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치 체포록》 이모저모 (최종갱신일 10/02/22)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10/02/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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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2010.02/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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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습니다. 토요일에 출판사에서 책을 받고, 이제나저제나 인터넷 서점에 등록되기를 기다렸는데,
교보 오프라인 매장에는 지난 주말에 벌써 깔렸다고 하는군요.

관련 게시 : 3번째 작품, 《한시치 체포록(가제)》

작품에 대한 소개는 윗글에서 간략하게 이미 한 바 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조금 낯선 오카모토 기도라는 작가는 세계의 괴담, 기담 수집가이고,
무엇보다 에도의 괴담 연구에 힘쓴 인물입니다. 신문기자를 거쳐 극작가, 소설가, 번역가 등으로 폭넓게 활동했고, 그가 번역한 작품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대표작이 바로 《한시치 체포록》인데요.
특기인 에도의 괴담 분위기를 살린 탐정 소설입니다. 쉽게 읽을 수 있고, 단편 모음이라 템포도 빠르죠.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지만, 시대에 대한 고증은 에도 시대 전문서의 참고 문헌으로 쓰일 만큼 신뢰도가 높은 것도 또 하나의 장점입니다.
이야기 안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기 때문에 에도 시대를 잘 모르는 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책세상에서 나온 또 다른 일본 명작선, 《일본 호러 걸작선》과 《한시치 체포록》.
《한시치 체포록》이 조금 작고, 더 두툼하지만 적색과 흑색이 조화를 이룬 표지 분위기가 흡사합니다.
《일본 호러 걸작선》에는 오카모토 기도의 〈유령풀〉이 실려 있으니 필히 체크! 기도의 소설 외에도 실려 있는 단편들이 다 주옥같은 작품뿐입니다. 임희선 선생님의 번역도 매끄럽고요.

《일본 호러 걸작선》에서도 내용에 딱 들어맞는 삽화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한시치 체포록》에도 이렇게 곳곳에 삽화가 있어요. 어울리는 삽화를 찾느라 고생하신 편집자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사실 책 받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삽화였어요. 이번에도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했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는 A/S 주저리주저리 코너. 이 말을 이렇게 옮긴 배경, 변명 등등을 수시로 업데이트 합니다. 오탈자, 오역, 이상한 부분 신고 받습니닷.(신고받은 부분은 확인해서 책세상 편집부에 전달하도록 하겠사와요)


오카모토 기도의 모던한 문장

배경도 에도이고 백 년 전에 발표한 소설인데 오히려 현대적인 느낌의 문장과 느낌이라, 번역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도 여기였어요.
배경은 에도지만 구성이나 말투, 용어는 완전히 현대식으로 꾸민 교고쿠 나쓰히코의 《구 미미부쿠로》처럼 아예 현대풍으로 갈까도 생각했죠. 아무래도 상업도시 에도가 배경이다 보니 각종 상점이 나오는데 흔히 쓰는 대행수, 행수 말고 점장, 부점장이란 단어를 사용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그리고 기각당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다소 예스러움을 추구했습니다. 예스러움이 고리타분함이 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읽기 좋은 문장을 쓰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데사키와 시탓피키

웬만한 것은 한국어로 바꾸었지만, 관직명, 요리키, 도신, 오캇피키 등등은 어쩔 수 없이 일어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특히 북스피어에서 나오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즐겨 읽는 분들은 이 부분을 헷갈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미야베 여사의 소설에는 오캇피키=데사키이고 그 부하들을 시탓피키라고 부르는데, 《한시치 체포록》에는 오캇피키의 부하가 데사키이고, 시탓피키는 데사키가 부리는 첩보원으로 나옵니다. 보통 오캇피키=데사키로 보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어느 쪽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는 문제네요.
일단 본문에 따라 책 뒤의 에도 시대 치안 유지 기관 설명에서는 오캇피키, 데사키, 시탓피키를 따로 설명했습니다.
또한 본문에는 가급적 '데사키'라는 말은 '수하'라고 옮겼습니다.


自身番, 파수막과 자경소

각 마을마다 두었던 자치적인 경비초소입니다. 치안과 화재를 동시에 관리하던 곳이지요. 셋집의 관리인들이 교대로 당번을 서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 말이 옮기기가 미묘한 부분인데요. 인문서라면 '지신반'이라고 원어를 그대로 사용함이 옳습니다만,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파수막이나 자경소라는 말로 옮기는 게 보통입니다. 확실히 말해서 압도적으로 '파수막'이라는 말이 사용됩니다. 《한시치 체포록》에서는 '자경소'라는 말을 택했습니다. 튈려고 그런 건 아니고 자치적으로 마을 치안을 둘러보는 '자경단'들이 자주 나와서 말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했는데, 음, 여전히 고민되는군요.
다음에 또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옮긴다면 이번에는 어느 쪽을 택할지? 일단 에도 시대 용어들은 따로 용어사전을 만들어서 정리하고는 있습니다만, 참 까다롭습니다.

*自身番, 自身番屋, 番屋를 다른 말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다 같은 말입니다. 더불어 무가 저택이 모인 마을의 경비 초소는  辻番(쓰지반)이라고 합니다.


코난 도일의 단편

본문이 끝나고 뒤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한시치 체포록》 탄생 비화가 짧막하게 나옵니다만,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는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영향을 받았습니다. 홈즈를 읽고 받은 충격, 그 후에 도일 경의 유명한 단편들을 읽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본 작품의 한국어판은 도통 찾을 수가 없더군요.
대표작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ㅜㅠ(그나마 챌린저 시리즈는 행책 등에서 내주었지만)
그런 이유로 제가 옮겨서 편집부에 넘길 때 한국어 제목 없이 원서 제목만 넣었는데, 편집부에서 친절하게 한국어 제목을 달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 실수가 있었어요. 〈Round the Fire Stories〉는 〈난로가 이야기〉가 맞습니다. 겨울밤 난롯불 주위에서 읽을 만한 무섭고 기괴한 이야기 모음집이라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어를 보면 도망가는 제 잘못도 큽니다. 죄송합니다(__)

*기도는 이 책들을 원서로 읽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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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23:30 2010/02/22 23:30
Posted by 유우

4번째 작품, 《서점 아가씨의 사랑(가제)》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10/02/04 23:48

《서점 아가씨의 사랑(가제)》, 우메다 미카, 페이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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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옮기게 될 책. 제목은 원래 《서점원의 사랑》입니다만, 제 맘대로 저리 부르고 있습니다ㆀ
제목에서 풍기다시피 연애 소설입니다.
주인공이 서점 직원입니다.
잘 나가는 소설가가 삼각관계 정점에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수많은 오해를 낳을 것 같습니다만…. 굳이 책 소개를 한다면 그렇고, 실은 꽤 담백한 이야기입니다.

열심히 살지만, 조금 네거티브한 여주인공 쇼코, 꿈은 있지만 현실은 프리터에 불과한 남자친구 다이스케. 쇼코의 마음을 뒤흔드는 '엄친아' 소설가 조지.
쿨하고 멋진 친구 히카리와 '요즘 아이'인 사촌 아야, 재벌 2세와의 결혼으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동료 마나미.
젊은 여자들의, 특별하지 않지만 반짝이는, 조금은 클리셰하지만 그 클리셰한 부분이 뭉클한 작품이에요.

작가가 각본 쪽도 손을 대는 사람이라서인지, 트렌디 드라마 같기도 한 느낌입니다.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인데다, 저도 전직 서점직원이었던 터라(주인공에 비하면 신입 알바생에 지나지 않은 경력이지만) 공감이 마구….
맨 앞의 등장인물 소개에 각자의 애독서가 나오는데,
남자 주인공 다이스케의 애독서 론다 번의 《시크릿》(웃음). 일본 리뷰를 찾아 보니 여기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게 다이스케랑 너무 어울려요. 아마 실제로 이런 사람 꽤 있을걸, 하는 생각도.(《시크릿》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솔직히 저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었지만;)

번역 시작은 다음주부터로 잡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주어진 번역 기간이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으므로 2월은 좀 달릴 예정.
분량은 원고지 800매 전후가 될 것 같고, 문장이 어려운 소설도 아니라(해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잘하면(……) 시간에 맞출 수 있겠습니다.
《마성의 아이》 때만 해도 누구의 피드백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묵묵히 한 권을 번역하는 게 참 힘들었는데,
그에 비하면 조금 여유가 생겼고요.^^
확실한 마감이 있다는 것, 안 지키면 혼내 줄 편집자가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될 테고.
(이제서야 밝히지만 《마성의 아이》 가 그 시기에 발간된 건 다른 원고의 땜빵이었...=.=
 혼자 틈틈이 번역하고 교정도 봤지만 2009년 안에 나올 줄 몰랐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험난한 산이었던 《마성의 아이》도 완성된 책에 대해서는 만족합니다. 물론 손 보고 싶은 곳을 자꾸 찾아내고 있지만(웃음).


>사진은 일단 받아온 제본책. 조만간 진짜 작업본을 받아야 할 텐데요. 윗쪽으로 제본이 되어 있어서 페이지 넘기기가 불편합니다. 으음. 표지의 여인은 작가 본인이라고. 한국어판도 비슷한 분위기로 갈 것 같은데, 예쁘게 나오면 좋겠네요^.^ 발매는 4월 이후. 자세한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날이 무더워지기 전에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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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23:48 2010/02/04 23:48
Posted by 유우

3번째 작품, 《한시치 체포록》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10/02/04 23:12

관련게시:《한시치 체포록》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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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오카모토 기도, 책세상

지난 11월~12월 두 달에 걸쳐 작업한 작품. 원고지 1300매가량이니 책으로 나오면 400페이지 내외가 될 것 같습니다.(국판 456P라고 하네요. 두껍고 가벼운 이라이트지를 사용해 볼륨감 있을 듯^.^ 딱 <세이초 컬렉션> 중권 크기에 두께가 아닐까 합니다) 분량에 비해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반성 반성. 그래도 처음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마무리를 지어서 뿌듯합니다.(담당 편집자님께는 'XX일까지는 꼭..'이란 메일을 끝없이 보냈지만… 죄송함다T_T)

5년쯤 전에 괴담전문지 《幽》의 특집기사를 읽고 흥미를 가지게 된 오카모토 기도. 언제나 그렇듯 흥미만 가지고 있다가 막상 작품을 이거저거 찾아 읽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괴담과 범죄가 적절하게 잘 배합된 그 분위기가 무척 좋습니다. 교고쿠 나쓰히코를 떠올리게도 하고요.

그런 작가의 대표작을 덜컥 맡아 번역하게 되었어요. 기쁜데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근질근질한 기분.
시리즈 제목 그대로 오캇피키(에도 시대 서민 주거지의 치안을 맡던 경찰) 한시치 대장이 사건을 해결한 내용을 담은 작품이에요. 에도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건도 있고(이를 테면 괴담이나 전설을 이용한 〈쓰노쿠니야〉, 〈단발뱀〉 같은), 요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사건(묻지 마 살인 사건을 다룬 〈창 찌르기〉 같은)도 있습니다.
예전에 어느 책 안에 《한시치 체포록》 시리즈 중 하나인 〈간페이의 죽음〉이 실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오는 건 처음입니다. 책임이 무겁습니다.

《한시치 체포록》은 원고지 50매~200매 정도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로, 작품 수가 70편 가까이 됩니다. 도저히 한 권으로 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라 이번에는 그중에서 평이 좋고, 재미있는 작품 12편을 골라 선집 형태로 나옵니다. 수록 작품은

오후미의 혼령(お文の魂)
석등롱(石灯籠)
수상한 궁녀(奥女中)
쓰노쿠니야(津の国屋)
미카와 만자이(三河万歳)
창 찌르기(槍突き)
여우와 승려(狐と僧)
한겨울의 금붕어(冬の金魚)
보라잉어(むらさき鯉)
외눈박이 요괴(一つ目小僧)
단발뱀의 저주(かむろ蛇)
사라진 두 여자(二人女房)
+《한시치 체포록》의 추억(《문예클럽》 1927년 8월호)


이렇습니다. 다 각각의 재미가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창 찌르기〉의 마지막 부분이에요. 소름이 오싹 돋았습니다. 〈겨울의 금붕어〉에 나오는 이상한 커플(..)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다시 읽으면서 새삼 좋아진 것은 〈석등롱〉의 범인이었습니다. 어디로 보나 악녀였지만, 저는 이렇게 '사랑에 미친' 여자에게 한없이 끌립니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 죄의 결말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눈물도 납니다.

각각 작품마다 기억에 남는 것들,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시치 체포록》이라고 하면 이 문장(선언)이 가장 유명하지요.

한시치는 에도 시대의 숨은 셜록 홈즈였다. (〈오후미의 혼령〉 중에서)

에도 시대의 셜록 홈즈…(웃음). 그렇담 오카모토 기도가 왓슨(..).
사실 저는 저 문장에서 '셜록 홈즈'보다 '에도 시대'가 더 눈에 띄어요. 소설 속에서 이 이야기를 발표하는 '나'는 메이지를 넘어 다이쇼 시대를 사는 사람입니다. 한시치가 활약한 것은 에도 시대 말. 작품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 가장 마지막 사건은 게이오 3년(1867년) 8월에 일어났습니다.
그해 말에 대정봉환, 왕정복고…이듬해 무진 전쟁. 그렇게 에도 시대가 막을 내렸습니다. 드러내놓고 에도 말의 분위기를 풍기지 않지만 배경으로 스쳐지나가는 에도 마지막 모습들이 어쩐지 막말 좋아하는 제 가슴을 떨리게 하는군요. '라스트 사무라이'는 아니지만 '라스트 오캇피키' 되겠습니다^.^

*에도 시대 경찰 조직의 최하위에 속한 오캇피키와 그 수하들은 사무라이가 아니라 서민이었습니다. 무사가 아닌 부분이 또 어쩐지 제 취향입니다.

*사진은 광문사에서 나온 《한시치 체포록》 전집. 띠지에 "미야베 미유키 씨 애독! '저에게는 <성전> 같은 작품이에요. 책이 망가질 정도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퇴사하면서 미야베 여사와는 한동안 만날 일이 없겠다 했는데, 이런 끈질긴 인연이^^ 출판사에 반납해서 지금 가지고 있지 않지만, 기타무라 가오루&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한시치 체포록》 앤솔러지가 번역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주석도 잘 달려 있고, 후기의 두 사람 대담도 재미있는 책이에요. 저, 미야베 여사 소설보다 미야베 여사가 내는 앤솔러지가 더 좋은데 어쩌죠;

+반응이 좋으면 후속작이 있을지도…. 없으면 그냥 개인적으로라도 계속 번역해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게 책으로 나오면 더 좋고요^.^(책 사세요 빔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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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4 23:12 2010/02/04 23:12
Posted by 유우

구적초-비둘기피리꽃-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11/20 20:49


마지막 편집 작품 <구적초>를 드디어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가서 받아오려고 했는데 시간이 어찌어찌 여의치 않아 보내주셨어요. 그것도 2권이나ㅜㅠ
오오. 근데 어디에 두지;; 작업한 책들은 따로 모아서 보관하고 싶은데
제 방에는 이미 그런 특별한 공간 따위 남아 있지 않다는;;; 조만간 방구조 전면 재배치를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표지디자인은 내용과 딱 부합되지 않아도 도시의 쓸쓸함을 표현해 달라는 애매모호한 주문을 했더니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웃음). 이혜경 실장님 수고하셨어요ㅜㅠ
시안이 세 가지였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다른 두 시안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최종 결정된 이 표지는 유럽 도시라고 하는데요, 어쩐지 저에게는 남성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제가 작품을 읽고 느꼈던 모락모락한 여성의 쓸쓸함이 아니라 서걱서걱한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를 제외한 편집부의 다른 분들이 다 이걸 꼽으셨으니 뭐..(우물우물)
최종적으로 다듬어진 결과물은 의외로 밸런스가 맞았고요. 저는 뒷표지의 가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답니다.

그나저나.. .. 이 색깔. 서점 평대에서는 정말 눈에 안 띄겠다.(웃음)

이번에 번역을 맡아 주신 김은모 님은 모 미스터리카페에서 '구름이'라는 닉의 리뷰어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에요. 정식 작품은 이게 처음이셨지만,
예전부터 꾸준히 검토서와 샘플 번역을 보내 주셨고,
웹에 올리는 리뷰도 읽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부탁드렸습니다.
마감을 조금 무리하게 잡았는데도 제 날짜보다 더 일찍 원고를 보내 주시고. 역자 교정도 꼼꼼하게 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편집자이면서 편집 일정 안 지킨 저는 마음의 빚이 마구 늘었어요.

제 안목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지금은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작품을 번역중이시라고.
저도 관심있던 작품이라 책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화려한 활동을 기대해 봅니다.


<구적초>는 아주 수수한 책입니다. 제목이 된 '구적초'라는 들풀처럼요.
수수하지만 확고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열심히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는 <번제>입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도 있지만.
대놓고 다크한 이야기이기 때문도 있지만.

어쨌거나 저는 아오이 준코가 정말 열심히 사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스러질 때처럼>의 도모코나 <구적초>의 다카코도 씩씩하게 사는 여성이지만,
아오이 준코는 나름대로 나락의 바닥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그 방향은 잘못되었더라도. 도모코나 다카코처럼 손 잡아 줄 사람 하나 없는 외로운 길이라도.

전체적으로 지극히 미야베 미유키다운 작품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즐겁게 만든 책입니다.



사족)
공교롭게도 퇴사 하루 전에 인터뷰한 기사가 인터넷에도 떴네요-_-;;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0911181648051
이 기사가 실린 책자가 나왔을 때 이중 두 명이 퇴사한 후가 되리라는 사실이 매우 씁쓸. 그래도 즐겁게 잘 다녔습니다.

요즘은 새로 옮긴 거처에서 사장님과 편집장님이 알콩달콩 일하신다고.
소문만 무성한 사장님의 그분(?)이 주말마다 반찬을 해 놓으시고, ㅎㅎㅎ.
아, 어쩌면 지금쯤 새로운 영업 직원이 들어왔을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놀러가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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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20:49 2009/11/20 20:49
Posted by 유우

はまりもの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10/13 22:27

우왕, 드디어 고료 일부가 들어왔습니다.
말 그대로 일부이기는 하지만, 일단 지르고 본 냉장고 님 할부를 연체없이 갚을 수 있다는 이 기쁨.
(고료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정말 냉장고 님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마침 어머님 생신은 다가왔고, 일단 지르고 보았음. 그리하여 저는 신불자의 기로에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담달 중으로 들어올 것 같아요>_< 그럼 전 나머지 할부를 갚습니다.(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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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열혈 일 모드. 과로에는 역시 가스활명수라고…….
컵 안에 잔뜩 들어 있는 얼음은 새로 산 냉장고 님의 첫 개시 얼음♥(새 냉장고님의 얼음통 너무 좋아요ㅜㅠ 흑흑흑. 곧 겨울이지만 나는 매일 얼음을 얼리겠다ㅜㅠ)

제목의 'はまりもの=아이스 가스활명수'. 실은 옛날부터 좋아했는데요.
그 탄산의 맛은 콜라의 그것과는 또다른 매력이>_<♬

컵에 따라서 얼음까지 넣어 먹기는 처음이지만
단순히 활명수 님은 실온에 있어 미지근했고, 잔뜩 얼린 얼음은 넘쳐나서 해 본 짓이지만
저는 완전히 빠졌습니다. 흑흑.

제가 좀 자주 체하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내 소화력은 왜 이리 뛰어난 걸까.
(물론 지금도 전혀 더부룩하지 않을 때도 벌컥벌컥 마십니다)


>카테고리가 '출판 잡기'이니 일 얘기도 해야겠군요.
사진 속의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하). 원문 대조 작업. 이번 책은 저는 후반 교정 작업에만 참가하고 있어요. 제가 따로 작업하는 건 <구적초>입니다. <세이초>가 10월 말, <구적초>가 11월 초~중순에 나올 예정입니다. <구적초>가 북스피어에서 마지막 작업이 될 듯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마지막이니 더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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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22:27 2009/10/13 22:27
Posted by 유우

판타스틱 2009년 여름호 + 기획회의 243호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6/13 16:21

이웃 좋다는 게 뭡니까, 우후후! 어제 제본소에서 뜨끈뜨끈 (옆) 사무실로 배달온
<판타스틱> 여름호를 받았습니다. 아무리 <판타스틱> 광팬이고, 정기구독자라 해도 옆집에 사는 사람만큼 빨리 받을 수는 없다는..+_+ 크크크, 저를 부러워해 주세욥, 여러분.(자랑자랑)


판타스틱 여름호
호러 익스프레스+_+ 푸풉

판타스틱 여름호
증정 도장을 잊지 않는 센스!

여름 호에 어울리는 특집입니다. 아직 다 읽어 보진 못했는데, '호러 익스프레스'지만 으스스함보다는 유쾌함이 가득한 게 판타스틱 답네요. 그리고,


판타스틱 여름호단편 하나 번역을 맡았습니다.
마침 마성을 인쇄소에 넘기고, 다음 원고가 안 들어와서 한가하던 5월 말, 제 어디를 믿었는지(이거야말로 이웃사촌의 정이라는^^;;) 맡겨 주셨어요.

미츠다 신조라는 한국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일 듯싶은데요.
제목처럼 괴이한 사진을 찍는(심령 사진과는 다릅니다) 사진가에게 일을 부탁하러 갔던 편집자가 겪은 기괴한 체험에 대한 단편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사이먼 마스든이란 사진가의 사진이 잡지에 삽화처럼 몇 개 실렸는데, 정말 운치있네요. 소설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고요>_<

원고지 120매의 짧은 단편이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다행히 담당 편집자 분과 사이가 틀어지는 일도 없이...(웃음) 마감이 촉박해서 그냥 눈감아 주기로 하신 건지도?(..)
앞으로 종종 시..신세를 지고 싶.. ... .... ......



보고하는 김에+

기획회의 243호
이게 3월 초에 나왔으니 정말 한참 되었습니다만. <기획회의> 243호에 출판사 서평란에 북스피어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담당 편집자라는 이유로 뭣모르는 제가 써..썼습니다;(이거 되려 민폐?) 1p짜리 짧막한 글이고, 말 그대로 책 광고입니다^^;

기획회의 243호

기획회의 243호

아, 나왔네요. 하늘에 반짝이는 인공위성.. ... 웃음. 처음 제목은 <밤 하늘에 빛나는 인공위성일지라도>였으나, 너무 갖다 붙인 티가 나서 아주아주 클리셰하게 제목을. ... 어느 쪽도 센스 없는 거 저도 알고요;;;; 실은 이거 마감인 주에 말희 옹이 많이 아파서 이걸 쓰고 있을 정신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펑크를 낼 수도 없어서 그냥 정신없이 쓰고 준 흑역사.. ... 그 탓에 겨우 1p 글을 전 아직도 다시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 ;;;;; 출판사에도 <기획회의> 쪽에도 죄송하고요;; ;;; ;;;;;;; 어쨌거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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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3 16:21 2009/06/13 16:21
Posted by 유우

이제는 말해야겠다(나만의 이스터에그)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5/22 14:08

나만의 이스터에그라고 쓰고, 책임편집의 농간이라 읽습니다.
책임편집 권력(!)을 이럴 때 아니면 어디에 쓰겠습니까, 우후훗.


이니시에이션 러브 B면에서 스즈키의 애칭.
원래는 '스 상'인데 한국어로 옮기니 어감이 너무 안 좋아서 고민하던 중
(읽은 분은 아시겠지만 '스 상'이 나중에 말장난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함부로 바꿀 수가 없었는데)

'스즈'라고 정했습니다. '스즈'라면 말장난도 무사 통과였거든요.


스즈입니다. 네, 스즈요.

훗훗훗. 스즈무라의 스즈에서 따 왔습니다. 스즈를 생각하며 이니러브 작업을... 콜록.
이니러브의 스즈는 정말 XX인데, 아무리 애정이 식었다지만 나는 너무 매정한 것 같아. 라고 3초간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ㆀ 스즈와 팬들에게는 죄송해요ㆀ



마성의 아이 역자 프로필에 '무언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나머지 언제나 잿더미 상태다'
.. ... 네, 실은 이 블로그 [잿더미 구역]의 홍보 문구로 집어 넣은 겁니다ㆀ(홍보라고 하지만 아는 사람만 보고 웃어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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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2 14:08 2009/05/22 14:08
Posted by 유우

마성의 아이 이벤트!!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5/21 15:01

저도 해 봅니다? (....)


(링크 : 알라딘, 예스24)


배너(서점으로의 링크 포함) 퍼 나르기 이벤트예욥. 출간 소식 널리널리 알려 주십사.
이벤트 자세한 사항은 <마성의 아이> '원기옥' 이벤트

알라딘에서 단독 이벤트도 합니다. 원기옥 이벤트(웃음)에서 드리는 미니 선풍기 선착순 100분께.
저주의 짚인형을 꼭 이벵 선물로 걸고 싶었는데, 말도 안되는 가격, 크흑T_T <마성의 아이> 10만부 팔리면 그때 기념이벵으로 제가 직접 만든 짚인형을.... .... 죄송함다, 헛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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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5:01 2009/05/21 15:01
Posted by 유우

<마성의 아이> 끝나지 않는 주저리주저리 (최종 업데이트 09/07/06)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5/15 15:29

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북스피어


이번 책은 출판물로 나온 제 첫 번역서이며, 거의 처음으로 제가 책임 편집다운 일을 한 책입니다. 편집장님이 손을 봐 주시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조판까지 제가 했으니 오역이 있다면 제 탓이고, 오타가 있어도 제 탓입니다.

정식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지만, 어쨌든 자칭 불법 번역 12년차이니(..) '첫 책이니까'라는 말로 도망치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첫 책이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책이기 때문이겠죠.
그런 이유로 만든 A/S 겸 주저리주저리 페이지(일명 변명의 장~^^ㆀ)입니다!
이 말을 택한 이유, 따위를 몇 가지 생각나는대로 추가 예정입니다. 읽은 분들께도 이상한 부분 신고받습니다.(단순 오타에서 이해가지 않는 문장까지) 이유가 있는 것은 이유를 풀고, 오류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2쇄에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 주의 : 미리니름 있습니다.


엄마 (업뎃 09-07-06)

사실 항의(?)를 받는다면 저는 이 부분을 가장 먼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카사토의 말투는 의도적으로 딱딱하게 번역했는데, 유일한 허점이 바로 여깁니다.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는 다카사토. 실은 처음에는 '어머니'였어요. 어린 다카사토도 '어머니'라는 말을 쓰도록 했지요. 저는 그게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라니, 다카사토가 애처럼 엄마라니, 말도 안 돼.
그런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한 것은, 글쎄요. 어쩐지 "엄마!"라고 외치며 뛰어가는 다카사토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면 이해해 주실 건가요? 며칠 만에 돌아간 집 안의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다카사토가 어린애처럼 "엄마!"라고 외치며 달려가는 모습이, 저는 괜히 찡했습니다. "어머니!"라고 외치고 달려도 좋은데 "엄마!"라고 딱딱한 다카사토의 겉면에 톡 하고 구멍을 뚫어 놓고 싶었어요. 그 편이 더 비극적이니까요.
결국 제 취향이었다는 말. 호호호.-.- 죄, 죄송해요;


다이키, 고란, 태보 (업뎃 09-06-13)

먼저 이 얘기를 했어야 했군요. '다이키'에 대해서는 죄송하단 말만…. 저는 맞춤법 규정에 졌습니다.(쓴웃음)
하지만 '고란'과 '태보'는 이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택한 용어입니다.
우선 '고란'은 '고우란'으로 알려져 있으나 애니에서 성우의 발음을 잘 들어보세요. '고-란' 혹은 '고오란'이라고 들릴 겁니다. '우'를 생략한 것은 맞춤법 규정을 따라서가 아니라 '우'가 묵음이라서 입니다.
'태보'는 '타이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관직' 명이죠. 실제로 태보의 다른 명칭인 '재보'는 '사이호'가 아니라 '재보'라고 부르는 게 십이국 팬들에게도 더 보편적입니다. 다른 관직은 모두 한자 발음을 그대로 쓰면서 '태보'만 '타이호'라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생리적 거부감은 십분 이해하지만, 새로운 호칭에도 정을 한번 주세요^^


서쪽 지방 vs 간사이 (업뎃 09-05-20)

프롤로그에 사투리를 쓰는 다카사토 할머님. "할머니는 서쪽 지방에서 시집왔다"라는 말이 있는데, 원문은 당연히 '간사이에서 시집왔다'입니다. 간사이라는 것이 특정 지역이 아니라 넓은 범위를 말하는 거라서 '간사이(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서쪽 지역의 통칭)' 따위로 주석을 다는 것도 번잡스러워서 그리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인사(?)에는 '간사이 사투리'라는 말을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쉽게 읽히기 위한 소설에서 벗어나 개인적으로 던지는 말이라 가벼운 기분으로 평소 사용하는 대로 했습니다. 용어 통일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 이런 짓을 알면서 한 건, 음 뭐, 이스터 에그라고 생각해 주세요.(웃음)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나요" -p.329 (업뎃 09-05-20)

도토키 선생님 러브! 를 외치던 저를 절망하게 했던 문장인데요.(웃음) 역시 괜찮은 남자는 다 임자가 있달까. 자신의 원룸을 빌려주며 도토키가 하는 소리인데 원문은 "野暮ですよ". 2001년 한겨레판은 "그는 독신이라네"라는 미묘한 해석입니다ㆀ
단순히 '이정도 가지고 그런 말 마라' 정도로 이해해도 되고, 찌릿하고 온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자신은 여자친구네 집에 가 있겠다는 게 아닐지 싶습니다. 제가 결국 마지막에 택한 "그런 걸 꼭 말로 해야 하나요"는 그 양쪽의 중간지점 즈음입니다.


고토가 돌아가고 나서 다카사토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제야 그를 망연자실하게 만든 것이 갑자기 가족을 잃은 충격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268쪽)

이 부분은 원작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2001년 한겨레판에는 "갑자기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실은 '만'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문장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교정할 때 몇 번이나 지적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만'을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다카사토는 분명 가족을 잃어서 슬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이지 충격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는 사적인 감정도 87%정도 포함되어 있어요(웃음). 제 경험상 그랬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카사토가 나랑은 다른 존재란 사실이려나. 음,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도 그 때문이었죠^^;;


卑しい

<마성의 아이>의 키워드 중 하나. 뜻은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그중에서 '천하다'라는 말이 제게는 0순위예요. 하지만 번역을 하면서 좀 고민을 했습니다. 몇 가지 단어로 고민을 하다 결국 4번 나오는 중 3번은 '비열하다'로 옮겼고, 1번만 '천하다'라고 썼습니다. 비열하다는 말은 몇 군데 더 나오는데 그중 어느 것이 卑しい인지 맞춰 보시라.(뭐래;;)


다카사토, 히로세, 고토, 그 밖의 등장인물들의 말투

처음에는 조금씩 다르게 설정했는데 교정을 하다 보니 다 비슷해졌습니다ㆀ 기본적으로는 전부 제 말투니 아마 읽는 분은 차이를 거의 못 느끼실 테지만, 일단 주저리주저리….
고토는 껄렁껄렁한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다카사토는 딱딱한 말투로 '~습니다'를 쓴다고 정했지만, '~습니다'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냥 보기도 답답한 느낌이 나서 결과적으로 많이 부드러워진 형태가 되었습니다. 히로세는 그냥 제 말투구요ㆀ 오히려 가장 고민한 건 중간에 나오는 사카타라는 학생의 말투였던 것 같네요. 사카타는 얄밉다랄까 새침한 느낌이라 의도적으로 여자애 같은 말을 썼습니다.
다른 애들도 다 여자 말투(=제 말투)라 사카타만 그렇다고 말해도 못 믿으시겠지만ㆀ

(5/26 덧붙임)
역시 책으로 나오니까 걸리는 부분이 있네요. 하시가미 말투. 하시가미도 처음에는 '~습니다' 비중이 높았어요. 이유는, 이유는 그냥 어쩐지 하시가미라서.(..)←정말 이런 이유였습니다.
교정하면서 '~습니다'를 전부 '~어요/지요'로 바꾸었더니 미묘하게 밸런스가 안맞는 것 같은…. 이럴 줄 알았으면 하시가미는 그냥 정말 껄렁껄렁하게 나가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뒤늦게 남습니다. 실은 원서에서는 하시가미가 히로세에게 반말을 써요. 히로세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기 보다 '형'이죠. 그렇다고 그대로 옮길 수는 없어서 적당히 아이들이 히로세에게 미묘한 존댓말을 씁니다.


왕유 시

원래는 현암사에서 나온 <왕유 시전집>에서 빌려 오려고 했는데, 이런저런 절차 때문에 결국은 제가 했습니다. 한자와 일본어로 번역된 부분을 참고해 옮기고, 나와 있는 여러 번역본을 보고 검토했으니 크게 오역은 없겠지요!(희망형ㆀ) 어쨌든 교정볼 때 여러 사람 눈을 거쳐 통과했으니 이제부터 한시에도 적극 도전을..!(하다가는 산산이 부서지겠죠)


“인과 교류 전등의 푸른 불빛 하나”

해설이며 번역 후기이며 편집자 노트의 제목. 정체불명입니다. 나름 어울리는 뜻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실은 처음 번역하면서 후기나 해설을 쓰게 된다면 이 제목으로 하자, 고 정했던 게 있습니다. <밤 하늘에 빛나는 인공위성일지라도>…고리타분하지만 마음에 들었다고요. 근데 왜 안 썼냐?
제가 다른 글을 써야 하는데 분량 채우기 급해서 거기에 써 먹었거든요. 훗. .. .... 이럴 거냐-_-;; 하지만 어차피 그때 생각했던 내용과 실제로 책에 실은 후기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에 어차피 사용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제 주관적인 감상을 우길 수는 없어서 이거저거 자르다 보니 이런 형태가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제목에 대해 두 번째 후보도 있었습니다. <이상동몽(異床同夢)─이름 없는 낙원을 꿈꾸다>, 십이국기와 연관 지어 낙원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데 십이국기 부분을 퇴짜맞아서 결국 이 제목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 소토바 얘기가 잠시 나오는데 나중에 보니 주석이 좀 걸리네요. 卒塔婆(소토바)는 묘석 뒤에 세우는 가늘고 긴 판자라는 뜻인데 <시귀>에 나오는 마을 이름은 外場(소토바)라고 씁니다. 外場라는 자체의 의미도 있을 듯하지만, 기본적으로는 卒塔婆의 뜻에서 따온 이름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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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5 15:29 2009/05/15 15:29
Posted by 유우

마성, 독자 교정 합니다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5/05 02:49

http://www.booksfear.com/242

정말 날이면 날마다 이벤트 소식.
메인 카피가 여전히 난항중입니다.

제가 책을 고를 때 반하는 키워드가 미묘한 탓으로 돌리고 싶은 이 심정.
결국은 국어 실력 부족에 원인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만ㆀ

*

실제 표지 그림은 포스팅에 올린 것보다 붉은 기운이 더 감돌아서 강렬합니다.(이미지 수정했습니다)
표지는 마성의 어린 왕자라고 명명했습니다. 저는 꽤 마음에 들어요. 일본 골든위크가 어서 끝나 컨펌이 나야 하는데=.=

*

주상 소설은 몇 가지 찝쩍여 봤지만, <마성의 아이>를 하면서 가장 놀란 건 대사의 비바★모호도였어요ㆀ
대놓고 탐미 소설인 <동경이문>도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상대방을 부를 때 '너'라는 말을 안 쓰고 이름을 불러요. 전부 그런 건 아니고,
이를 테면 고토가 히로세에게, 히로세가 다카사토에게 그렇습니다.(종종 다른 애들 부를 때도 그렇기는 하지만)
이건 뭔가 애정의 화살표가 그려지는 듯한…? 처음에 고토의 대사를 봤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평범한 대사

"히로세와 달리 다카사토는 성실하니까."

히로세를 앞에 두고, 히로세에게 말하면서 '너와 달리'가 아니라 '히로세와 달리'
이 미묘알싸한 낯간지러움은 뭔가요. 주상 뭔가요. 무슨 의도인가요ㆀ
그대로 하기는 너무 부자연스러워서 물론 번역은 '너와 달리'로 했습니다. 처음에는.(웃음) 어느 날 갑자기 부녀심이 발동해서 전부 원문대로 고쳤는데, 역시나 교정 때 걸려서 다시 '너'로 고쳤습니다. 몇 군데는 지뢰처럼 남겨 둘 테니, 찾아보세요!(웃음) 다른 부분은 마음의 눈으로 읽으세요!

*

고토 선생님의 대사는 일부러 나이 든 느낌은 피했습니다. 제 안에서 고토는 쇼류科거든요.
개인적으로 대사가 '~다'로 끝나는 건 굉장히 싫어하는데, '~습니다'로 끝나는 건 또 너무 좋아해서 저도 모르게 잔뜩 '~습니다'로 썼다가 잔뜩 고치고 있습니다ㆀ

*

히로세의 생사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주상 인터뷰로 봐서 히로세는 살아남습니다.
취직도 못하고 임용고시도 떨어지고…… 주상, 어디까지 잔인한 겁니까.

그래도 저는 히로세가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다카사토 어머님이세요. 어머님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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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02:49 2009/05/05 02:49
Posted by 유우

출판사 이벤트 소식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4/23 14:05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벤트 소식

책의 날 기념 북스피어 퀴즈 큰잔치! ヽ(*´∀`*)ノ
; 깜짝 놀랄 선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절 때리시면 안 됩니다.

[서평 이벤트] 오늘 밤 모든 바에서
; 미리 말씀드리지만 테스트에서 16점 나온 거 저 아닙니다.




그 밖에.
<오늘 밤 모든 바에서> 알라딘과 Yes24에 등록되었습니다.
무더운(..) 봄날에 시원한 밀크 스트레이트 한잔하며 읽으세요.
북스피어 도서목록 ◀ 홈페이지 버린지 어언 *년, 간만에 힘 썼습니다 =ㅅ=

 
<마성의 아이>는 표지와 본문 약간의 진통이 있었지만(네, 본문의 진통은 다 제 탓이고요;;),
조금씩조금씩 진행 중입니다. 5월 중순 예정인데, 표지 컨펌과 골든 위크와 국제도서전 등등이 약간 끼어서 한 주정도 미뤄질 수도 있고요.
제목은 변경없이 <마성의 아이>로 갑니다. 저쪽 출판사를 통해 오노 주상에게 연락한 결과, 주상이 이 내용엔 이 제목이 가장 어울린다고 했다네요. …… 주상, 살아계셨군요?(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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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4:05 2009/04/23 14:05
Posted by 유우

계속 그 얘기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4/03 14:28

전 원래 하나에 꽂히면 그 얘기밖에 안 해요. 훗훗=_=
<마성의 아이> 출간 소식 출판사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제 오프 더 레코드 아니라능.(지금까지도 별로 아니었음=_=;;)
일본 출판사랑 주상에게 허락이 아직 안떨어져서 아직 가제지만 십이국기풍으로 <경계의 저편 유년의 낙원>을 새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제목은 삼일 밤낮의 고민 끝에 결정되었는데 어떠신지.(제가 지은 건 아니고요..ㆀ 저도 고민은 했는데 워낙 네이밍 센스가 우주 저편이라)
주상에게 차였습니다. 주상이 직접 <마성의 아이>로 내라고 하시니 전 그걸로도 감격하며… 삼일 밤낮의 제목 짓기의 고통도 애정으로 승화하겠습니다ㅜㅠ 근데 주상 살아계셨군요?

소문 많이 퍼뜨려 주시고, 책 나오면 사..사 주세요..o<-<

여하튼, 앞서 나올 예정이었던 <오늘 밤 모든 바에서>가 발매 연기가 되어 두 권이 비슷하게 나올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교정 작업은 이번 주말부터 시작할 거구요.
표지가 빨리 나와야 할 터인데! 기대기대 두근두근!


그런데 두 권이 같이 나오려면 독자 교정 일정이 미묘해지겠네요.
혹시 못하게 된다면 좀 아쉽.(하게 돼도 도저히 맨정신으로 못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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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3 14:28 2009/04/03 14:28
Posted by 유우

근황 보고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3/26 15:07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 상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미야베 미유키 엮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

세이초 단편집 (상) 나왔슴당.
논픽션이 섞여서 가볍게는 읽을 수 없지만, 전 논픽션 때문에 좋군요. 이상한 독자인 건가요-.- 개인적으론 <쇼와사 발굴>과 <일본의 검은 안개>를 따로 구매해서 전권 읽어 보고 싶습니다.

5,60년대 소설은 딱딱해서 싫어했는데, 경질의 느낌이 사뭇 다르게 와닿는 걸 보니. .. ... 나이가 들어서?(웃음)
번역도 좋았고, 장편을 읽을 때보다 확실히 단편이 훨씬 좋았습니다. .. ... 그렇다고 편집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T_T(폭풍의 한 달이 아련히 스치고 지나가는..)

알라딘, 예스, 인터파크, 그리고 북스피어 블로그에서 덧글 이벤트 중. 구매 여부와 상관없이 참여 가능합니당.



*


지금 <오늘 밤, 모든 바에서> 교정중.
'밀크 스트레이트'란 말이 마음에 들어서 요즘 흰우유 소비량이 늘고 있습니다.
<인체 모형의 밤>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잔잔하고 얼빠진 느낌이 마음에 듭니다. 살면서 알코올 중독 한번쯤 걸려도 나쁘지 않겠...쿨럭.


*


<마성의 아이> 번역 원고 넘겼슴당. 떠난 아이에겐 미련을 가지지 않으.. .... 어떻게 안 가져!(..)
이제 편집자의 영역에서 뜯어고치겠다능. 발매는 4월말~5월초쯤으로 잡고 있습니다.(그러나 예정대로 되지 않는 게 계획이라-.-) ... ... 모두 10권씩 사 주리라 전 믿습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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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6 15:07 2009/03/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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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있구나.

Under 근로 삼매/출판 잡기   Posted @2009/02/07 20:47

슬슬 공항에 나갈 시간이 되서 마무리 지으려고 파일을 열었더니.

어제 눈이 빠져라 했던
50페이지 가량의 번역이 날아갔다.

이유는 불명. 혹시 실수로 덧씌운 건가 싶어 파일 기록을 뒤졌는데 분명 새이름으로 저장을 했고, 그걸로 작업을 했단다. 그럼 그 새이름으로 저장한 파일은 대체 어디로 갔고, 왜 기존 파일 내용이 새로 저장한 내용으로 뒤바뀐 건지. 대체 무슨 실수를 하면 이렇게 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 머릿속이 이렇게 새하얘진 것도 오랜만이라.
이 무슨 신선함이란 말인가.


어쩐지 어제 너무 술술 되더라. 쉽게 되는 건 쉽게 날아간다고. 하지만 이렇게 쉽게 날아가도 될 정도로 쉽게 하진 않았는데.



아. 희망이 보였던 끝이. 다시 100페이지로 돌아갔음.
공항 마중이고 뭐고 없다.

다음 주부턴 바빠질 텐데 대체 언제 다시 한단 말이냐.


빨리 잊고, 빨리 하자. 그 수밖엔 없다. 정말로 없다. 다른 궁리하는 것보다 무식한 게 최고다.
같은 글을 같은 사람이 번역해도 100번 번역하면 100가지 문장이 나오기 마련인데 어제 번역이 꽤 마음에 들었던 게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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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7 20:47 2009/02/07 20:47
Posted by 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