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백 - ![]()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
화제의 신인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입니다.
출판사에 다니면서 이 작품 샘플 번역을 수차례 받았을 정도로 여러모로 눈에 띄는 작가, 눈에 띄는 작품이에요.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다소 쇼킹한 광고문구도 눈에 띄는 데 한몫하겠지요.
줄거리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싱글맘인 중학교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학교 수영장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사고사로 처리된 이 사건이 사실은 교사네 반 아이 둘에 의한 살인이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입니다.
챕터 별로 교사, 범인 소년 A, B, 동급생, 범인의 가족이 사건 전후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도 독특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데뷔작부터 충격적(또는 자극적)인 소재로 주목을 끄는 작가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다만 아시다시피 저는 충격적인 소재에 충격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도 어디에서 놀라야 할지 조금 고민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다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읽기 쉽게 요리한 점은 칭찬할 만합니다만.
아니, 읽기 쉽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어쩐지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백 형식이란 것도 어찌 보면 산만할 수도 있고요. 읽는 중에 속도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데,
붙잡으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습니다. '꺼려지지만 잘 읽히는', '속도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다 읽어버리는' 그런 오묘한 책입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곤란합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하지만, 배경 없이 작품만으로 봤을 때 아쉬움도 큽니다.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네요.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일상적인, 평범한, 그 속에서 팡 하고 일어나야 충격적인데, 이 소설에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설정이 겹치고 또 겹치고 다시 겹치다 보니 막상 팡 하고 터질 때의 감흥도 수조 속 일처럼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한 때 불량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선도하는 열혈 선생, 에이즈환자, 미혼모, 그런데 이 미혼모의 정혼자였던 사람이 바로 그 에이즈에 걸린 열혈 선생, 그리고 미혼모 담임의 후임으로 온 선생님이 열혈 선생의 제자…이런 설정이 억지스럽다 못해 개그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작가의 의도(유머)라면 또 모를까, 이건 좀 아니잖아요?;
치밀하게 짜인 듯하지만 실상은 등장인물 간의 접점이 약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고백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그 인물과 인물 사이에 좀 더 치열한 무언가가 아쉽습니다.
작가의 문장이 더 밀도가 높았다면, 더 간절했다면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은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직 그 정도로 문장이 농익지는 않았더군요. 충격적으로 보일 단어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음은 충분히 엿보였지만, 그 단어를 잘 요리하는 법은 아직 서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데뷔작인데 문장까지 화려하면 귀염성이 없겠지만.
그런 단점들을 두고도 화제를 충분히 끌 만한 작품이었고,
어쩌면 그런 단점이 있기 때문에(덜 치밀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게 잘 읽히는 소설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이것도 다 작가의 계산은 아니겠지…?(그렇담 정말 무서운 작가다;;)
첫발을 내딛고,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에 여기서 정체하고 마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