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미나토 가나에

Under 감상의 늪/소설-소설가   Posted @2010/03/06 03:07

고백 - 7점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비채

화제의 신인 미나토 가나에의 대표작이자 데뷔작입니다.
출판사에 다니면서 이 작품 샘플 번역을 수차례 받았을 정도로 여러모로 눈에 띄는 작가, 눈에 띄는 작품이에요.

“내 딸 마나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살해당했습니다. 그 범인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
라는 다소 쇼킹한 광고문구도 눈에 띄는 데 한몫하겠지요.

줄거리 자체는 아주 단순합니다. 싱글맘인 중학교 담임교사의 어린 딸이 학교 수영장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사고사로 처리된 이 사건이 사실은 교사네 반 아이 둘에 의한 살인이었음을 '고백'하는 이야기입니다.
챕터 별로 교사, 범인 소년 A, B, 동급생, 범인의 가족이 사건 전후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도 독특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데뷔작부터 충격적(또는 자극적)인 소재로 주목을 끄는 작가가 많아진 것 같아요.

다만 아시다시피 저는 충격적인 소재에 충격받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이 소설도 어디에서 놀라야 할지 조금 고민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다분히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소재를 읽기 쉽게 요리한 점은 칭찬할 만합니다만.
아니, 읽기 쉽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분명히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어쩐지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고백 형식이란 것도 어찌 보면 산만할 수도 있고요. 읽는 중에 속도감도 잘 느껴지지 않는데,
붙잡으면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하는 이상한 마력이 있습니다. '꺼려지지만 잘 읽히는', '속도가 안 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다 읽어버리는' 그런 오묘한 책입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곤란합니다.

데뷔작으로서 훌륭하지만, 배경 없이 작품만으로 봤을 때 아쉬움도 큽니다.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네요. 누구나 공감하기 쉬운, 일상적인, 평범한, 그 속에서 팡 하고 일어나야 충격적인데, 이 소설에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설정이 겹치고 또 겹치고 다시 겹치다 보니 막상 팡 하고 터질 때의 감흥도 수조 속 일처럼 느껴집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한 때 불량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선도하는 열혈 선생, 에이즈환자, 미혼모, 그런데 이 미혼모의 정혼자였던 사람이 바로 그 에이즈에 걸린 열혈 선생, 그리고 미혼모 담임의 후임으로 온 선생님이 열혈 선생의 제자…이런 설정이 억지스럽다 못해 개그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작가의 의도(유머)라면 또 모를까, 이건 좀 아니잖아요?;

치밀하게 짜인 듯하지만 실상은 등장인물 간의 접점이 약한 듯한 느낌도 드는데요. 고백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각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그 인물과 인물 사이에 좀 더 치열한 무언가가 아쉽습니다.
작가의 문장이 더 밀도가 높았다면, 더 간절했다면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은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직 그 정도로 문장이 농익지는 않았더군요. 충격적으로 보일 단어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음은 충분히 엿보였지만, 그 단어를 잘 요리하는 법은 아직 서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데뷔작인데 문장까지 화려하면 귀염성이 없겠지만.


그런 단점들을 두고도 화제를 충분히 끌 만한 작품이었고,
어쩌면 그런 단점이 있기 때문에(덜 치밀했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게 잘 읽히는 소설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설마 이것도 다 작가의 계산은 아니겠지…?(그렇담 정말 무서운 작가다;;)

첫발을 내딛고,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에 여기서 정체하고 마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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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6 03:07 2010/03/06 03:07
Posted by 유우

일 년의 363일이..(중략)..잡답 - 서른에 셋

Under 일상의 재/일 년의 363일   Posted @2010/03/05 01:07

트위터를 하면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올릴 잡담도 그쪽에 해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래도 좋은 잡담들.

2월 말에는 이런저런 일로 또 두문불출하다가 3월이 되어서 다시 외출을 시작했습니다.
한 때는 사람과 만나는 게 고통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사람이랑 만나는 게 꽤 즐거워요.
여전히 저란 녀석은 직접 만나면 재미없는 인간이기는 하지만-ㅅ-ㆀ 만나주는 사람들께 무한 감사를.
그리고 여전히 얻어먹는 빈도가 무척 높습니다. 제가 가난해 보이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어째 회사 열심히 다닐 때보다 반백수 반프리랜서인 지금이 더 여유가 있어서 그게 무척 슬픕니다….


☆생일
집에서는 원래 음력 생일을 챙겼는데, 사람들에게 말하기 귀찮고 이런저런 이유로 어느새 양력과 음력 생일을 다 챙기고 있습니다(캬하핫). 올해는 8/24(양), 8/25(음). 언니 음력 생일은 8/26. 무박 3일 파티라도 열까 봐요.


★시귀 애니
개인적으로 세이시로도 참 좋아하는 캐릭터인데, 성우가 각트라고 해서 약간 떨었습니다.
나름 어울릴지도? 어울리면 어울리는 대로 어쩐지 무섭고.

메인 캐스팅이 조금씩 발표되고 있는데 토시오 역의 오오카와 토오루 상 외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고요. 여하튼 오오카와 상 덕에 매우 흐뭇함.
보믹과는 성우진이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시귀 만화
한국어판을 살짝 들춰 봤는데 토시오는 '도시오'라서 갸웃. 다른 캐릭터는 외래어 표기법 무시하고 그냥 본 발음대로 간 것 같은데. '도시오'가 맞는데 내가 '토시오'로 잘못 알고 있나 확인해봤습니다. '토시오'가 맞는 것 같습니다. 으음.
여하튼 진차 완전 고생하셨을 듯ㅜㅠ 세이신의 에세이까지 빽빽하게 다 옮겨 놓은 걸 보고 경악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는 못했고요, 천천히 읽어보렵니다.


☆여행
3/13~15 제주도 여행갑니다. 아직 구체적 계획도 짜놓지 않고;; 구체적으로 짜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가 오간 건 올레길을 걷고 내친김에 한라산 근처를 서성이자는 것이라 나름 등산복장을 갖추고 가려고 했으나 귀찮아서 그냥 등산화와 바지만 새로 장만하고 나머지는 대충 집에서 입던 대로 입고 가려고요. 근데 아직 바지도 안 사고 있는 나;; 이번 주말에는 좀 봐야겠습니다;;


☆마감
지난주에 끝나야 했지만, 출판사 사정과 어쩌고저쩌고가 겹쳐서 열흘 쯤 놀다가(..) 다시 작업 시작했습니다. 다음 주 여행을 위해 어떻게든 이번 주 주말에 마무리 짓고 싶은 소망이. 교정 보면 늦어질 확률이 78%. 흑흑.


☆새로운 일
이것저것 도모중입니다. 좋은 이야기도 오갔고요!! 끝까지 잘 풀리면 좋을 텐데.
김칫국 마시다 사레들릴까 노심초사하는 자신을 좀 더 포지티브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요ㆀ(포지티브 M 지향이 아니었던가!!)
기분 전환도 할 겸 한겨례 문화센터에서 번역 강좌가 새로 열리던데 들어볼까 해요. 과연….(..)
3월부터는 좀 히키코모리에서 인간으로 탈피를.(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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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5 01:07 2010/03/05 01:07
Posted by 유우

[만화] 시귀 1~5 : 오노 후유미&후지사키 류

Under 감상의 늪/만화-만화가   Posted @2010/03/02 18:01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 만화에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악감정이 엄청나게 어리석고 부조리적이란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2권까지 읽고 좌절한 후로 계속 책을 묵혀두다가 드디어 리밴지했습니다.


이 정도로 과감하게 내용을 해체해서 재조립하면서도,
원작의 내용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작가가 원작을 얼마나 많이 읽고 고민하고 공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솔직히 2권까지 읽으면 그냥 원작의 골격을 배끼기만 한 것 같아
작가가 정말 원작을 읽었는지도 의심스러웠지만 3권부터는 과감한 재구성을 시도하면서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더군요. 역시 초반에 포기하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 점에 대해서 높이 평가해야 하고, 억지스러울 정도로 과감하고 화려한 연출도
'원작이 있지만' 그래도 '후지사키 류다움을 잃지 않는' 부분으로 평가해야겠지요.

교고쿠 나쓰히코마저 패러디 <지귀>를 쓰고 넙죽 사과했을 정도로
오노 후유미 팬들은 엄청나게 보수적인 구석이 있는데,
그들에게 비난 받을 걸 알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노선을 택한 것에서도
인기작가의 배짱이랄까…소신이랄까…그런 것들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이 만화는 확실히 '졸작'은 아닙니다. 꽤 괜찮은 만화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맞는 만화도 아닙니다. 저 역시 열렬히 환영할 수만은 없는 심정입니다.


여전히 드는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원작의 이미지와는 꽤 다른 캐릭터들 때문이기도 하고
(이 부분은 그래도 익숙해질 여지가 있지만)
후지사키 류 식의 개그와 과장이 섞인 연출 스타일이 저랑 맞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문제라 익숙해질 것 같지 않아요;)

제반 설명을 담당하는 1,2권은 여전히 좀 피로감이 느껴지더군요.
3권부터는 이야기 자체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서 속도감이 붙습니다.

소년만화의 느낌을 강조해서, 원작의 미묘한 청년들의 관계(....)를 많이 죽였음에도
여전히 미묘한 그들(.....) 때문에 좀 웃었습니다. 어떻게 각색해도 당신들은.........


아무래도 나츠노가 가장 '소년만화의 히어로' 같아서인지('소년'이기도 하고) 5권까지는 나츠노가 많이 부각되지만, 이 뒷부분은 어쨌거나 누군가 주인공 자리를 넘겨받아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
또 연이은 비극들(개인적으로는 다나카가의 비극이 가장 좋기도 하고, 신경도 쓰이네요)을 어떻게 '후지사키 류 식'으로 요리할지도 궁금해집니다.

4권의 마지막 즈음의 토오루가 나츠노를 뒤에서 덮치는 장면도 제가 좋아하는 비극 중에 하나인데,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부각시켜 주어서 기뻤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굴러갈지. 중간에 토시오 편도 진행되었지만, 아직 그다지 토시오의 감정이 확실히 느껴지지 않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어쨌거나 뒷부분의 진행에 토시오의 선동은 중요하니까)
지켜보겠습니다. 욕도 하고 칭찬도 하고, 배울 건 배우면서.


>메구미의 고스로리 복장은 그렇다치더라도 고참 간호사 야스요 씨의 망사스타킹+가터벨트는 받아들이기 어렵네요ㆀ 거참.

>일단 1~5권은 일어판만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7권까지 나온 것 같지만 더 이상 일어판을 모을 생각은 없고, 한국어판을 기다리는 중. 기회가 되면 한국어판 1~5권도 구경해볼까 합니다. 일어판의 빼곡한 글씨 압박에 괴로웠는데, 한국어판도 그건 어쩔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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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18:01 2010/03/02 18:01
Posted by 유우