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행록 - ![]()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비채 |
저는 정말 이 책의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내 치졸한 문장으로 다 읽고 난 후의 이 순수한 두근거림을 망치고 싶지 않아요.
내용에 대해 서투른 수식어를 붙이는 쓸데없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아요.
깨끗한 '흰색'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괜스레 내 시커먼 발자국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무슨 의무감인지 리뷰를 씁니다. 리뷰가 아니라 개인적 감상에 대한 단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는 수다.
말해 두지만, 이 리뷰는 읽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리뷰를 읽기보다 그냥 책을 읽으세요.
살해당한 일가족.
좋은 직장에 다니는 훤칠한 남편,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친절한 아름다운 아내,
부부를 똑 닮은 천사 같은 남매를 난도질한 범인.
이 교과서적인 가족에게 과연 누가 원한을 가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미궁에 빠진 잔인한 사건에 흥미본의의 시선을 보내고, 수군거리고, 제멋대로 논평을 답니다.
좋건 나쁘건,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 기억에 또렷이 남는 죽음.
그리고 소설은 또 하나의 '아주 작은' 죽음을 이야기합니다.
명백하게, 하지만 모든 상황을 위에서 지켜보는 독자들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대다수의 사람이 금세 잊어버릴 흔해빠진 죽음 이야기를.
죽음조차 누군가의 죽음은 오래도록 기억되고, 누군가의 죽음은 가십조차되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는 못하겠네요. 두고두고 오르락내리락하기보다 쉽게 잊히는 죽음이 개인적으로는 좋기도 하고요.
어쨌거나 죽음을 다루는 무게는 죽음마다 다릅니다.
죽음은 어떤 죽음이든 비극인데 말이에요. 똑같은 무게의 비극인데 말이에요.
누구나 삶의 어느 부분에서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듯이.
때로는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치장해서 자기합리화하기도 하고, 평생 괴로워하기도 하고, 어느새 좋은 추억처럼 이상하게 변질되기도 하고, 죽음을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일 이유가 되기도 하듯이.
죽음도 그런 건데 말이에요.
그런 비극을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 엮은 이야기입니다.
특이한 방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더러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판타지가 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이 책의 인터뷰어는 착실하게 자신의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네요.
나는 이 인터뷰어를 마음대로 상상해봤습니다. 어떤 사람일까, 이 사람은 또 어떤 어리석은 짓을 하며 살았을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채 그저 묵묵히 사건을 엮어 갑니다.
나는 이 소리없는 남자의 나약함이나, 상냥함이나, 잔인함이 좋았어요.
사건의 심판자이자, 더 큰 어둠의 거미줄에서 버둥거리는 작은 파리 한 마리 같은 그 남자.─그런 사람이 아닐까 멋대로 상상하면서 말이지요.
여러 사람이 말하는 '부부'의 모습이 때로는 180도 달랐듯이, 결국 이야기를 다 읽고 각 인물의 인물상은 독자마다 다 다르게 잡았을 거예요. 어쩔 수 없죠. 우리가 보는 모든 건 다 주관적인 시점이니까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에는 책에 대한 단상도 있고, 문득 떠오른 제 개인적 체험에 대한 단상도 있습니다.
어디까지 책 이야기인지는 이 글을 읽어준 분들의 주관적인 생각에 맡깁니다.




























요즘은 왠지 가슴을 치는 그런 책을 못 만난 것 같아. 좋은 책이 읽고 싶구나.
저도 이 책의 리뷰를 쓰긴했지만 제 리뷰는 책 리뷰라기보다는 책 리뷰를 가장한 삼천포 문장의 나열이라서..;;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