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따위 세지 마. 이 리오우가 시계다. 당신의 심장에 들어 있어."
"심장에?"
"움직이지?"
"아아……, 심장이 임신한 것 같은 기분이야."
"그거 기쁘군. 오싹오싹한데……."
가기 전에 읽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도 오싹오싹합니다.
사실 읽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도서관에서 빌린 지 꽤 되었는데, 다른 책들을 읽느라 방치해 두느라 23일 반납일이 되었을 때 아직 상권 중반정도 까지 밖에 읽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하는 수 없다, 상권까지만이라도 읽자란 기분으로 새벽에 읽다가. 결국 너무 재밌어서 하권도 들고 말았습니다. 읽는 데 까지 읽으려고 했으나, 좀 더 힘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고 원래 페이스대로 상세히 읽고 있을 시간은 없어서 부분부분 속독으로 넘긴 것이 아쉽습니다. 어쨌거나 정말 오랜 만에 책 읽다 지쳐 잠들기를 실행하고. 꿈 속에서도 나는 리오우에 홀려 있었고. 잠에서 깨 두통을 호소하면서도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페이지도 많지 않고 작은 책인 것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만. 저에겐 무리한 페이스라 거의 기진맥진.
여하튼 무사히 다 읽고 반납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소설은 제 기대를 모두 무너트렸습니다. 내용도 분위기도. 언제나 제목을 보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 그게 보기 좋게 배반당하기 일쑤라서 미지의 책을 읽는 건 즐겁군요, 정말. 단순히 기분전환이었습니다, 이 책을 집은 것은. 어째선지 BL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킬러가 나오고 한다는 것 같으니까 약간은 음울한 빛깔이 감도는. 내 안의 '리오우'는 그런 음울하고 조용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이게 웬걸.
유쾌하다 못해 발랄한 이 정신 없는 남자는 대체 어디에서 떨어진 겁니까.
남자는 터무니 없이 경쾌하며 우아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 순간에도 우아한 남자. 몇 개나 되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몇 개나 되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몇 개나 되는 얼굴을 가진 남자.
그리고 그 남자에게 반해 버린 것이 주인공, 카즈아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청춘물의 극치!
사실 청춘물이라고 불리는 것은 강렬한 이야기가 많고(강렬하다 못해 난잡한 사생활이 늘어서 있는 것들도 많고-_-) 통 좋아할 수 없었지만, 이건 정말 좋았어요. 처음부터 카즈아키의 어지러운 생활에 대한 서술은 움찔하게 했지만, 그게 전부 리오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할까♥
22살에 잠시 만났던 두 사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켜가는 이야기...라고 하면 너무 벗어난 이야기 소개지만. 그 사이 각자의 삶 속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않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 너무 좋아서.
확실히 말해 BL은 아닙니다. 다소의 동성애적인 관계도 나오지만, 리오우와 카즈가 그런 관계였던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의 심장에 키스를 나누는 장면은 정말 가슴 떨렸습니다.
코우타에게 아버지가 두 명 생겼다는 말은 정말 의미심장합니다. ...... 뉴O뉴O이 생각났다고 제 입으로 어떻게 말합니까. 이 낯뜨거운 아저씨들 같으니-_-
2권에선 시간을 마구 뛰어넘어 결국 둘 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처럼 신선한 냄새가 났습니다. 사랑의 힘이 사람을 젊게 만드나(먼산)
위의 문장은 카즈아키가 꿈 속에서 리오우를 만난 장면. 너무 좋아서 메모해 두고 말았습니다.
8월 초에 손안의 책에서 할인할 때, 몇백원 때문에 배송료를 물게 되어서 이걸 살까 말까 고민하다 그만 뒀는데. 大후회 중입니다. 그 때 이것도 샀으면 배송료도 안 물고, 싸게 사고, 또 좀 더 일찍 행복했을텐데. 역시 망설일 때 지르고 보는 게 정답인 모양입니다. 덧붙여 9월 29일에 샤바케가 나온다고 해서 우울해 하고 있는 중입니다. 9월 중순 전까진 나오길 바랐는데... 인생, 뜻대로 되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