설입니다.
(저는 '잔혹 동화'라는 포맷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기담'이란 말을 좋아해서 덥썩 집고 말았습니다.)

적당힌 잔인하며, 적당히 으스스하고, 적당히 일본스러운 연작 소설로 부제처럼 24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여요. 이야기는 어는 왕국의 여왕의 이야기와 현대의 한 노파에 대한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지요.

왕비의 이야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본식(유럽풍이지만 어쩐지 일본식인) 잔혹 동화.
노파의 이야기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본 전통 서술(?) 괴담.

이야기마다 텀도 짧고 책도 가벼우니 어딘가 갈 때 잠깐 읽고 덮기 좋은 책입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아사노 아츠코가 쓸 필요는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이지요. 아사노 아츠코는 아사노 아츠코다운 글을 쓰면 좋을 텐데 굳이 이걸 썼을까? 거기에는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텐데,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 안의 말도 안 되는 고정관념 때문일 수도 있고요.(아사노 아츠코는 상큼발랄하게 있어 달라는…)


디자인상의 불만이 하나 있는데, 가름끈 길이가 너무 길어서 부담스럽습니다. 애초에 책 전체의 분량도 적고 그 안에 실린 내용이 '콩트' 정도의 짧은 글 모음인데 가름끈이 필요한 걸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가름끈이 있으면 사용하고 마는 인간인데, 이 책에선 되려 가름끈이 방해가 되네요.
그 외 전체적인 편집은 깔끔합니다. 살로메풍(?)의 표지도 인상적이고요.

요는 읽고 덮기 편한 책. 하지만 다시 펼치게 만들만한 까슬함은 남기지 못한 책. 무난하지만 흔한 책. 작가가 아사노 아츠코라서 아쉬움이 남는 책. 아쉬움으로 별점은 미묘하게 매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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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4 12:08 2009/08/04 12:08
Posted by 유우

토요일은 광란,

Under 감상의 늪/잡다한 것들   Posted @2009/07/27 09:48

언제 감상을 쓸 시간이 날지 알 수 없으니 우선 이 말만.


나카무라 아스미코 신작 <Double Mints> 대박ㅜㅠ
<동급생>의 순수한 콩닥콩닥을 원하시면 약간 움찔할 수도 있지만, 금방 극복 가능합니다. 콩닥콩닥계인 것은 확실하고요. 여하튼 살까말까 고민중이라면 지르시라는. 이 작품에 관심도 없고 나카무라 아스미코도 모르지만, <리오우>를 좋아하신다면 한번 보시라는.(이유는 없습니다=.=)


야마시타 토모코 <쥬뗌므 카페 느와르>
제목이 저렇지만, 표지도 그렇지만, 여전히 야마시타 토모코. 아, 콩닥콩닥.


야마시타 토모코 드라마CD
<사랑 이야기가 하고 싶어> 별 기대 안 했고, 역시 그냥 그랬는데 마지막 나레이션에 무너졌습니다.으아아..ㅠㅠ 프리토크도 좋았습니다.(무사히 초회특전 받았음) 개인적으로는 번외편도 해 주길 원했는데 본편뿐이라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랑..폭탄>(멋대로 부르고 있음)도 드라마CD화 된다고. 에피소드 세 개인데 캐스팅이 세 명인 걸 보니 돌아가면서 하는 듯. 아는 사람이 유사 코지밖에 없는 나;;; 어쨌든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하므로 이번에도 사겠지만... ..... <터키 아침>(멋대로 부르고 있음 2)은 정녕 따로 노는 존재인가ㅠㅠ 페이퍼에도 없었고, 당연 드라마CD에서도 빠졌다. 이거 나레이션 소리로 들으면 죽을 것 같은데, 엉엉.





-토요일은 무사 도착한 EMS와 함께 광란의 하루.(웃음) 조만간 상세 리뷰를 올릴 수 있기를.ㅜㅠ(올리게 되면 이 게시는 폭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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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09:48 2009/07/27 09:48
Posted by 유우

태양을 끄는 말 / 표지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09/07/09 17:03

드디어 표지가 떴네요. 오오/

태양을 끄는 말 (상)

태양을 끄는 말 (하)


표지마저 난해한 이 책.(한숨)


<신리어왕>이 2005년에 나왔으니 4년만에 나오는 단행본이네요.
그리고 정말 고다에 굶주려 있던 분들을 위한 신작. 하지만 가노에 대해 굶주려 있다면 갈증만 더 심각하게 만들어 줄 책입니다.(다시 한숨)

고다 유이치로가 밀레니엄의 틈바구니에서 맞닥뜨린 두 가지 사건. 피로 물든 참극과 승려의 죽음(轢死) 저변에는 동기와 사체를 잇는 접점이 존재하지 않는 철저한 불확실성이 가로놓여 있었다. 『하루코 정가』,『신 리어왕』에 이어지는 후쿠자와 일족이 초래한 현대라는 이름의 수수께끼에 고다는 전율한다…….

책 소개입니다. 아, 책 소개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려서 잠이 오네요(조건반사)

당연히 다이렉트로 바로 사려고 했는데, 지른 게 너무 많기도 하고 어차피 마감 때라 바로 읽을 수도 없으니
얌전히 교보님에게 주문을 넣을까 합니다ㅜㅠ 흑흑. 가난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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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9 17:03 2009/07/09 17:03
Posted by 유우

이게 무슨 반전인가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09/07/08 12:41

실은 몇 달 전부터 사람들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 좋아하던 만화가 있습니다.
전부터 오며가며 봤던 작가이고, 다루는 소재가 꽤 취향이며, 그림도 나쁘지 않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오라를 풍기는 작가라 계속 피하고 있었는데요.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

어느 날 심심해서 읽어 보니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ㅜㅠ
하지만 차마 내가 이런 만화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고..ㅜㅠ
어차피 좋아한다고 난리쳐 봤자 사람들은 모르는 만화 일 테고..ㅜㅠ
그치만 너무 재미있고..ㅜㅠ

이 만화만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심심해서 사 본 다른 만화도 재미있고..ㅜㅠ


그런 마음의 갈등을 품으며 새로 도전한 만화의 뒷권을 사려고 쇼핑몰에 검색하니.



....!


한국어판이 있다...!

대충 검색해 보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다 들어와 있군요.
훗, 나는 바보...ㅜㅠ 일단 마음에 드는 작품은 덮어 놓고 한국어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실은 있습니다, 저;; 일어판이 교보에 남은 재고가 있기에 전화 예약하고 달려가서 찾아오고..한 게 다 바보짓이었다는. 그냥 인터넷으로 한국어판 주문하면 되었다는.

.... .......... .......

다른 사람은 모르는 만화가 아니라 나만 모르는 만화였다는.
좀 우울합니다. 우울하니까 <키잭>은 뒷 권 구매 보류, 쳇ㅜㅠ


>좋아하고 있는 그 작가는 시오미 치카예요. 그렇게 메이저한 작가는 아니지만, 관심 없던 저도 꽤 오래 전부터 하나유메 등지에서 봐 왔던 작가이니 아는 사람은 알 것 같군요.
그런데 정말 만화책을 펼칠 때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작품(그림)은 아닌데..'란 생각이; 그치만 재미있어요ㅜㅠ 제가 구한답시고 뛰어다녔던 책은 <라세츠의 꽃>. 쿠류(전 그냥 구룡이라고 불러요ㆀ)란 캐릭터가 너무 세이시로(도쿄 바빌론)예요! 생긴 것도 엇비슷해서 등장하는 순간 라스보스의 분위기를 풍풍, 훗훗.ㅜㅠ 정작 남자주인공에는 별 관심 없습니다. 좋은 놈 같아요. 살짝 츤데레?


사실 지금 가장 무서운 건 실은 옛날에 (해적판으로) 봤던 작가일 가능성도 높다는 겁니다.
아니야, 어쩌면 라이센스로도 봤을지도 몰라;(가능성 농후~) 집에 옛날에 샀던 책만 없음 되죠, 뭐ㅜㅠ 설마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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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12:41 2009/07/08 12:41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